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생수 시장, 주도권은 누구 손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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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1인 가구가 늘고 배송 시장의 규모도 커지면서 ‘물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치열했던 물 전쟁은 대형마트로 넘어왔다. 현재 70여 개가 넘는 제조사가 300여 개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특히 오리온은 지난 11월 생수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제주 용암수 기반의 ‘오리온 제주 용암수’로 프리미엄 생수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인데 제주도의 대표 물인 ‘삼다수’와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다수는 2018년 점유율 39.8%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가 차지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도 자체 브랜드 생수를 판매하면서 업계는 지금 초저가 전쟁에 몰두하고 있다.

1인가구·정기배송 등 탄탄한 온라인 vs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도 총공세

지난해 생수 판매액 8317억, 생수 시장 ‘활력’...경쟁 뛰어든 제조·유통사

지난해 식품 소매점에 유통되는 음료 제품 중 생수가 판매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8년 편의점과 할인점 등 소매시장에서 판매된 국내 RTD 음료 중 생수는 판매량 기준은 184만㎘(천의 자리 반올림)로 탄산음료 50만㎘, 커피 26만㎘, 주스 25만㎘ 등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판매량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약5100만 명 기준) 1인당 한 해 약 36L를 마신 셈이며 생수 기준으로 72개에 달한다. 지난 2015년과 2018년을 판매량 기준으로 비교해볼 때 탄산음료, 탄산수는 각 10%, 커피는 24% 성장했지만 생수는 37% 증가했다. 지난해 편의점과 할인점 등 소매시장에서 판매된 생수의 판매액은 8317억 원을 기록했다.

농심, 큰 규모로 물류센터 가동 

대형마트들은 초저가 물을 겨냥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마트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이마트 국민워터’를 내세웠다. 저렴함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또한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미네랄워터’와 홈플러스의 ‘바른샘물’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다수와 백산수는 배송 수요를 늘리기 위해 모바일 쪽에 투자하고 있다.

삼다수의 주문 건 수는 지난해 4월 1만524건에서 12월 2만9915건으로 두 배 넘는 수준으로 뛰어 올랐지만 물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점유율 상위 업체들은 고민이 많다. 2012년 삼다수 점유율은 50%에 이르렀지만 지난해만 보더라도 10% 넘게 줄었다. 또한 삼다수는 지난해 10월 출시 21년 만에 CU를 비롯한 일부 편의점에서 생수(500ml) 1+1 행사를 진행하며 초저가 공세에 맞불을 놨다.

생수 시장 3위인 농심의 백산수는 지난 11월부터 백산수 유통을 위해 인천 통합물류센터를 가동했다. 이번 물류센터는 농심이 확보한 물류센터 중 가장 큰 규모로 백산수를 통해 수도권 생수 시장 선점을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형마트들이 너도나도 초저가 생수 전쟁에 뛰어든 것은 온라인 쇼핑몰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물 전쟁의 시작을 알린 것은 쿠팡,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다. 이 업체들은 유통 단계를 줄인 자체 브랜드로 가격을 확 낮춰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가격뿐 아니라 무거운 생수를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시스템은 대형 오프라인 마트들을 자극시켰다.

또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반응하는 것도 이커머스 업체의 강점으로 볼 수 있다. 쿠팡은 2017년 PB 생수 제품인 ‘탐사수’를 출시하며 휴대에 장점을 살린 330ml 용량과 1인 가구를 위한 1L 용량을 내놓았다. 쿠팡뿐 아니라 티몬 역시 PB상품인 ‘236’ 등을 판매 중이다.

중국 시장 공략 

일부 업체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생수 수출액은 702만 달러로 2014년보다 27.7% 늘었다. 특히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데 자국의 수질을 신뢰하지 못하는 중국인이 늘면서 생수를 마시는 비중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중국 중상산업연구원은 중국의 생수 소매시장이 2020년에는 17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심 또한 2015년 2000억 원을 투자해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백산수를 현지에서 판매 중이다. 농심은 2025년까지 중국에서 백산수의 매출을 5000억 원에 올릴 목표다. 오리온 또한 중국 최대 커피 체인인 루이싱 커피와 ‘제주용암수’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편 생수 판매에 장애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수 용기가 플라스틱 폐기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업체들도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풀무원 등은 생수병에 플라스틱을 덜 사용해 얇게 만들거나 물에 잘 녹는 친환경적인 라벨, 분리배출이 쉽도록 손쉽게 제거되는 라벨 등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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