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윤’ 경제위기 돌파할까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2일 여의도 LG트윈빌딩에서 열린 경제관련 당정협의를 갖기위해 들어서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으로 올라오는 윤 장관의 속도는 이례적으로 신속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공백 등을 감안해 정부가 전격적인 신뢰를 실어줬다는 평가다. 실제 윤 장관의 행보는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상해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MB노믹스’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우려도 있다. 기대와 우려 속에 놓인 윤 장관의 정책을 짚어봤다.

경제부 2팀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실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9일 밤 전자결재를 통해 윤 장관 임명안에 서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월 6일 인사청문회를 열고 당일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이런 초고속 윤 장관 취임의 배경에는 현 경제 상황 타계에 대한 정부의 강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별명은 ‘큰형님’ ‘보스’

윤 장관은 속된 말로 ‘윤 따거(형님)’, ‘보스’, ‘카리스마 윤’ 등의 별칭으로 불려왔다. 그만큼 ‘뚝심’있고 리더십이 출중한 인물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그 배경엔 재경부 출신의 ‘모피아’라는 비아냥도 담겨있다. 모피아란 과거 재무부(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재무부 출신 관료들의 끈끈한 연대감과 막강한 파워를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특히 2기 경제팀은 모두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모피아로 분류된다. 윤 장관은 행정고시 10회, 윤진식 경제수석은 12회,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7회라는 위계 서열 구조에 나란히 들어 있다.

행정고시 기수가 가장 빠른 윤 장관에게 자연히 힘을 주는 구조라는 평가다. 기존 경제팀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 정책 불협화음을 없애고 일사불란한 정책을 추진하는데는 유리한 포진이다. 윤 장관 체제를 두고 ‘모피아의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장관의 이런 ‘뚝심’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유명했다. 그는 애초부터 노무현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 생명보험회사 상장을 밀어붙이는 등 철저하게 시장 친화적 금융 정책을 펼쳤고 금산분리 완화 또는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 청와대 경제 참모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윤 장관의 “금융자본을 육성하기는 힘들다. 산업자본이라고 쓰지 못하게 하면 대못질에 불과하다”라는 발언은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명박 정부에 합류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발탁돼 최근까지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윤 장관은 기획재정부 취임 이후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그 첫째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차별성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마이너스 2%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파격을 연출했다. 당초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부의 희망이 일부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취임하기 전부터 전망치를 발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명, 만수랑 다르게 가기

이는 강 전 장관이 경제성장률에 집착한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초 취임 직후부터 ‘747공약’의 입안자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끊임없이 성장률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윤 장관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함으로써 거의 최저점에서 출발하기 하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하게’ 시작할 수 있다.

이같은 윤 장관의 ‘포석’에는 그 특유의 ‘뚝심’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윤 장관이 올해 경제성장률과 고용을 마이너스로 정했을 때 실무진들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그대로 알려줘야 국민의 신뢰를 구할 수 있으며 그 첫걸음이 바로 솔직함”이라고 직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불과 두달새 -4%로 6% 하향조정한 마당에 우리 정부가 굳이 달성이 불가능한 3% 목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윤 장관의 ‘강 전 장관 다르게 하기’는 시장의 신뢰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지난 2월 12일 장관 취임 후 첫 당정회의에서 “향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실은 사실대로 알려 시장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밖에도 감세와 규제개혁, 공기업 개혁 등의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1기 경제팀이 강조해온 수출과 성장은 내수와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또 강 전 장관이 금융위원회의 주관 사항임을 감안해 크게 방점을 두지 않았던 금산분리 완화 문제에 급격히 무게가 실린 것도 다른 점이다.


MB노믹스의 한계는 그대로

하지만 윤 장관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윤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체적인 경제운용 방향은 다를 바 없다”며 “다만 미시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평소 생각하던 경제운용방향도 현 정부와 마찰이나 갈등의 소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의 경제철학은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친성장·친기업’이다. 정책기조를 크게 바꿀 상황도 아니다. 정부가 이미 감세법안과 올해 예산안을 처리했고,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의 경제운용 청사진까지 다 밝혀놓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제극복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들어가면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내수 확충의 방안이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윤 장관의 답변에 대해 “구체적 대안이 부족하다”며 “획기적 방안을 내놓으라”고 다그쳤을 정도다.

이밖에 윤 장관의 지론인 금산분리 완화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빚어질 여야 간 마찰과 부동산 활성화가 자칫 투기 붐을 자초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윤 장관의 ‘강 전 장관과 다르게 하기’는 애당초 한계를 가졌다는 평가다. 정책적 측면에서 강 전 장관과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MB노믹스의 틀을 흔드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모피아로 손꼽히는 백전노장이면서, 현 정부에서 정치적 기반이 없는 윤 후보자가 그런 모험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일각에선 윤 장관의 앞길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경제위기에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가 내놓을 카드는 많지 않다. 이미 지난 1년간 감세와 경기부양 등의 경제정책을 많이 쏟아낸 상태기 때문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윤 장관의 행보는 발 빠르다. 경제정책의 큰 틀은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 조기편성 ▲신용경색 해소를 위한 보증공급 확대 ▲일자리 확대 ▲신 빈곤층 지원 등 민생안정 ▲서비스업 등 경제체질 개선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등 6대 과제에 집중했다.


경제 부활 이룰 수 있나

먼저 추경을 조기에 편성해 내수를 지원한다. 규모는 경제위기 극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최소 10조원 이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을 통해 지원하는 사업은 고용유지 지원 등 일자리 지키기와 녹색 뉴딜 등 일자리 창출, 신 빈곤층 지원 및 실업자 훈련 지원,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수출기업 지원 등으로 정해졌다.

실제 2기 경제팀은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구조조정 등에 속도전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정부에서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강도가 세지면서 중소 조선사와 건설사를 필두로 중견기업, 대기업 등으로 넓혀 나가는 모양새다. 신용보증 공급 확대는 금융기관의 대출 기피현상을 피해 기업의 생존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자 확대와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민영화에도 적극적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정부의 공기업 지분매각 등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제는 윤 장관의 정책이 어떤 색깔을 갖느냐는 점이다. 정권의 성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집권 2년차의 경제수장이라는 점은 그에게도 적잖은 부담이다. 윤 장관은 강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을 극복해야 하지만 강 전 장관의 정책 기조에서 완전히 독립되기도 힘들다. 44년 지기로 알려진 강 전 장관과 윤 장관. 이들은 친우이지만 ‘너무 닮아서도, 너무 달라서도’ 안 되는 기로에 놓여있는 셈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경력
▶ 1969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1986 위스콘신대학교 메디슨교 대학원 졸업
▶ 1971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 1971 국세청, 재무부 이재국 등 근무
▶ 1983 재무부 국제금융과장
▶ 1986 재무부 은행과장
▶ 1987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 1989 금융실명거래실시준비단장(3급)
▶ 1992 재무부 세제실 심의관(2급)
▶ 1992 재무부 증권국장
▶ 1994 재무부 금융국장
▶ 1994 재정경제원 금융총괄심의관
▶ 1996 재정경제원 세제실장(1급)
▶ 1997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 1998 세무대학 학장
▶ 1999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 2004~07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장관급) 겸 금융감독원 원장
▶ 2008~ 김&장법률사무소 고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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