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유통 분야 외길 인생...‘농협인’ 자부심에 출사표 던졌다”

천호진 후보자[사진=양호연 기자]
천호진 후보자[사진=양호연 기자]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제24대 농협중앙회장선거가 오는 31일 진행된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들의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이 따르는 만큼 여론의 관심도 뜨거운 모양새다. 특히, 예비후보 등록기간에는 13명의 후보가 등록했고, 지난 16일 정식 후보 등록 첫날에만 9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이 가운데서도 경북 문경 지역 출마자 천호진 후보는 지역농협 포함 33년 농협인이라는 타이틀로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농협을 한 차원 더 성장 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되리라는 포부다. 천 후보자는 1986년 서문경농협 입사를 시작으로 경매팀(부)장, 가락공판장 사업총괄 본부장, 북대구공판장 사장직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전국농협경매발전연구회 고문을 맡고 있다. 다음은 천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상생‧소득‧미래 경영으로 농협의 새 지평 열 것”


-제24대 농협중앙회장선거 출마 배경은 무엇인가.

▲농협은 거대조직임에도 농산물 유통에 있어 많은 부족함이 있다. 농산물 도매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락시장을 예로 들면 연간 도매는 4조7000억 원이 유통된다. 그런데 농협이 4400억 원, 즉 9% 수준으로 10분의 1도 점유하지 못했다. 이를 보고 농협이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 같은 현장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분석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 중앙지배적 구조라는 기존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이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적어도 4조7000억 원 중 농협이 6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상 첫 직원 출신이라는 배경이 눈길을 끄는데.
▲회장선거는 대개 조합장 출신이 출마하는 경우가 많아 조합장이 아닌 사람이 출마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농민 대통령’이라 불리는 만큼 회장 선출은 중대한 선거이지만, 사실상 많은 분들이 입후보 기준이나 내규 등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농협회장 선거는 조합원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 누군가는 조합장 출신이 아니기에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고 묻지만 줄곧 농협인으로 살아왔던 만큼 단단한 내실을 바탕으로 ‘농협을 더 크게 더 강하게’를 슬로건으로 당당히 입후보했다.

-다른 후보자들과 변별되는 강점이 있다면.
▲서문경농협에서 출발해 가락공판장 사업총괄본부장을 거쳐 대구공판장 사장에 오르기까지 오로지 능력과 실력으로 돌파해 왔다. 줄곧 농산물유통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온 농협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러한 현장 경험에 그간 다듬어 온 경영능력을 더해 한층 더 크고 강한 농협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농업인의 고령화, 농산물 가격 하락, 수입농산물 개방 등 농업이 전반적으로 위기에 처한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변화에 큰 역할을 다할 것이다.

-주요 공약은 무엇인가.
▲개도국 지위포기, 시장개방, 농작환경의 변화로 농업 현장은 큰 위기에 처했다. 농축업인에 대한 소득을 안정화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협 안팎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사업전문연구소 신설‧연수원을 건립하고 유통전문인력을 양성, 전문가 영입을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공판장 내 민간도매부문을 과감히 인수해 가격주도권을 확보하고, 생산에서 유통까지 디지털망을 구축해 가격조절기능을 강화하고 예측시스템을 제공할 계획도 있다. 이 외에도 중앙회장선거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던 간선제를 폐지하고 직선제로 전환해 중앙회와 지역농협, 나아가 농축업인들까지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직선제 추진에 따른 구체적 방안은.
▲현재도 직선제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완전한 직선제로 보기는 어렵다. 전국 조합장 1천118명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293명(중앙회장 포함)이 참여하는 만큼 사실상 간선제인 셈이다. 완전한 직선제가 되기 위해서는 250만여 명의 농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3월 둘째 주에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지역조합장선거에서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농민들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며, 진정한 ‘농민 대통령’의 의미를 담고 싶다. 이 과정에는 이사회 결정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통해 관련법까지도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추구하는 변화된 경영은 무엇인가.
▲기존에는 ‘신토불이’와 같이 농업을 막연히 동경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소비 트렌드와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특정 상품을 두고 가격과 서비스 등을 비교해 가며 구매한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농협을 대표하는 가장 큰 매장은 물론 지역 농협들도 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잘 파악하고 수익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경영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그간 지역농협과 중앙농협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농협인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농협인 모두가 상호협력의 자세를 갖춰 체계적으로 역할을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위해...임직원 공명선거 결의대회 개최

'농민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중앙회가 지난 14일 공명선거 결의대회를 열었다.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 임직원 800여 명은 제24대 중앙회장 선거에서 공명선거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식 부회장(회장직무대행)은 이날 행사에서 "이번 선거를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 농업인의 자긍심을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더 높이는 계기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공명선거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기 4년 단임제인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갖고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등 경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부터 양일간 정식 후보자 등록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지난 18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공식 선거운동을 펼치게 된다. 선거는 전국 조합장 1118명 중 대의원 292명이 참여하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으면 당선되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