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국정운영 난맥상’, 이번 총선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자유한국당 김범준 예비후보.(경남 거제시) [사진=김범준 선대본 제공]
자유한국당 김범준 예비후보.(경남 거제시) [사진=김범준 선대본 제공]

불황 대비 못한 위정자들 물러나야···비전 제시하는 정치 지도자 필요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내 최대 조선 도시로 손꼽히는 경남 거제시는 선거 때마다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이 치열하게 맞붙어온 곳이다. 거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출생지로 상징성이 부각되면서 선거 열기가 어느 곳보다 뜨거운 모양새다. 본선도 중요하지만 그 출전 티켓을 거머쥐는 당내 경선 통과가 더욱 절실한 상황. 3선을 도전하는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과 정면승부에 돌입한 인물이 있어 주목된다. 같은 당에서 지난해 12월17일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장이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 1996년 신한국당 사무처 공채 1기로 시작해 벌써 정치권에 머무른 지 20년이 넘었다. 일요서울은 거제 출신 정치계 ‘베테랑’인 김범준 예비후보에게 총선에 도전하는 포부와 혁신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21대 총선 출마 배경은.

▲ 당 사무처 출신으로 정치권에 오래 있다 보니 지난 박근혜 탄핵 이후로 보수가 궤멸되는 상황도 직접 옆에서 목도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진보 일변도로 잘못돼 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 때문에 관련 책(진보 민주주의 vs 보수민주주의)도 썼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진보 진영이든, 보수 진영이든 어느 일방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좌우의 균형’, ‘진보-보수의 균형’이 제대로 맞춰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지난 탄핵 이후로 한쪽 진영이 일방적 독주를 이어갔다. 상대를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적으로 규정하고, 같은 공동체 내에서 함께 생존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대통령‧지방선거 때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던 균형들을 이번 총선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하고 있는 각종 국정운영의 난맥상들을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당(자유한국당)은 개혁적이고, 쇄신을 할 만한 젊은 보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 스스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치판에도 오래 있었고, 늘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만 해 왔는데 이번에는 직접 나서서 한번 변화의 중심에 서 보겠다는 차원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 경남 거제시를 택한 이유는.

▲ 거제가 고향이다. 학교도 다 이곳에서 나왔다. 지역에 대한 애정도 있다. 거제 정치 지도자들이 불황을 대비 못해, 실제로 지역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또다시 일신의 영광과 가문의 영광만을 위해서 정치를 계속하려는 것에 대해 용납을 못하겠더라.

- 지역구 핵심 현안과 김한표 의원(3선 도전)과의 당내 경선 포부를 설명한다면.

▲ 거제는 세계 최대의 조선 도시다. 조선 경기가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받아, 업앤다운(부침)을 반복하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황일 때 불황을 대비하지 못했다. 지금 거제 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이나 낭패감,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히 크다. 정작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 ‘세계 조선업의 변화’ 등에 대해 핵심 위정자들이 알아서 대비를 했어야하는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결국 열심히 일한 사람들만 오히려 그 피해의 중심에 서 있는 게 마땅치 않다. 30년~50년 뒤의 미래 모습을 정치 지도자들이 제시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경기 흐름에 몸을 맡겨 ‘잘되면 내 탓, 잘 안 되면 남 탓’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도 지고, 물러나는 자세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책임도 지지 않고 또다시 ‘배지를 달겠다’, ‘시장이 되겠다’ 등 거제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미래의 모습,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정치 지도자를 해야 하지 않나 이 생각이다.

- 주요 공약에 대해 설명해달라.

