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여 ‘적폐청산’을 완성하는 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지난 3년 동안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팬덤에 기대어 밀어붙이던 ‘적폐청산’은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다.

이러한 판단에 근거가 있다. 첫째, 그들은 혁신하지 못했다. 2012년 대선에서 2007년 대선에 버금가는 참패가 예상됐지만, 안철수라는 지렛대를 활용하여 최악의 위기상황은 모면했다. 어쩌면 그들에게 승리의 여신이 미소 지을 뻔도 했지만 그들의 경직된 사고가 승리를 망쳤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힘입어 넝쿨째 굴러온 권력을 잡았지만 거기까지다. 안정적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을 그들은 이루지 못했다.

둘째, 그들의 반대 세력들이 통합했다. 일부 파쇼 세력의 이탈은 있었지만 미래통합당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한 보수 세력은 반문재인 반민주당 유권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했다. 도로 새누리당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세력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의 새누리당이 당시의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강력한 세력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들 보수 세력은 비례한국당이라는 자매정당을 창당하여 공직선거법의 빈틈을 노렸다. 선거 승리를 지고지선(至高至善)으로 생각하는 보수 세력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비난은 통용되지 않는다.

셋째, 그들의 정체성이 명확해졌다. 작년 12월26일 여성 척수장애인 최초로 재활학 박사를 취득한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혜영 교수를 1호인재로 영입한 이래 20호까지 진행된 인재영입으로 당의 정체성이 명확해졌다. 서민정당과 확실하게 결별하고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 가겠다는 그들의 길을 20호까지의 인재영입으로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그들이 우선 대변할 세력은 아닌 것이다.

넷째, 선거구도가 그들에게 불리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8천명을 대상으로 한 ‘2019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적이라고 본 응답자 비율이 24.7%로 전년도보다 3.5%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비해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적이라고 본 응답자 비중은 28.0%로 전년도보다 3.4%포인트 내려갔다. 진보·보수 성향 응답률 차이가 2018년 10.2%포인트에서 3.3%포인트로 바짝 좁혀진 것이다. 더군다나 보수성향의 정당들은 통합과 연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 반해 진보 성향의 정당들은 분열과 경쟁으로 가고 있다. 그들이 이기기에는 힘이 부친다.

다섯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도 조국타령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는데, 그들의 도끼자루도 조국타령에 썩어가고 있다. 정당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금태섭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할 용기도 없는데, 그러한 용기도 가로막고 있다. 전략의 부재이고 리더십의 붕괴다.

그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적폐청산’을 완성하고자 한다면 이래서는 안 된다. 바다가 잔잔하다고 해서 바다 속마저 잔잔한 것은 아니다. 이미 바다 속에서는 변화의 출렁임이 일고 있다. 그들이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출렁임이 멈춰지지는 안는다.

산불을 끄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맞불이다. 보수의 파도에 맞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혁신의 이안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지금의 지도부와 전략으로는 보수의 파도에 맞서기 역부족이다. 지금 상황에서 냉정하게 의석수를 계산한다면 20대 총선에서 얻은 123석이 맥시멈이다. 제1당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해찬 대표가 결단할 때가 온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의 전략가가 때를 놓쳐서야 되겠는가? 이번 달 안이 당대표 사퇴 비대위 구성의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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