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부인인 명계춘(95) 여사가 지난 9월 16일 오전 4시40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박두병 회장 별세 이후 35년 만이다.

박두병 회장이 1967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지내며 두산그룹을 일궈낼 수 있었던 데에는 재벌가 안주인답지 않게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온 명 여사의 조용한 내조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1913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1년 5월 숙명여고 졸업 후 두 달 만에 공회당(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당시 경성고등상업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고 박두병 회장과 결혼해 대가족의 며느리로 들어갔다. 명 여사는 장남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을 비롯, 슬하에 6남1녀를 두었다.

명 여사는 광복 후 박두병 회장의 뜻에 따라 운수업의 실무를 맡아 훗날 그룹의 모태가 된 무역업체 ‘두산상회’의 토대를 닦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평생 근검과 겸손을 몸으로 실천했다. 어릴 적에는 명절 때 쓰던 달걀 껍데기에 남아있는 흰자위를 모을 정도로 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고, 결혼 후에도 취사용 가스가 아깝다며 난로에 연탄불을 피워 곰국이나 보리차를 끓였다. 1973년 박두병 회장이 타계한 뒤에는 두산가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한편 이날 빈소에서는 박용곤 명예회장,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유족들이 문상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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