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성 높이기 위해 도입된 홍보공영제…오히려 공정성 해치고 조합원 ‘알권리’ 막아

시공사의 개별홍보를 금지하고 있는 홍보공영제가 조합원들에 대한 정보 제공 기회를 오히려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시공자 선정 제도 하에서는 국토교통부의 시공자 선정기준을 적용해 시공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가 홍보공영제다. 과거 시공자 선정 시의 과열·혼탁을 방지하고 투명한 선거를 진행하게 하자는 차원에서 2006년 도입됐다.

그러나 홍보공영제 하에서는 조합과 특정 시공사가 결탁할 경우 오히려 시공사 선정의 투명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서울 은평구 신사1구역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절차를 두고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이곳은 A업체와 B업체가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사업지로 은평구 증산로17길 53-9(신사동) 일원 2만3174㎡에 지하 2층~지상 17층 규모의 공동주택 6개동 424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공사다.

논란은 지난 4일 열린 시공사 합동 홍보설명회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이날 합동 홍보설명회장에서는 A업체의 홍보영상만 20분가량 상영된 반면, B업체가 준비한 홍보영상은 당일 날 이사회로부터 상영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합동 홍보설명회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의해 2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 홍보공영제로 인해 조합원 개별접촉을 통한 홍보가 불가능해진 시공사들이 자사가 제시한 사업제안조건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공식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자리다.

조합이 B업체의 홍보영상을 상영을 막은 이유는 각 사가 제출한 홍보영상에 타사를 비방하거나 입찰제안서 내용과의 상이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려고 했는데 B업체가 제출한 영상물에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어 사전심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B업체 관계자는 “영상 자료의 사전 유출을 우려해 B업체 관계자 입회 하에 사전 영상 검토를 제안했지만 조합 측이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조합이 시공사 홍보부스 설치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조합은 합동홍보설명회 개최 이후 건설사의 신청을 받아 정비구역 또는 인근에 개방된 홍보공간을 제공하고, 건설사는 홍보공간 내에서 조합원에게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합동홍보설명회 이후 조합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홍보부스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B업체는 합동홍보설명회의 홍보 기회뿐 아니라 홍보부스 설치도 못함에 따라 시공사의 조건을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공식적인 기회를 모두 잃었다.

뿐만 아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조합은 총회에 상정된 건설사들이 제출한 입찰제안서에 대해 시공능력, 공사비 등에 포함되는 객관적인 비교표를 작성해 조합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양사의 도장이 찍혀있는 비교표가 있으며, 이는 총회 책자에 실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추가적으로 소식지를 발송하여 불공정한 비교표를 추가 작성하여 개별 조합원에게 발송했다. 소식지의 대표적인 내용은 각사가 제안한 3.3㎡ 공사비의 경우 B업체는 439만5000원, A업체는 449만원을 제시해 9만5000원의 차이를 보인다. 조합원 160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세대 당 1,200만원 가량 B업체가 저렴하다. 그러나 조합은 두 회사 모두 ‘450만원 미만’이라고 뭉뚱그린 소식지를 발송한 바 있다. 이는 서울시에서 점검 당시 지적사항을 받은 사항이며, 홍보부스 조차 열지 못하게 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현재는 조합에서 정정 소식지를 발송한 바 있다.

신사1구역 제안조건은 상기 언급한 공사비 이외의 내용으로는 무이자 사업비 대여금은 B업체가 300억원, A업체가 100억원(관리처분인가 전까지)을 제시했다. 통상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철거 공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차이는 200억이 아닌 300억에 가까우며 그 금융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제안 내용에는 크게 차이가 없으나 A업체가 조합제공품목 항목에서 조금 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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