▲ 거제를 필두로, 군산, 영암, 목포, 통영, 고성, 사천할 것 없이 조선 산업이 위기다. 한때는 조선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어려워진 지역들이 많다. 막연하게 조선업이 좋아질 것이라고 쳐다만 보고 있게 만들어선 안 된다. 다른 산업도 도모하면서 조선 산업 종사자들이 밥 먹고 살 수 있게 하려면 먼저 근거 법령이 만들어져야 한다. 경기 회복을 위해 가칭 ‘조선산업위기지역지원특별법’을 만들 것이다. 이게 제1호 공약이다. 국내에는 그런 법들이 많았다. 폐광지역개발지원특별법, 새만금특별법, 원전지역피해지원특별법 등처럼 특정 산업 구조조정이나, 정부의 경제정책의 변화로 인해 지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에 정부가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이나 새로운 대체 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준 케이스가 많다.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기겠다’ 이런 것도 정부의 조선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인데,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그 여파로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에 대해 인센티브를 줘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근거법이 있어야 한다. 각종 규제도 풀어주고, 인센티브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또 하나는 거제가 관광을 해서 먹고살아야하는 지역이고,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너무 조선 산업에만 집중해 놓친 부분이 있다. 즉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기본적으로 도시 인프라가 구체적으로 갖춰져야 하고, 제반 소재가 있어야 한다. 그걸 하기 위해서 여수처럼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게 맞다. 거제가 전 세계 최대의 조선도시이기 때문에 조선해양엑스포를 추진할 것이다. 조선해양엑스포는 과거에도 검토됐던 사안이다. 배를 만들고, 세워놓는 이런 것들도 관광 상품화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엑스포를 기점으로 도시 자체가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만들어볼 것이다.

- 20대 국회에 대해 평가한다면.

▲ 과거부터 국회에 있으면서 지켜봐왔다. 역대 최악의 국회가 20대 국회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국회 내에서는 그동안 협치라는 게 존재했고, 가능했다. 과거에는 원내총무라 했던 원내대표들끼리 앞에서는 싸우더라도 뒤에서는 협상했다. 원래 정치라는 게 조정하고, 중재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근데 20대 국회에서는 조정‧중재‧타협 등 절충의 기능이 사라져버렸다. 사실 국회에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의 책임일 것이다. 과거에는 몸싸움을 하더라도 뒤에서는 조정하고 타협했었는데 그게 완전히 없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통과시켜야 하는 민생법안도 제대로 통과 못 시키고, 양극단을 달리면서 자기들의 정략적인 것만 드러내 결국 모든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이것은 여야 할 것 없이 다 책임이 있다. 우선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여당이 지는 것이다 보니 여당의 책임이 크겠지만, 야당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야당 리더들의 잘못이 크다.

- 국내 정치판에서 무엇이 우선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 간혹 이정현 의원이 한 말이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이 의원은 계속 ‘젊은 피 수혈’을 말하고, 국 안에 자꾸 새로운 재료를 넣어봐야 국 자체가 썩어있으면 썩은 국밖에 안 되는 것 아니냐(국물만 갈지 말고 한 번쯤 국그릇째 갈아야 한다는 이 의원의 주장)고 한다. 이게 물을 바꿔야 하는데, 계속 재료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정치 문화‧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정치 문화‧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쇄신이다. 여야 모두 문제가 많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리더들의 문제가 컸지만, 사실 초‧재선 의원들이 입을 닫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역대 어느 정당이나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초‧재선 의원들이 있었다. 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거나,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초선들이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자유한국당은 그런 것들이 없어져 버렸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결국 정치 문화‧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건데, 인적쇄신이 전제다. 사고가 젊은 사람들이 여야에 많이 들어가서 제 목소리를 내야 정치문화가 바뀔 것이다. 인적 청산도 괜찮고, 인적쇄신도 괜찮다. 사람이 바뀌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한국당도 마찬가지지만 모두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개혁적이고, 소신‧역량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 자리에 오래 있으면 무뎌진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시간의 힘을 이길 수 있는 정치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꼭 5~6선이 국회의장을 해야 되는 게 아니잖느냐. 초‧재선 중에도 능력만 있으면 국회의장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도 지자체에서는 도‧시의회 초선 의원이 의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도의회나 시의회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욕하지 못한다. 그 연장선상이라 보는 것이다.

-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결국에는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정치 문화‧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유권자들이다. 아는 사람이라고 찍고, 얼굴 봤다고 찍고, 돈 받았다고 찍고 하는 이런 유권자들의 선택이 잘못된 정치 문화를 만들고, 잘못된 정치인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결과는 국회에 드러나고, 지방의회에 드러나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이 정말 개인적인 친소‧이해관계를 떠나,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으로서 ‘일을 잘할까’, ‘역할을 잘할까’ 등을 보고 제대로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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