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박한석 한국손해사정사회 부회장 (독립사정사협회장)


사고로 생긴 손해가 발생하면 대부분 보험회사의 통보만을 기다리기 일쑤다. 그러나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보험사고에 대한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업무에 관해 손해 사정인을 고용 또는 선임토록 돼 있고, 아울러 보험 계약자도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관련 전문가에 의뢰, 불합리한 보험금 지급에 대응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제도는 1978년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전문성을 갖고 공정한 손해사정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1985년부터는 본격 시행되기 시작해 20년을 넘겼다. 최근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보상에 대한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손해사정사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한석 (사)한국손해사정사회 부회장(독립사정사협회장)도 바빠졌다.

“매출 2억원의 슈퍼마켓이 사고로 매출이 제로가 되면 손해액은 얼마나 됩니까?” 인터뷰 시작과 함께 던진 질문이 대답이 아닌 반문으로 날아들었다.


보이지 않는 손해도 계산

“1000만원 정도…” 풍월 경력으로 얼버무린 대답을 박 부회장에게 내놨다. 다시 박 부회장은 계산 기준을 물었다. 손해사정사의 역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기자에게 던진 반문들이다. 반문과 함께 설명이 쏟아졌다.

사업소득액은 매출액에서 제반 경비를 뺀 금액을 말하는데 제반 경비는 물품구입비, 인건비, 임차료, 전기세, 광고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영세업체들은 세금계산서와 거래 내역을 꼼꼼히 챙겨 서류로 보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갑작스런 사고에 대한 보상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 업자가 스스로 계산한 매출액과 사업의 종류별로 정해진 국세청의 소득표준율로 계상하게 된다.

매출액이 2억원인 상점을 가정하면 2007년도 국세청의 슈퍼마켓 소득표준율 4.8%인 것을 감안, 연간 소득액은 960만원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손해사정사의 역할은 이후부터 나타난다. 960만원은 사업을 운영하지 않았거나 폐지했을 경우에 얻지 못한 수입일 뿐이라는 것이 박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업을 계속 운영했으면 사업 운영으로 인해 지출된 손실은 반영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며 “손해사정사의 역할은 의뢰인의 보이지 않는 손해 부분까지 계산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태안 원유유출

“관광업 분야의 손해액은 매출액뿐만 아니라 실제 운영형태 등에 따라 손해액을 달리 산정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박 부회장은 태안 원유 유출에 따라 피해를 입은 어업과 다른 업종 등은 산정 금액에 대해 타당한 사유와 근거를 제기해야 하는 전문적인 일이 되므로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보상액을 최대화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상하는 측에서 가장 적은 손해액이 산정되는 자료를 근거로 최저 보상을 유도하는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이 적거나 경비가 많은 업체를 기준으로 자료나 근거가 별반 없는 업체에 전체적으로 적용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피해 주민들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산출한 매출액과 경비 등에 대한 자료를 직접 제출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피해주민들이 개별적으로 피해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이 아니라 주민 전체적인 자료를 모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박 부회장의 충고다.

한국손해사정사 협회 활동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등 대형 재난에서 두각을 보였다. 협회는 518개 회원사의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태안으로 간 손해사정지원단

이에 따라 협회는 최근 태안 주민들의 원활한 피해 보상을 위해 ‘태안 유류 오염사고 손해사정지원단’을 꾸렸다.

피해 현장에서 주민들의 피해 보상 체계에 대한 상담부터 손해액 산정까지 다양한 상담을 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많은 회원사와 전문인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프라를 이용, 피해 주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손해사정을 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대한의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구마다 방문하고 개인별로 접촉해 피해 주민들의 사소한 부분도 보상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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