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기자들을 변호사 다음으로 싫어하고 경멸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온다. 대부분 기자들은 주인공의 사생활을 뒤쫓고 피해를 주는 악역으로 그려지고 있다.  국내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10여년 전부터 기자가 악역을 넘어 혐오, 사회적 기득권에 빌붙는 ‘적폐세력‘으로 그려지고 있다. 

 드라마 ‘미세스캅2’에서 박종호 형사과장은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고 기자들은 사람들의 취향을 귀신같이 안다. 기자들은 진실 정의 그런데 관심없고 재밉고 돈되는 것 말고는 기웃거리지도 않는다'고 냉소적으로 말한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세력이 주창했던 기득권교체, 안티조선 운동의 영향도 있지만 언론에 대한 호의적이지 않은 국민정서가 반영된 것이며 이제는 기자들조차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유행어를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조국 사태 이후 또한번 '기레기'에 비난이 넘쳐나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끌어내리기 위해 보수 기득권 언론들이 나서서 왜곡, 폄하, 비방, 조작 기사를 쓰고 이를 야당이 떠벌리고 다시 보수 네티즌과 유튜버들이 퍼 날라 거짓을 진실처럼 정보의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원인이 된 최순실사건 때, 보수진영이 언론과 기자들을 향해 비난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2017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당시 최순실테블릿 등 특종보도를 했던 JTBC 중계차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서 퍼나르던 그때 그 시민들이 지금은 조국비리를 폭로하는 기레기, 왜곡보도 언론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달 대학송년회에서 지금은 성공회 신부를 하고 있는 선배가 묻는다. ‘기자들이 왜 조국장관을 못잡아 먹어서 환장하냐. 부끄럽지도 않냐’고 묻는다. 이들에게 기자는 기레기고 조국일가 보도는 다 왜곡보도다.

 그들에게 말했다. “난 후배들에게 정말 ‘기레기’가 되라고 한다. 욕많이 먹는 기자가 진짜기자다. 취재를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기레기같은 정신으로 취재를 하고 보도하라고 한다”고 하자 열띤 말싸움을 기대했던 그들은 어이없어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기자의 직업적 의미를 지나치게 과대포장하거나 유교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위 ‘지사형(志士型) 기자’로 보고 정의롭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기자. 집권자의 횡포와 독재에 맞서고 부패한 관리와 부자들을 혼내주는 ‘베트맨’ 같은 기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조선시대 임금을 향해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3사(三司) 언관(言官), 그 중에서 임금의 잘못을 간하고 벼슬아치에 대해 시비를 가리고 초개같이 목숨을 버렸던 사간원의 후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서구에서 신문의 기본적인 기능은 지식인에게 정보와 오락, 상업적 광고 등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특히 자본주의 발달과 활성화된 신문의 대중화는 그 소비계층이 서민이었던 만큼 상업적. 통속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소위 통속과 저질 언론의 대명사인 황색저널리즘(Yellow Journalism)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플리처상을 만든 미국 신문왕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로부터 시작됐다.

 기자란 대중이 관심갖는 정보를 모아 전달하는 역할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소위 ‘지사적’ 기자상이라는 오해와 과포는 지금 좌우로 나뉜 여론만큼이나 또다른 오해와 왜곡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최순실테블릿을 보도해서, 조국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가 기레기라면 기자는 보다 더 기레기가 되어야 한다. 기자들은 귀신같이 ‘사람들이 관심갖는 이슈를, 재밉고 돈되는 뉴스를 ’의 객관적 정보와 사건을 취재해서 전달하는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된다.

과거 정부찬양 신문보다 정권 비판신문이 민주화이후 주류매체가 된 것 역시 같은 이유다. 퓰리처가 말했다. “(기자는)무엇이든 잘못된 일을 공격하는 걸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는 “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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