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혜택 받을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하겠다”

이 대통령은 재산의 사회 환원을 위해 재단법인 '청계'(淸溪)를 설립하고, 출연된 재산은 재단으로 이전돼 유지되며, 재단은 재산의 임대료 수입 약 월 9000만원에서 관리비를 재외한 금액으로 장학사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전 재산 헌납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재단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이다. 송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의 전 과정을 담당하면서 향후 재단의 나아갈 방향 등 많은 부분에서 일임을 다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대수익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청계재단 송정호 이사장은 “많은 장학생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도 맺고 있는 송 이사장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7월 6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경선 당시 말해왔던 전 재산 헌납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자택을 뺀 나머지 재산 약 331억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취임 후 재산 헌납에 대한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을 위한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재산 헌납을 추진해왔다.

송 이사장은 추진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을 맡아 재산 헌납의 과정과 위원들의 선임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를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한 재산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방침 아래 철저히 투명하게 집행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 이야기였다.

4개월간의 오랜 산통 끝에 현직 대통령의 재산 헌납이라는 밑그림을 완성한 송 이사장은 그 동안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원활하게 교류하며 재산 헌납의 일정을 잡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송 이사장과 김 총무비서관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이전부터 잘 알고 지냈던 사이다. 또한 송 이사장은 이 대통령과도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 중 한명으로 손꼽힌다.

이번 장학재단 설립에 대해 송 이사장은 “순수한 재산 기부의 정신을 살리는 게 최대의 목표”라며 “어린 시절 가난하게 자랐던 대통령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실천”이라고 말했다.

청계재단의 운영방식은 이 대통령의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이어서 임대 수익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송 이사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대 수익이 약 월 9,000만 원 발생하고 이를 합산하면 연간 11억 원이 된다. 여기서 관리비 등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후원 방법에 대해선 향후 이사회 구성을 모두 마친 후 많은 학생들에게 골고루 지원될 수 있도록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

이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0년대 동문 모임에서부터 시작된다. 송 이사장과 이 대통령은 같은 학번이었지만 재학 시절엔 인연이 없었다고.

하지만 80년 대 동문 모임을 통해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고 1991년 고대 입학 3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이 대통령과 더욱 끈끈한 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그의 인생의 전환기는 지난 17대 대선이었다. DJ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까지 맡고 호남 출신인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되면서 부터다. 항간에는 지난 정권의 사람이라며 시기와 질투의 눈초리도 존재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송 이사장은 “내가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법질서 확립을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후원회장을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선 막바지 불거졌던 BBK사건에서도 이 대통령 후보에 대한 외곽 법률 자문을 자청하면서 더욱 이 대통령과의 신의를 지켰다.

송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BK사건 특검 당시 이 대통령의 변호를 맡아 최선을 다했다. 당시 정황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전혀 위법적인 사항이 없었다. 그런 점을 확실하게 믿고 조작된 사건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욱 확신을 갖고 변론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한 송 이사장은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본 느낌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결단하면 추진력 있게 일을 해결한다. 특히 대통령은 매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 이런 어린 시절이 가난의 대물림을 없애야 한다는 것과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재직시에도 월급을 털어 장학금을 지급했고 지금도 월급을 모두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나눔의 정신에서 반영된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이 대통령의 진심”이라고 평했다.


어린 시절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자라

호남 출신인 송 이사장은 1942년 익산에서 태어났다. 당시 시대 상황에 비쳐봤을 때 송 이사장도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6.25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 통에 가장 중요한 것은 끼니 해결이었다. 송 이사장도 먹을거리 걱정에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고.

특히 중학교 2학년 때 부산에 있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지면서 유년 시절을 외로움과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송 이사장은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해 현재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송 이사장은 “험한 시골길을 지나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그런 길을 오고 가며 체력이 길러졌던 것 같다. 현재의 건강 비결도 당시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회상했다.

