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무당층과 유보층은 같은 듯 다르다. 무당층은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이다. 부동층은 지지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이다. ‘총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 조사에서 아무 선택을 안 한 사람들도 부동층이다.

무당층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이들은 기존 정당이나 정치질서를 혐오한다. 이들은 비판적이면서 참여 성향도 강하다. 새로운 정치인이나 정당을 선호한다. 기존 정당이나 현재의 정치질서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이들은 차선을 선택한다. 무당층 일부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층은 다분히 비정치적이다. 기존 정당과 정치질서를 혐오한다는 면에서 무당층과 비슷하다. 부동층은 대체로 정당, 정치인, 기타 정치 일반에 관심이 없다. 따라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이 점에서 부동층은 무당층과 다르다.

정당이나 새로운 정치세력은 종종 무당층을 타깃으로 삼는다. 비판적이지만 행동하고 참여하는 특징 때문이다. 그러나 무당층은 아무에게나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 무당층은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뿐이지 정치의식이 높은 집단이다. 눈높이가 맞을 때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 또 행동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다.

2016년 4월 총선은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의 차이가 컸다. 여론조사에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의 여유 있는 우세가 투표 직전까지 계속됐다. 당시 야권은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정당, 여론조사기관은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는 무난하다고 전망했다. 실제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되고 국민의당이 38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빗나간 예측의 한 원인은 무당층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은 25% 내외였다. 20대(19세 포함)가 제일 많았고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순이었다. 20대 무당층은 60대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진짜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 고령층보다 젊은층에 훨씬 더 많았다. 즉 보수 성향이 강한 고령층은 새누리당 지지를 밝혔지만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층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실제 투표에서 무당층 상당수가 민주당에 투표했다. 무당층의 선택이 여론조사를 뒤집은 데 일조한 것이다.

지난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은 27%이다. 18∼29세가 30대와 40대는 각각 28%, 23%이다. 50대 20%, 60대 이상 21% 순이다. 4년 전과 유사한 궤적이다. 젊은층은 의사를 감추고 있는데 비해 고령층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 것이다(여론조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촛불과 탄핵을 기점으로 젊은층은 반보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조국 사태’ ‘임미리 교수 고발 논란’ ‘공천 과정에서 문빠 논란’ 등은 다음 문제이다. 정치에 관심 없는 무당층은 기권하겠지만 비판적이면서 참여 성향의 무당층은 투표에 나설 수 있다. 이들은 통합당을 우선 배제하는 식으로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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