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람 부는 TK...통추, TK 현역의원 ‘전원 물갈이’ 권고?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4월 총선 공천을 둘러싼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가 살벌하다. 공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발 ‘대구·경북(TK) 현역의원 50% 이상 물갈이’ 방침을 정한데 이어 보수통합 실무논의기구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도 한국당 공천 방향에 긍정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통합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가동한 가운데 통추위 내부에서는 새보수당과 통합 시 ‘한국당 TK전원 물갈이 권고’하는 방안도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추위가 새보수당이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을 압박하는 차원을 넘어 각 당의 공천 지분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보수당 내부에서도 통합에 방점을 둔 의원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합이 여의치 않을 시 유승민 의원을 제외한 새보수당 통합파를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는 말도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당 TK의원들은 기계적 물갈이론에 반대하는 등 극심한 공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김형오(왼)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과 황교안(오)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김형오(왼)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과 황교안(오)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 보수당 당대당 통합요구...한국당 마지못해 양당협의체 ‘수용’

보수정당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구성된 가운데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의 ‘당대당’ 통합 협의체 요구를 수용했다. 양당 협의체 구성을 놓고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하며 보수통합 무산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한국당이 새보수당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이다. 

사실 혁통위 내부에선 한국당과 보수 시민단체 등은 양당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새보수당 주장에 부정적이었다. 한국당은 전체 보수 세력 중 새보수당을 일부로 봤고, 새보수당은 한국당과 동등한 위치에서 당대당 통합 논의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보수당이 양당 통합협의체 구성을 밀어붙이자, 황 대표가 혁통위원과 교감 끝에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혁통위원인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혁통위가 제시한 6대 원칙을 수용한 마당에 황 대표가 통합으 로가는 길에 여러 장애물을 함께 걷어내는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혁통위에서도 양당 협의체에 대해 그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에 대해 박형준 혁통위원장도 흔쾌히 이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혁통위를 지속하면서 양당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투트랙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김형오-황교안-혁통위, 삼박자…물갈이 압박

이런 와중에 한국당은 혁통위와 교감하에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혁통위에서 김 위원장을 적극 추천했다”며 혁통위-한국당 교감하에 공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 정권이 폭주, 독선, 독주하는데도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한국당 책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TK, PK를 막 갈아라는 소리가 나온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사했다. 특히 TK지역 물갈이론에 대해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며 "이번에는 할 수밖에 없는,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지만, TK에서 교체가 많이 돼야 물갈이든 판갈이든 된다고 국민들은 볼 것 아닌가”라며 “거기에 맞춰가는 것이 정치”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김 위원장의 발언에 보조를 맞췄다. 황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혁신의 핵심은 공천”이라며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이제는 되었다고 할 때까지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의원 3분의1 컷오프 ▲현역 교체율 50% ▲40대 이하 청년 30% 공천 등의 원칙을 거론하며 “이기는 총선을 위해 당력을 체계적으로 집중시키고 체계적으로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K 지역 물갈이에 대해선 “기본적 공천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지만 지역적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공천관리위에서 충분히 검토·논의해서 필승할 수 있는 공천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누구도 불이익을 당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황 대표과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이 혁통위에서도 2월 중순 통합신당 출범을 목표로 한 통합 로드맵을 발표함과 동시에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통합신당 출범 이후에도 공관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에 통합신당 창당 이전에라도 총선 공천 작업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박형준 혁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총선 전까지는 공식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가 어렵다”며 “선거대책위원회 중심으로 당을 운영해 모든 역량을 승리를 위해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혁통위 회의에서는 한국당의 공천 컷오프 원칙을 수용하자는 의견, 우세 지역에 청년·여성을 우선 배려하자는 견해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혁통위 내에서는 TK 전원 물갈이 권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혁통위 한 관계자는 “개별 의원들이나 특정 지역 공천을 이래라저래라 하진 않지만 큰틀에선 김형오 위원장 의견처럼 TK 전원 물갈이 수준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 핵심 쟁점은 공천 지분 배분 문제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 만큼, 한국당은 ‘공천=당선’이라는 TK지역 물갈이를 통해 공천권을 배분해 보수통합을 이룰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당 한 관계자는 “통합의 관건의 유승민 의원의 거취에 달려 있는 것 아니냐”며 “유 의원이 대구 동을이 아닌 수도권으로 출마할 경우 당선 안정권인 TK지역을 비롯해 새보수당 의원들이 공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같은당 또 다른 관계자는 “새보수당 내에서도 통합파와 비통합파간의 의견이 상당히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당 등이 보수통합 필요성을 언급하고, 그 여건을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유 의원의 반대 등으로 보수통합이 이뤄지지 못했을 시 그 책임을 새보수당에 전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악의 경우 유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통합파들을 개별적으로 입당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며 “새보수당을 와해시키고, TK물갈이, 혁신공천, 이기는 공천을 내세워 총선에서 여당과 한판 승부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TK물갈이론 불쾌한 TK “차라리 무소속 출마”

이러한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한국당 TK의원들 사이에서 일부 반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인근 한 식당에서 한국당 TK의원 10여명이 만찬 회동을 갖고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 주재한 자리로, 대외적으로 ‘지역 공약’ 개발을 위해 마련됐으나 TK물갈이론에 대한 불만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TK지역 한 의원은 “선거철만 되면 물갈이론이 나오는데 이제 중앙 정치권도 TK지역이 쉬운 선거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며 “결코 아무나 ‘꼽아서 되는 곳’이 아니다. 일방적 물갈이는 TK 주민까지 무시하는 처사다. 지지 기반인 우리가 봉인가”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당의 일방적 물갈이 시도는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전원 물갈이를 한다면 TK현역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냐”며 무소속 출마라는 강수를 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TK지역 관계자들은 “한국당 TK의원 전체에 대해 물갈이하면 현역의원들이 별도의 TK당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미심장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마디로 수치로 TK지역 물갈이 아닌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당은 22일 4월 총선 공천을 관리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8명을 확정했다. 원내인사로는 박완수 사무총장과 “한국당에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이 포함됐고, 외부인사로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인실 전 통계청장, 최대석 전 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 엄미정 일자리위원회 전문위원, 최연우 휴먼에이드 이사 등 6명이 선임됐다. 

공관위원 TK 출신 ‘제로’ TK 물갈이 서막 올라

공관위원들의 지역 분포도를 보면 호남 1명, 서울경기 2명, PK 2명, 충청 1명, 강원 1명 등이다. 한국당의 텃밭인 TK지역 인사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1일 생활권이고 부산 사람들도 대구 잘 알고 경북 사람들도 서울 사정을 잘 안다. 지역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TK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역 실정을 고려한 공천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TK물갈이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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