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가득 ‘떡집 아들’ 세계야구 평정한다

지난 6일 MVP시상식을 앞두고 김광현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신 일본킬러’의 도전이 시작됐다. 한국 프로야구 챔피언 SK 와이번스가 아시아시리즈 재패를 위해 일본 땅으로 향하던 지난 11일 아침 20살 에이스 김광현의 표정은 덤덤함과 긴장감이 함께 엿보였다. “일본킬러라는 말은 부담된다”면서도 장타력이 좋은 세이부의 타선을 거침없이 꿰뚫어보던 대한민국 MVP의 각오는 그야말로 ‘포스’가 넘쳤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시즌 MVP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광현의 올 해 마지막 도전은 지켜보는 내내 팬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 광고 속 굴욕마저 특별한 김광현의 모든 것을 인물 탐구를 통해 들여다봤다.

야구를 잘 모르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김광현(20·SK와이번스)은 일명 CF스타로 통한다. ‘나는 국가대표 투수다’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로 시작하는 SK텔레콤의 최근 광고에서 김광현은 목욕탕에서 동료들과 아이스크림 내기 다트 게임을 하다 엉뚱한 표적만 맞추는 ‘굴욕’을 당한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로고송까지 직접 부르며 소속팀의 CF에 출연한 그는 수더분한 웃음으로 에이스 투수라는 냉철함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CF스타로 각광받는 것 이상으로 그가 올 시즌 야구계에 쓴 역사 역시 화려하다. SK 왼손 에이스인 그는 지난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과의 예선전과 4강전에서 나이를 의심하게 할 만큼 호투를 펼쳐 조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영건의 비법! 이거네 이거!”

예선전에서 5.1이닝 7탈삼진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킨 김광현은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5:3의 승리를 안겼고 4강전에서는 8이닝 5탈삼진 6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의 무난한 성적으로 ‘호시노 일본’을 완전히 제압했다.

4강전을 앞두고 그는 “일본을 2번 속게 해 주겠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가 ‘일본킬러’의 명성과 인연을 시작한 것도 지난해 열린 아시아시리즈 덕분이다. 작년 한국 챔피언으로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 김광현은 일본 챔피언인 주니치와의 예선에서 6.2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150km 강속구와 명품 슬라이더

잇따른 일본전 호투를 계기로 스무 살의 그는 올해 팀의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일명 ‘5억 팔 괴물’로 최고 몸값을 자랑했던 루키 김광현은 다승왕, 탈삼진 부문 1위와 더불어 올해 최우수선수로 등극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아버지가 떡집을 운영해 ‘떡집 아들’로 통하는 김광현의 최대 무기는 역동적인 투구 폼에서 내리 꽂히는 150km 이상의 강속구와 최고의 구질을 자랑하는 명품 슬라이더다. 국내에서 난다하는 홈런타자들을 꽁꽁 묶은 ‘스무 살 Dr. K’는 시즌이 끝난 뒤에도 전혀 방심하지 않는 눈치다.

지난주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 참가 차 11일 아침 일찍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 김광현은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첫 경기 선발 등판을 예약해둔 상태였다.

김광현은 출국 직전 인터뷰를 통해 “‘일본킬러’라는 말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잘하겠다. 아시아시리즈 진출이 목표였고 올해 마지막 무대이므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김광현은 ‘무조건 잘 하겠다’는 말과 함께 숙적인 세이브 타선에 대한 나름의 분석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이부 소속 선수들 모두가 홈런타자다. 장타력이 뛰어난 팀이다”면서 “도쿄돔은 유난히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이다. 공인구도 반발력이 좋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목표는 아시아 최고!

또 한국 무대와는 다른 스트라이크존도 변수다. 김광현에 따르면 아시아시리즈에서는 좌우 폭이 좁은 대신 상하 폭이 넓은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된다. 얼마나 빨리 스트라이크존을 파악하고 이를 실전에 응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김광현의 경우 지난해 이미 적잖은 경험을 쌓았을 뿐 아니라 ‘야신’ 김성근 감독 아래서 배운 ‘특별수련’이 빛을 발한다면 걱정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 목표는 한국시리즈가 아니라 아시아시리즈 우승이었다’고 밝힌 선수단의 기합은 어느 때보다 물이 오른 상태다.

에이스 김광현을 선두주자로 한 SK 일진들은 세이브와의 첫 경기를 비롯해 전 경기 승리를 목표로 마지막 담금질을 마쳤다.

