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영웅 촉 황제 유비는 살던 터전을 3번 옮기며 큰 변화를 겪는다. 황건적의 난으로 세상에 나가기 전 유비는 유주(幽州) 탁군(涿郡) 탁현에서 발·돗자리를 팔아 생계를 잇는 서생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황건적 퇴치를 위해 황실보호를 명분으로 모병을 하여 전쟁에 나서 세상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조조를 치려다가 실패한 뒤 형주로 가서 곁방살이를 하면서 제갈공명과 형주의 영웅호걸들을 만나 형주를 차지해 천하쟁투에 나설 기반을 쌓는다.

그 뒤 유비는 다시 제갈공명의 청을 받아 드려 수비를 하기에는 취약한 지역인 형주를 버리고 서천으로 나아가 조조와 손권과 다퉈야 한다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받아들여 서천을 차지하고 황제에 등극한다. 유비는 탁현과 형주, 서천으로 기반을 옮기면서 천하대권을 향해 나아간 것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금 중도계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부터 우리공화당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애국심으로 반문연대의 길을 같이 가자며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은 범 친문세력과 범 반문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우파로서는 21대 총선에서 이겨야 친문세력의 '개헌 음모'를 저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 공학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김무성 전 대표에게 묻고 싶다. 지금 김무성 전 대표가 가야할 길이 묻지마 중도보수통합인가. 아니다. 틀렸다. 이미 김무성 전 대표는 묻지마 정치통합을 실패한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치연대다. 당시에도 대안부재론 속에 김무성 전 대표는 박근혜 대선 후보의 SOS를 받고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대선승리에 기여했으나 이후 대통령과 통화한번 못하고 왕따 당하다가 결국 20대 총선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다.

지금 묻지마 통합을 주장하는 김무성 전 대표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묻지마 통합을 하면 반문세력이 친문세력을 이길 수 있을까. 현재 친문 진영을 보면 크게 손해 볼 전략은 아니지만 그것은 통합이 원만하게, 즉 통합 참여세력이 지분 다툼없이 끝난다는 전제로 가능한 일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21대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동안 지나치게 평가 절하된 측면이 있어 대권감이라기보다는 킹 메이커라는 소리를 더 듣는 그다. 누군가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하지만 그의 정치역정은 결코 허업이 아니었다. 정치를 개인의 성공으로 보는 자에겐 허업이겠으나 국민과 국가를 기준으로 보면 해방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 즉 정치는 경제만큼이나 비약적인 발전을 해온 것이 사실이고 그 길에 정치인 김무성이 있었다.

권력에 아부하고 싶지 않아 비주류가 됐다. 이렇게 쓸쓸하게 떠난다 생각하니 마음 아프지”(신동아) 말하면서도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이쪽저촉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서슴치않는 정치인 김무성에게 마지막 남은 과제는 민주적인 사고로 무장된 건전한 정치세력의 육성이다.

지금 김무성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묻지마 보수통합이 아니다. 지금의 보수통합은 이번 총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국가 미래를 위해 결코 이롭지 않다. 또 정치인 김무성이 원했던 민주 대한민국과도 길이 멀다.

김무성 전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할 때 당 출입기자로 몇 번 독대한 적이 있다. 호쾌하고 거만한 기질도 있었지만 당시 한나라당에서 보기 드물게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성. 순결성이 보였다. 자신과 당 보다는 국익과 국민을 우선하는, 그리고 정치의 순리를 강조하는 대인다운 풍모도 보았다. 몇 번 필자의 기대와 다른 길을 선택도 했지만, 대체로 쓰러져가는 피사의 사탑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에 마음속으로 그의 실험, 도전이 성공하길 기대했다.

금 정치인 김무성이 마지막 선택해야 하는 정치 투신(投身)은 새로운 미래 세력과 손을 잡고 새로운 정치기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정치인 김무성에게는 ‘PK'’YS(김영삼)‘의 자산이 있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미래다. 최근 결단과 개혁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거론된다. 그의 성공과 도전에 대한 얘기가 많지만 필자는 마크롱은 알았다는 것이다. ‘사회당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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