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페라 <춘향아 춘향아> 세계무대 서다


요즘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에 ‘이소영’이란 이름이 장안의 화제다. 동명이인이 많아서가 아니다. 한국 오페라의 역사가 꼭 60년이 된 지난해 ‘제1회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에서 최고상을 수상해서도 더욱 아니다. 문화의 불모지라는 항도 부산에서 혈혈단신으로 오페라단을 창단한 고집과 뚝심 그리고 오페라의 향기를 대중들에게 선사해주는 열정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창작 오페라〈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유럽진출을 위한 솔오페라단의 야심작〈춘향아 춘향아〉는 화려한 전통의상, 춤, 그리고 우리 가락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뉴 오페라버전의 탄생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단장은 오페라의 본 고장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전문 코치 수업을 위해 이탈리아 베로나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과와 성악과를 모두 졸업한 한국의 몇 안 되는 음악인이다. 그 외에도 볼로나의 파엔짜 국제음악아카데미, 파도바의 마리안 미카 피아노 아카데미, 베르첼리 음악아카데미 등에서 수학하며 음악적 깊이를 더하였다. 유학 중 유럽 정상급 성악가인 테너 죠반디 마스티노 교수와 함께 여러 해 음악코치로 활약했으며, 그로부터 대단한 신뢰를 받아 귀국 후에도 수차례 이태리에 음악코치로 초빙되어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오페라단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순전히’ 어머니의 욕심 때문에 음악예술에 전력투구해, 부산에서 서울로 그리고 세계무대를 휘졌고 있다. ‘솔오페라단’의 리더인 이소영 단장은 한국 오페라의 역사를 새롭게 창출하고 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

“오페라는 종합예술입니다. 가수 음악 무용 등은 물론 무대와 의상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을 안 쓸 수 없죠.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늙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을 볼 때의 감동”이라고 말했다. 솔오페라단은 2003년 1월 베르디 오페라 갈라 콘서트로 그 탄생을 알렸다. ‘솔’은 이탈리아어로 태양이라는 의미, 문화의 불모지 부산의 태양이 되겠다는 다부진 의지를 담고 있다.

솔오페라단은 작품마다 가장 부합하는 가수와 지휘자를 선정해 작품 활동을 한다. 1년에 한번씩 오페라(하반기)와 콘서트(상반기) 공연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술감독 공정배 이칠성, 음악감독 홍지혜 이소영(동명이인), 예술고문 김문희 박성원, 상근단원 김경희 김화정 등의 진용을 갖추고 서울과 부산의 후원회서 운영하고 있다. 두번째 공연인 2004년 10월 베르디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친 뒤 2005년 솔오페라단으로 정식 창단했다.


대한민국 오페라 최고상

솔오페라단은 2005년 APEC준비단이 기획한 4대 공연 중 오페라〈춘희〉로 부산지역 무대지원 작품 가운데 1위로 평가받으며 두각을 나타냈으며, 2006년 3월과 2007년 3월 신춘음악회, 2007년 9월 오페라 갈라 콘서트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그해 12월 서울시 오페라단과 공동 제작한 오페라〈리골레또〉로 부산 오페라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2008년 3월 오페라〈카르멘〉에 이어 9월에는〈아이다〉를 성공시켰다.

솔오페라단과 부산문화회관이 공동 제작한 오페라 ‘아이다'는 지난해 최고의 오페라를 뽑는 ‘제1회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에서 최고상을 차지했다. 오페라 ‘아이다'는 돋보이는 무대 연출과 높은 수준의 공연으로 평가 받았다. 게다가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한국오페라 60주년 기념 오페라〈춘향아 춘향아〉는 “인간의 고뇌와 진실이 담긴 드라마와 웅장한 음악이 만나 근사한 장르를 잉태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단장은 오페라의 매력들을 오페라를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먼저 솔오페라단 후원회원들을 중심으로 ‘오페라 알리기’에 나섰다. 솔오페라단 후원회는 단순히 후원금을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월 1회 서울과 부산에서 회원들이 모여 오페라의 탄생, 역사, 대표적 작품 등을 배우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 오페라를 알리는 ‘문화 전령사’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후원회는 김기춘 세현물산 대표이사가, 부산후원회는 중앙철강 양수배 대표가 회장을 맡아 적극 후원하고 있다. 또 이 단장은 신문, 잡지, 팸플릿, 포스터 등 대중매체를 적극 활용해 오페라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

“사람들에게 오페라를 적극 홍보하는 것과 동시에 수반되어야 할 것은 바로 ‘작품성’이에요. 한번 실망하면 다시는 공연장을 찾지 않거든요. 반대로 한번 감동적인 공연을 보고 나면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이 단장은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 경제적 뒷받침 등 자기 희생을 겪을 때도 있지만 항상 뒤에서 음악적으로, 신앙적으로 응원해 주는 남편 조현수 교수가 있어 신나게 일할 수 있었다.


‘문화 전령사’로 활약

그는 제대로 된 오페라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페라는 외국 것이라는 터부는 옳지 않으며 새로운 것, 생소한 것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생활을 여유롭게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작품에 대한 열정은 공연 직전 주요 배역을 제외하는 강단 있는 모습으로 확인된다.

“이런저런 요구를 하던 출연자가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며 공연 거부의사를 밝혔어요. 고민 끝에 무대의 주인공은 관객이라는 생각으로 배역 제외를 결정했어요. 팸플릿에 있는 이 사람의 이름을 전부 지웠죠. 관객들에게는 사과방송을 하고 공연을 했어요. 그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 단장은 앞으로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있는 인재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만드는 것과 함께 솔오페라 하면 떠오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솔오페라단의 공연을 찾아주는 관객들과 후원자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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