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공약 마련을 돕고, 한국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를 벌였으며,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는 다른 자리를 제안한 핵심적인 인물을 임 전 실장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송병기 울산시 전 경제부시장의 업무일지에서 임 전 실장이 송 시장에게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도록 요청했다는 내용의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6월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 출마를 위해 이사를 갈 때만 해도 실세처럼 보였다. 

그러나 돌연 임 전 실장은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며 지난해 11월17일 총선 불출마를 넘어 정계 은퇴 수준의 발언과 함께 정치 야인으로 돌아갔다. 당시에는 ‘386운동권 인적쇄신’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일각에서는 종로가 지역구인 정세균 현 국무총리가 자리를 내놓지 않아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의 정계 은퇴 수준의 발언 배경은 결국 이런 사태가 올 줄 알고 ‘제도권 정치’ 운운하며 현실정치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또한 검찰 역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넘어 ‘몸통’으로 임 전 실장을 소환.조사하고 수사를 종료할 가능성이 높게 됐다.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임 전 실장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됐다. 한때 청와대 권력서열 2위였던 그다. 그러나 대통령 비서실장을 관두고 나온 임 전 실장은 정권 핵심 이너서클에서 멀어진 모습이었다. 여권 비주류 진영에서는 검찰 소환 언론보도가 나오자 친문 주류진영에서 비주류였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임 전 실장을 초대 비서실장으로 활용하고 이런저런 의혹이 일자 ‘토사구팽시킨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임 전 실장은 청와대 재직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출국 중이거나 감기 몸살로 쉴 당시에 자신의 최측근을 무리하게 승진시키거나 DMZ(비무장지대)에 선글라스를 끼고 ‘대통령 코스프레’를 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게다가 대통령 비서실장이면서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도 ‘모른 척’하기도 했다. 

급기야 자신이 무리하게 인사한 최측근이 청와대 인근에서 음주운전에 걸려 청와대에 망신을 주고 쫓겨나 임 전 실장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했다. 또한 DMZ 동영상 역시 군사보안 정보가 고스란히 실려 또 사과를 했다. 

나아가 군 관계자들은 ‘눈이 아파 선글라스를 꼈다’는 변명도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을 했다. 군사접경지역에서 선글라스 착용은 적대국에서 정부 요인으로 간주해 ‘암살’ 가능성이 있어 대통령조차도 선글라스는 물론이고 계급장까지 떼는 게 접경지역 규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임 전 실장은 작년 1월 사표를 내고 노영민 현 비서실장으로 교체됐다. 그리고 6월 종로로 이사했지만 종로는 누비지 않고 산과 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정세균 총리가 총리로 지명된 12월17일 정확히 한 달 전에 ‘종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래서 최근 임 전 실장이 민주당 정강정책 방송연설 첫 연설자로 나서자 이어진 임 전실장의 조기 정치복귀설이나 총선 출마설은 믿기가 어렵다. 필자가 보기엔 임 전 실장은 친문주류는 애초부터 아니었고 무늬만 신친문이었지 사실상 권력 핵심 이너서클에서 벗어난 지 꽤 돼 보인다. 오히려 그의 정치적 재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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