“열악한 노동 환경에 근로자는 서럽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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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편리함이 장점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등의 플랫폼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이와 함께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업무에 나서는 ‘플랫폼 노동자’도 신종 직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고용 형태 등 노동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역기능이 함께 작용하는 모양새다. 여론은 고용 시장의 형태가 변화한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당대우, 임금체불, 성차별에 ‘무방비’...법적 보호조치 미비

높은 보험료도 부담...안전 ‘사각지대’ 놓인 배달대행 근로자

지난해 12월25일 경기 성남시는 플랫폼 노동자 실태조사를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이뤄지는 플랫폼 노동은 주로 앱을 통한 음식 배달대행, 대리운전, 가사노동, 앱택시 등이 속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4월까지 플랫폼 노동자의 수입·근로시간·근로일 등 근로실태, 사회보험 가입 여부, 노동 만족도 등을 연구에 나선다고 밝혔다.

플랫폼 노동자는 노무 제공자가 사용자에게 종속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탓에 근로시간 유연성은 있으나 일자리 안정성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낮다. 또한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수수료 분쟁 사례도 많다. 안전 사고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44만~54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 연령대는 50대 이상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성희롱 경험 12.2%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명 중 1명 이상은 임금체불, 성차별 등을 경험하며 열악한 상황에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오은진 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장은 지난해 12월18일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 플랫폼 종사자 26.5%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임금체불·미지급(11.6%) ▲일 요구 불명확(18.4%) ▲연령 및 성차별 대우(11.6%) 등에 대한 응답이 있었으며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 노동자도 12.2%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51.6%)은 고용계약 없이 자유롭게 일하고 있으며 35.5%는 고용계약이 없었지만 정해진 장소·시간에 일하고 있었다.

반면 고용계약을 맺어 일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2.9% 그쳤다. 여성 플랫폼 노동자 가운데에는 월 단위 보수를 받는 비율은 12%에 불과했으며 일급·일당·시급 형태로 급여를 받고 있다는 응답률은 24.3%였다. 반면 건당 수수료 등 성공보수의 방식으로 지급되는 형태는 47%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날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지만 공식 통계 등 기초 연구는 미미해 관련 정책과 제도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며 “플랫폼 노동이 좋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 노동자, 사용자, 정부와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기본급 외 수당은 받지 못해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은 남녀 구분 없이 이어졌는데 특히 배달대행 플랫폼 노동자들은 위험에 언제나 노출돼 있다. 지난해 7월 배달대행 노동자들이 오토바이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배당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과도한 손해보험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노조가 배달대행 라이더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1.7%가 유상운송보험(책임·종합 포함)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91.7%는 ‘보험료가 너무 높아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조는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보험 사이트에서 보험료를 계산해 본 결과 만 24세 한 라이더의 1년간 종합보험료가 최대 18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보상만 되는 책임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400~5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계산됐다. 한 달 후 ‘라이더유니온’은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 플랫폼 기업의 갑질과 불법행위를 규탄했다. 요기요 배달 노동자인 박 씨는 “시급 1만1500원으로 8개월 계약을 했지만 두 달 만에 기본급 5000원에 배달 1건당 1500원 수준의 일방적으로 계약이 변경됐다”며 “건당 수수료로 바뀐 뒤에는 시간에 쫓기며 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합 단체는 “라이더들은 기본급 외 주휴·연장·야간·휴일 수당을 받지 못했다. 하루 평균 4만1400원의 입금체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계약서에는 “배송업무 수행을 ‘배달 기사의 재량과 책임으로 결정한다’고 돼 있으나 실제는 지점별 매니저들이 수시로 강제배차를 하는 등 업무지시를 했다”고 덧붙였다. 배달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여전히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고가 나고 다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고 이 같은 현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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