11일 아침 8시 40분 비행기로 김포공항에서 일본행 비행기를 탄 SK선수단은 하루 전인 10일에도 문학구장에서 훈련을 계속했다.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단 사흘간의 휴식만을 허락한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선수들을 채근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타자들은 하루 세 시간씩 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때보다 훈련 강도는 더 강했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이 출국한 11일 보다 이틀이나 앞서 김정준 전력분석 팀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뒤였다.

SK선수단의 아시아시리즈 우승 목표는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주니치에게 아쉽게 져 우승을 넘겨준 SK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김성근 감독과 당시 출장했던 19살의 김광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에는 모든 것이 첫 도전이라 감독과 선수들이 모두 들떠있었다면 올해는 준비된 만찬에 참석한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김성근 감독 특유의 강훈련에도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스무 살 영건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조금 분위기가 들뜬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가서 준우승했다”면서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시리즈보다 부담이 적은 만큼 컨디션도 좋고 반드시 우승컵을 손에 넣을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야구 기자단 MVP 투표에서 김광현은 전체 94표 중 51표를 획득해 동갑내기 김현수(두산베어스)를 제치고 MVP를 거머쥐었다. 그는 2천만원 상당에 달하는 순금 트로피를 직접 깨물며 최고 에이스로의 신고식을 치렀다.


일본열도 주목받는 코리언특급

올 시즌 27경기에서 16승 4패를 거둔 김광현은 다승왕과 함께 탈삼진 (150개) 1위를 차지했고 평균자책점(2.39)에서도 2위를 차지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당시 김광현의 목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 투수가 되고 싶다는 것.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가 되겠다. 아시아시리즈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또 내년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분위기를 이어서 계속 잘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나는 국가대표 투수다’는 CF 속 명대사를 최고의 자리에서 유쾌하게 날린 것이다. SK가 MVP를 배출한 것은 지난 2000년 팀 창단 이후 처음이며 배영수(2004년), 손민한(2005년), 류현진(2006)년, 리오스(2007년)로 이러진 다승왕 MVP의 계보를 5년째 이어갔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도 상을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며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쳐준 김현수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도 밝힌 김광현은 나이답지 않은 속 깊은 인터뷰로 기자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타고난 프로다.

김광현을 첫 경기 선발 투수로 낙점한 SK는 결승전까지 로테이션의 대략적인 윤곽을 잡아놓은 상태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13일 세이브와의 첫 경기에는 에이스 김광현의 출전이 확정됐다. 작년에도 SK는 일본 주니치전엔 김광현, 대만 퉁이전엔 채병용을 올려 예선전 전승을 거둔바 있다.

반면 SK 우승 전선의 최대 난적으로 꼽히는 세이브는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소식이 대회전부터 터져 나와 국내 팬들을 안도케 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세이브의 용병 타자 보카치카와 마무리 그래먼은 지난 10일 귀국했다. 이밖에 니시구치 등 베테랑의 결장 가능성도 확실하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굴욕을 당한 G.G 사토와 부라젤은 부상으로 일본시리즈부터 결장한 상태다.

이런 상대를 의식해 SK는 일본 취재진도 혀를 내두를 만큼의 지옥훈련으로 맞대응을 해왔다. 한국에서 스타가 없는 구단으로 유명한 SK지만 일본킬러 김광현과 ‘대한민국 우익수’ 이진영등의 이름은 일본 야구계를 숨죽이게 해 SK는 일본에서 공포의 구단으로 꼽힌다.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한 SK의 야구 홍보는 첫 단추가 잘 끼워졌다. 이 분위기를 이끄는 것은 에이스 김광현과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SK구단 전체다. 도쿄돔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그날, ‘스무 살 Dr.K’의 꿈도 이루어질 것이다.


김광현 프로필

▶ 출생 : 1988년 7월 22일
▶ 직업 : 국내야구선수
▶ 소속팀 : SK 와이번스
▶ 신체사항 키 : 187.0cm 체중 : 83.0kg
▶ 프로데뷔 : 2006 년 SK 와이번스 입단
▶ 포지션 : 투수
▶ 투/타 좌투좌타
▶ 학력 : 덕성초등학교 쮡 중앙중학교
쮡 안산공업고등학교

경력
▶ 2008 프로야구 올스타전 동군 대표
▶ 2008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 2008. 05 경기도 안산시 스포츠 홍보대사
▶ 2006 제22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
▶ 2005 제6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대표


수상내역
▶ 2008 프로야구 최다탈삼진
프로야구 최다승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MVP
▶ 2006 제일화재 프로야구 대상
아마부문 최우수선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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