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천자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2월 둘째 주부터 총선 예비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특히 눈에 띄는 후보군은 단수공천을 받은 인사들이다. 원외인사는 36명이 단수공천을 받았고 민주당 현역 의원 중에는 64명이 단수 후보로 면접을 본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129명이고 그중 지역구 의원이 116명이다. 그중에서 이해찬, 원혜영, 표창원 등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구를 가진 현역 의원 10여 명을 제외하면 106명이다. 이 중 64명이 현역의원 단수 후보로 결정됐다. 

여기에 민주당 내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평가해 하위 20%(22명)에 포함된 현역 의원들의 경우 명단을 비공개해 감점을 받더라도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현역 물갈이 폭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영남을 제외하고 민주당 경선만 통과하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엿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에서 복무한 공직자나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들이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공천을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한창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청와대나 공직자 출신들 중 이번 총선에 나서는 인사들만 70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민주당 단수 공천된 36명의 원외 인사들 중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과 각료가 10여 명에 달하다. 대표적 인사가 서울의 경우 진성준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기획비서관, 이용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 조재희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관리비서관이 부산에서는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사실상 공천을 받은 상황이다. 

또한 충남의 경우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나소열 전 대통령비서실 자치분권비서관, 복기왕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조한기 전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청와대 출신으로 민주당 현역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인사들도 있다. 

유송화 전 춘추관장은 노원갑 민주당 고용진 의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의 경우 마포갑에 출사표를 던져 3선의 노웅래 의원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또한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송파병 재선 남인순 의원 지역을 출마지로 잡았다. 이들은 30~40대 젊음을 내세워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대통령이 보내서 왔다”, “청와대에서 보냈다”며 은연중에 청와대 출신·친문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광역·기초단체장뿐만 아니라 광역·기초 의원 당선자 중 경선과 본선에서 ‘친문·친노 마케팅’은 주효했다. 그런데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친문 마케팅이 다시 경선과 본선에서 막강한 선전 도구가 될 조짐이다.

무엇보다 하위 20% 현역 의원 명단을 비공개 원칙으로 정한 가운데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 경우 해당 지역구민들은 ‘혹시 우리 지역구 의원이 하위 20%에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청와대 출신들이 ‘대통령이 보내서 왔다’는 친문 마케팅까지 더할 경우 현역과 경선은 해볼 만하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후보자 본인의 장점이나 지역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친문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메울 요량이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공산도 높다. 당으로서도 부담이다. 민주당 후보들끼리 지나친 경쟁은 결국 분란의 씨앗이 되고 지지율 추락과 함께 총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이 하위 20% 명단을 비공개로 정한 중앙당 탓도 있지만 그보다 ‘청와대 출신’, ‘친문’이라는 점이 오히려 본선에서 부메랑이 돼 낙선의 쓴잔을 마실 수 있다. 역대 선거를 보면 정권 임기 중간에 치러진 선거는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된다. ‘친문 마케팅’이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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