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입지 흔들리는 ‘丁과 鄭’ 세종시 문제 따로 또 같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좌) 민주당 정세균 대표 photolbh@dailysun.co.kr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도부가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몽준 대표는 지난 10월 재보선 참패로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내년 줄줄이 이어지는 선거 결과를 예상하는 일종의 지표라고 해도 무방하다.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당 대표와 지도부 교체 요구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좌절로 끝나면서 정몽준 대표에 대한 하마평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일단 세종시 사업 추진과 4대강 사업을 통한 반전을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조차 세종시와 4대강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상태여서 반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도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정세균 대표는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 입지를 다진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민주당 내에선 정세균 대표에 반기를 드는 반 정세균파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당 운영체제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의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자중지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동시에 정몽준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와 친이-친박간의 첨예한 계파 대립, 다선·중진들의 역할 상실 등으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때문에 집권여당의 입지가 급속히 줄고 있다.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로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꼽힌다. 정몽준 대표는 6선의원임에도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름값을 못한다는 소리다. 일부 의원들은 당직 제의를 거부해 당직 인선에 애를 먹었을 정도다.

4월 울산 북구 재선거에 이어 지난 10월 재보선의 한나라당 패배는 그동안 속으로만 맴돌았던 정몽준 대표의 퇴진요구를 수면위로 부상케 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일각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하지만 친박계의 조기 전대 거부와 ‘대안 부재’ 등으로 내년 7월로 미뤄진 상태다. 정몽준 대표는 일단 한숨 돌린 상태지만 당내 불신은 계속 확산되고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도부의 동반침몰

정몽준 대표는 협력세력이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저조한 협상력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강경한 민주당에 맞서 집권당 원내대표가 ‘협상의 기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정몽준 대표와 안 원내대표는 둘 다 대표적 친이계로 꼽히지만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 당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마평에 오르며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정몽준 대표는 우선 세종시 문제 해결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자질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 세종시 추진과 관련, 당장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정부가 세종시 대안 마련작업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한나라당도 당내 특위의 본격 가동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지난 12일 ‘세종시 특별위원회’를 발족한데 이어 이날 첫 회의를 열고 활동방향을 논의했다.

정몽준 대표는 특위 위원들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세종시 문제는 한나라당의 역량을 시험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관심과 이해, 의견을 수렴해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첫 회의를 주재한 정의화 위원장은 “해법을 만드는 게 특위의 목표는 아니다”며 “수정안이 나오면 특위의 일차적인 시한은 끝나는 것”이라며 “수정안이 결국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려지면 국회에서 의원들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해 특위출범부터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또 세종시를 둘러싼 계파간 갈등이 첨예한데다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들이 특위에 불참해 특위 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위 위원중 친박계는 주성영, 이계진, 안홍준 의원 3명에 불과하고 이들마저도 당연직으로 참여했다.

더욱이 정 위원장의 말대로 특위가 세종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도 아닌데다 여론수렴작업도 정부의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어서 형식적 절차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위에 참석한 의원들조차 “특위를 출범시켰지만, 솔직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위기여서 특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몽준 대표의 앞길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정세균 대표 반대파 눈치

정세균 대표도 속이 불편하다. 대표직을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구 민주계 인사들과 친 정동영계 보좌관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반 정세균파’가 득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파 인사들은 정세균 지도체제에 반대 입장을 당내 주요 인사들에 전하고 의견을 구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권 소식통에 따르면 반대파는 정세균 체제를 장기적 비전 없는 ‘선거용 가설정당’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 반대파는 정세균 대표가 현안 대처에 급급한 돌려 막기식 대책으로 일관해 집권전략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표 교체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정세균 대표가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파들은 선거의 승리로 더욱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가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반대파들은 정세균 대표가 당을 극히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호남계 인사들이 386라인에 가로막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야권통합’ 논리가 이번 재?보선에 전혀 이뤄지지 못하자 이를 정세균 대표의 한계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구 민주계에선 “5곳의 재보선이 벌어지는데 당이 실질적 공천권을 행사한 곳이 충북 1곳에 불과하다”며 “정 대표의 사감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세균 대표의 입지를 흔드는 목소리는 이뿐 아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세균 대표가 제기한 ‘단계적 통합론’은 친노-구민주계-DY계 수순”이라며 “이는 자신의 정치행로만 염두엔 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정세균 대표는 포스트 DJ자리를 놓고 정동영 의원과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으로 지난 12일 출국한 정세균 대표와 정 의원은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양측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속내는 DJ의 바통을 놓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

과거 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분열돼 있을 때 전남광주는 민주당이 독점하다시피 했으나 현재 국회의원 상당수는 열린우리당계가 장악하고 있어 향후 공천과정에서 파열음이 날 가능성이 짙다.

한편 정세균 대표는 전남북 정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북지사에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KSOI와 주간지 시사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북정치권 대표 정치인’ 조사에서 김완주 전북지사에게도 밀렸다.

전북정치권 대표인사에는 정동영 의원이 압도적 1위였고, 김완주 전북지사가 2위, 강봉균 전북도당위원장이 3위였고, 정세균 대표가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완주 지사가 25%대를 기록한 반면 정세균 대표는 한 자리수를 기록해 위태로운 현 상태를 실감케 했다. 이밖에 전남 대표정치인에는 박지원 의원과 박주선 의원이 높게 나타났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