학창 시절 1등을 해본 적은 없지만 상위권을 놓친 적도 없다고 한다. 1961년 익산 남성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지방의 소도시에서 어렵게 공부해온 그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 고대 법학과를 졸업한 1966년 사법시험(6회)에 합격하고 서울대 사법대학원에도 진학하게 된다.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된 그는 청주지방검찰청으로 부임하면서 검사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이후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장, 인천지방검찰청 형사 1부장,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차장 검사 등을 역임한다.

1999년 제21대 법무연수원 원장을 끝으로 법복을 벗은 그는 변호사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대통령 직속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을 시작으로 정치권과 인연을 맺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2년 제52대 법무부 장관에 오르게 된다. 이후 이 대통령의 후원회장, 법률 고문 등 지근거리에서 이 대통령을 돕는다. 대통령 당선 뒤에도 인수위 추진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대통령과 함께 했다. 특유의 꼼꼼한 성격에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 과정에도 많은 부분을 담당하며 도왔고 마침내 청계재단 이사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

대선 당시 약속했던 재산 헌납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존재한다.

이제껏 역대 정권을 살펴보면 많은 장학재단이 존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5.16장학재단, 육영재단,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만든 일해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태재단이 그것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가족들이 관여하거나 측근들이 관여하면서 재단의 투명성 확보에 실패하고 좋지 못한 상황을 연출했다.

현재 청계재단은 재단법인 이사장을 포함한 12명의 임원이 포진해 있다. 면면을 살펴보면 이사에 김도연 울산대 총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류우익 서울대 교수, 문애란 퍼블리시스웰콤 대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 유장희 이화여대 교수, 이상주 변호사, 이왕재 서울대 교수, 이재후 변호사 등이다. 감사에는 김창대 세일이엔씨대표, 주정주 삼정 컨설팅 회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이상주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맏사위이며 류우익, 박미석 교수 등 이사진 대부분이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관계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재단의 투명성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잘 운영되고 있는 장학재단에 기부를 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 측근들을 내세워 장학재단을 설립하면서 이런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재단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려움은 바로 규모다. 개인 재산으로 봤을 땐 331억원이라는 돈은 큰 규모이지만 장학재단으로 운영하기엔 부족하다는 측면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장학재단을 운영하기에는 규모 면에서 적다는 지적이다.

현직 대통령의 재산 헌납이라는 초유의 일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눈과 귀가 쏠려 있는 만큼 재단을 이끌어 나갈 송 이사장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과연 송 이사장이 ‘청계재단’을 얼마만큼 투명하고 재단 설립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혜택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정호 이사장프로필
▶1942년 전북 익산 출생
▶1961년 익산 남성고등학교 졸업
▶1965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66년 제6회 사법시험합격
▶1968년 서울대 사법대학원 졸업
▶1971년 청주지방검찰청 검사
▶1978년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1982년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장
▶1985년 인천지방검찰청 형사 1부장
▶1988년 서울지방검찰청 공판부 부장검사
▶1992년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장
▶1993년 전주지방검찰청 검사장
▶1997년 법무부 보호국 국장
▶1998년 제21대 법무연수원장
▶1999년 변호사 개업
▶1999년 대통령 직속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
▶2000년 삼성전기 사외이사
▶2002년 제52대 법무부 장관
▶2007년 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재산 환원
추진위원회 위원장


#청계재단은 어떤 곳인가

맑은 계곡이란 뜻의 ‘청계’(淸溪)는 이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하기 전 취운 진학종 선생으로부터 받은 아호다. 법인 명칭과 관련해 여러 안이 검토 됐으나, 이 대통령과 위원회 위원들의 협의를 거쳐 청계로 최종 결정됐다. 다만 영문명은 청계라는 용어가 외국인이 발음하기 쉽지 않고 의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Lee Myung-bak & Kim Yoon-ok Foundation의 약칭 Lee & Kim Foundation으로 하기로 했다.

재단법인 설립이 완료된 뒤 빠른 시일에 수혜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송 이사장은 정관, 법인 명칭, 사업목적, 임원 구성, 기부재산 감정 등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재단 명칭을 정할 때 의견을 일부 개진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결정을 위원회에 일임했으며 마지막 회의에서 송 준비위원장을 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준>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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