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에서 시공사를 교체하는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기존 중견 건설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대형 건설업체까지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강북에서는 공사비가 1조원에 달하는 재개발 사업장인 은평구 갈현1구역이 눈길을 끈다. 갈현1구역은 총 공사비 9,200억원 규모의 강북 지역 최대 재개발 사업지 중 하나다. 지하 6층·지상 22층, 32개 동, 총 4,116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장은 지난해 11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입찰에 참여했다가 현대건설이 ‘입찰 무효’ 처리되면서 절차를 새로 밟게 됐다. 당초 현대건설도 유력한 후보사 중 하나였지만 건축도면 중 변경도면을 누락하고 담보를 초과하는 이주비를 제안하는 등 ‘중대한 흠결’을 보였다는 이유다. 이달 9일 실시한 입찰까지 롯데건설이 연속해 단독으로 참여해 선정 가능성을 높였다..

서울 은평구 신사1구역 재건축 사업은 금호건설과 두산건설이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은평구 신사동 170-12번지 일대 2만3174㎡에 지하 2층~지상 17층 규모의 아파트 6개 동, 424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전 시공사인 ㈜삼호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 지난해 8월 열린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 계약 해지를 의결했다.

이곳은 인근에 수색산과 신사근린공원이 입지하고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사업지의 서측으로는 재개발구역이 개발예정이고 남·북측으로는 13층에서 17층정도 규모의 신성·미성·현대·수정아파트들이 위치하고 있어서 향후 이 일대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게 될 예정이다.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 중 한 곳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도 시공사를 다시 뽑는다. 가장 주목받는 사업지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2091가구·8087억원)이다. 1월에 현장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 사업장은 지난해 12월 기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자를 뽑기로 하면서 수주시장에 등장했다. HDC현산이 조합의 협상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계약조건이 설계, 각종 시설 공사 범위가 입찰 제안때와 달라졌다는 이유다. 이 단지에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 7개 업체의 입찰참여가 예상된다.

조합의 시공사 해지 왜 늘까?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올해 수주실적 올리기 위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시공사들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달콤한 선심성 공약을 내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도한 이주비, 특별품목 제공 등의 공약은 독이 되어 돌아와 시공사 계약 해지로 이어지게 한다.

지난해 서울 최대어로 불리던 한남3구역의 참여 건설사의 조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20여건의 현행법령 위반 사안이 적발됐다.

해당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제안한 주요 내용을 보면, 사업비‧이주비 등과 관련한 무이자 지원 및 분양가 보장·임대주택 제로, TV, 드럼세탁기 등 품목을 이주할 때 먼저 주기로 약속했다. 이를 두고 국토부 및 서울시는 도정법 132조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따라 조합원의 재산상 이익을 간접적으로 약속하는 것은 위법행위라고 봤다. 결국 올해 시공사를 재선정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조합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시공사들은 위험천만한 위법과 탈법의 경계를 오가고 있다. 예를 들어 신사1구역 시공사로 참여 의향을 밝힌 금호산업은 TV, 드럼세탁기, 김치냉장고,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을 이주할 때 우선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보통 이런 옵션은 입주할 때 지급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럴 경우 시공사로 선정되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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