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성공 못하면 그룹 위기 온다”

지난 6월 28일 중국을 국빈방문중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다탕그룹 본사내 한중 이동통신서비스 개발센터를 방문. 최태원 SK 회장(오른쪽)과 쩐 차이치이탕 그룹 총재(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제3의 창업을 선언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요즈음 발길이 분주하다. 최 회장이 최근 몇 해 전부터 역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글로벌 성장‘이다. 그가 글로벌 성장을 주창하는 이유는 주력 계열사인 SK㈜와 SK텔레콤이 내수 중심의 사업인 만큼 시장 포화와 경쟁 격화 등 환경변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외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최 회장은 임직원 회의 등에서 “3년 내 중국 등 해외 진출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룹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올 초까지 SK그룹에게는 중국 실적 향상, 2ㆍ3세대 통신ㆍ방송 융합, SK텔레콤 국외 진출, SK네트웍스 워크아웃 졸업, 계열분리 여건 마련 등 현안과제를 떠안고 있었다. 이중 두 가지 현안에 있어 하나는 2003년 2월 분식회계 사태로 인한 SK 글로벌 사태로 이 회사의 후신인 SK네트웍스가 워크아웃에 돌입했지만 최근 워크아웃 졸업이 확정됐다.다른 하나는 최 회장이 그룹 중추회사인 SK㈜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공표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변화와 계열분리 여건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의 일련의 행보는 벌써부터 그룹 내외에서는 창업주인 최종건 전 회장의 ‘맨손 창업’과 동생 최종현 전 회장의 ‘에너지와 통신 양 날개 구축을 통한 제2 도약’의 바통을 이어받은 ‘제3 창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의 도전과 글로벌 경영론을 살펴본다.

최근 최태원 회장은 최근 신임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리에서 “성공적인 글로벌 경영을 위해서는 가망이 없거나 판세가 불리할 때는 신속히 죽을 줄 알아야 하는 포커경영론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리할 때 죽을 줄 아는 ‘포커경영’ 절실

과거에는 상대방과 내 전략이 보이는 것을 감안해 대응하는‘체스 경영’을 주로 해왔지만 앞으로의 글로벌 마켓은 포커 게임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포커 게임’은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모든 게 불확실하며 판세가 불리하거나 가망이 없으면 신속히 죽을 줄도 알아야 하지만 패가 좋아야만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오로지 나의 선택이 나의 생사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그는 글로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시시각각 생겨나는 장애요소와 변화 등을 감안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적절하고 유연한 대책을 세울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그는 글로벌 경쟁자들에게 우월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언젠가 우리 자신이 죽게 돼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글로벌 게임에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지 내가 잘 해왔던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기존의 지식과 비즈니스 모델들이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새롭게 검증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검증 없이 과거에 통용됐던 경험과 경력만 갖고 그대로 적용해서는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 회장은 성공적인 글로벌리제이션을 위해서는 과거에 내가 어떻게 했다는 기존의 지식은 버려야 하며 그것을 부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며 변화에 대한 수용 정도, 즉 글로벌리티(Globality)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국 경쟁력은 ‘스피드’ 중국과 중동은 도약의 발판

최 회장은 “자연자원이 많지 않은 한국의 경쟁력은 ‘스피드’이며 이것이 우리의 성장엔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번 뉴욕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연설에서 그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50여 명의 한국과 미국인들을 상대로‘SK의 성장과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이 강연에서 SK의 경영은 인류의 행복을 창출하고 보다 나은 삶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성장을 통해 주주와 고객·종업원·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마켓 확대를 위한 매력의 시장으로는 중국과 중동지역을 꼽고 있다.

최 회장은 항상 임직원들에게 “중국 시장은 더 이상 수출시장이 아니라 내수시장”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미 SK㈜는 2004년에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SK중국투자유한공사’를 설립해 현지화를 강화했다.

중국에서 2010년까지 매출 5조원 달성, 20여개 현지법인을 보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에너지·화학 메이저’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그룹 전체로는 14개 지역에 50여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 채용 인력은 2000여명에 달한다.

현재 SK 중국 사업이 에너지, 화학, 정보통신 등 국가 규제 영역이란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은 주력 사업의 진출과 정부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신규사업 영역 발굴 쪽으로도 눈을 돌려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을 수행중이다.

중동에 대해서도 그는 아직 기회가 많고 틈새시장이 있다며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의사결정 분산 글로벌 경영의 열쇠

최 회장은 1998년 회장 취임 이후 그룹 내 의사 결정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 초부터 기업 최고의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개혁하기로 하고 민간기업 최고 수준인 70%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구성했다.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특히 이사회 사무국 지원조직 구성 등을 통해 사외이사들에게 회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이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오너중심의 지배 구조를 이사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지배구조로 바꾼 셈이다.그의 이러한 발상은 회장이 됐을 때 모든 권한과 힘이 자신에게만 집중돼 있어 이러한 체제로서는 글로벌 경쟁 구도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권한 분산이 절실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난관도 적지 않았다. 그는 경영진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그래 봤자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그는 기업의 경영진들은 업무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임을 주지시키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해당 CEO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고 이에 맞는 답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자신이 해답을 알고 있더라도 경영진들에게 질문을 해서 스스로 고민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SK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현재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룹이 최근 추구하고 있는 행복경영도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경영이념을 도입한 것”이라며 “SK경영의 목적은 인류의 행복을 창출하고 보다 나은 삶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그 의미를 정의했다.


#탄력 받는 ‘글로벌 경영’ 성공여부 미지수
중국 및 아시아 비공식 행보 눈길

빌 게이트 MS 전 회장과도 인연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글로벌리티(Globality)’ 경영에 물이 오르고 있다.

최근 해외 전략시장을 향한 최 회장의 발길이 요즘 무척 분주하다. 특히 그간 공을 들인 중국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일궈 내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올 들어 최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데 이어 미국, 중동 등을 다녀왔다. ‘글로벌리티 경영’을 그룹경영의 화두로 삼은 만큼 몸소 현장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김신배 사장 등과 함께 중국 남부 하이난 섬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에 참석했다.

최 회장의 이번 일정은 중국 및 아시아 비즈니스를 위한 비공식적인 행보에 더욱 비중이 실린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과 우방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중국 최대 에너지기업인 시노펙 왕톈푸 총재 사이에는 공식 미팅도 있었다.

주요 현안은 SK텔레콤의 대중국 사업을 보다 진전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건

또 보아오 포럼을 찾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과의 자연스러운 만남도 있었다. 최 회장은 귀국 후 또다시 해외시장을 향해 짐을 꾸릴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및 중동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최 회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SK그룹이 심혈을 쏟고 있는 싱가포르를 축으로
한 동남아시아 지역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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