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 불출마 지역 포함 15곳에 대해 전략 지역으로 분류했다. 해당 지역에는 거물급 인사들이 전략 공천될 공산이 높다. 이에 최소한 1년 최대 4년 넘게 지역구를 누빈 무명의 예비 후보들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대표적인 지역이 광진을 김상진 예비후보다. 5선의 추미애 의원 지역구였지만 법무부장관으로 가는 바람에 무주공산이 됐다. 하지만 중앙당에서는 자유한국당 오세훈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무명 후보보다 잠룡급 내지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사를 전략공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론된 인사로는 이낙연 전 총리부터 현재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쟁쟁하다. 

이에 김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민주당에서 인정한 예비후보로서 활동하고 있다. 실체가 있지만 사실상 ‘유령후보’ 김상진”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김 후보만 유령후보가 아니다. 동작을 나경원 지역구에는 민주당 예비후보로 강희용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허영일 행안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뛰고 있다. 하지만 나 의원을 겨냥한 ‘자객공천론’이 횡행하고 최근에는 당이 영입한 이수진 전 판사가 전략공천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이 밖에도 부천 오정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 지역구에서 텃밭을 갈고 있는 김만수 전 부천시장,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전략 공천될 가능성이 높은 구로을의 조유형 예비후보, 강창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제주갑 박희수 후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강릉과 춘천 지역 민주당 예비후보들까지 '유령후보'가 됐거나 되기 직전인 인물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출마’를 선언한 표창원 의원의 지역구인 용인정의 경우 이탄희 전 판사가 전략공천될 것으로 알려지자 해당 지역에서 출마를 위해 몇 년간 터를 닦던 민주당 인사들이 예비후보등록조차 하지 않는 비민주적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문 정부 초대 춘추관장을 지낸 권혁기 후보가 점찍은 용산의 경우 출마 시 경선과 본선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의문의 불출마 선언으로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성 구청장은 출마를 위해 경선룰까지 변경해 달라고 해 관철시킨 인사다. 이 지역 군소 후보들은 실체가 있지만 '저승후보'가 된 케이스다. 

문제는 전략 공천 지역 15곳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를 통해 하위 20%에 대해서는 감점을 통해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이 지역 역시 전략 공천 내지 단수 공천으로 될 공산이 높다. 수도권 중진 의원이 다수라는 점에서 당내 경쟁 후보가 거물급 내지 유명인이 껴들 틈이 없었다. 결국 하위 20% 지역 역시 군소 후보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당이 전략공천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호남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역구는 총 28곳으로 현재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이 있는 곳은 6개 지역이다. 나머지 22개 지역은 타당 후보가 현역의원으로 있는 지역이다. 호남 지역구를 가진 현역들이 지난 총선 때 집단 탈당해 안철수 국민의당으로 간 것이 오히려 호남 공천을 가볍게 만들었다. 특히 호남은 20대 총선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폭등하면서 누가 후보가 되든 당선 가능성이 높다. 

총선을 앞두고 당청이 전략공천의 유혹의 빠지는 이유는 친문 친위대의 필요성 때문이다. 개인적인 권력욕도 존재하지만 임기 말로 치닫는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한 친위대는 필수불가결이다. 이미 청와대와 정부에서 내려보낸 인사만도 60여명을 훌쩍 넘었다. 이들 모두에게 공천을 줄 수는 없겠지만 40여명만 입성한다 해도 문 대통령과 친문 입장에서는 든든하다. 그러는 사이 실체도 없이 열심히 뛰고 있는 '유령후보'들만 늘어난다는 점이다.

문제는 공천 막바지, 실체가 없던 유령후보들이 뭉쳐 그 실체를 드러낼 경우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집권여당이 감내해야 할 책임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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