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기.[뉴시스]
검찰기.[뉴시스]

[일요서울] 법무무가 검찰 고위직에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사의를 표명한 간부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사의를 표명하거나 자리를 옮긴 간부들은 공통적으로 조직에 대한 '자기반성'을 언급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영주(53·사법연수원 22기)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사의를 표명했다. 이 부원장은 여성으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검사장에 오른 바 있다.

이 부원장은 검찰 생활을 회고하며 "지금 검찰은 큰 변화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워 보인다"며 "검찰 구성원이 열정을 갖고 헌신적으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변화를 강요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가 종종 잃어버린 '공정성' 때문이고, 이는 재능이 아니라 덕성의 영역에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관상으로는 공적인 행동의 저변에 개인 또는 조직의 이기심이 놓여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고,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며 "때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초라한 결과를 외면하지 않고 바로 직시하고, 이로 인한 수치와 망신도 감수할 '정직'과 '용기'라는 덕성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이 부원장이 '덕'을 강조했다면, 지난 6일 사의를 밝힌 김우현(53·23기) 수원고검장은 '업보'를 직접 언급했다.

앞서 김 고검장은 지난해 12월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해 긴급 수정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취지의 글을 내부망에 올린 바 있다.

김 고검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의 업보가 많아 개혁이 이뤄지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이 감정적인 조치로 인해 뒤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제 촉구가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많은 분께 (법안의) 문제점을 소상히 알릴 수 있었고, 대검 소관 부서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일부 실무상 애로점이 해소된 건 그나마 약간의 위안"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의 현재 상황을 '겨울', '터널'이라고 비유하며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림으로 인해 자초된 것이지만, 지나치게 균형감이 상실된 가혹한 결과가 된 것이란 생각도 지울 수 없다"고도 전했다.

전날 이임식을 가진 배성범(58·23기) 서울중앙지검장도 국민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상황을 언급했다.

배 지검장은 이임사를 통해 "최근 검찰을 둘러싼 형사사법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며 "정의와 공정, 인권 보호의 가치 구현이라는 검찰의 소명이 달라질 수 없고, 국민들의 기대와 질책도 여전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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