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서울대 총장 직격인터뷰
범여권의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정운찬 전서울대총장이 요즘 대통령 선거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갈지(之)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결단은 오는 4월말쯤 내릴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 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물론 통합신당추진 모임쪽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12월 정 전총장은 이미 이같은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지난 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 대권주자로 나설 의향과 관련,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부인하면서도 “그러나 모른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대권후보를 포기한다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16동 정 전총장의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박근혜 후보와 경선에서 대결한다면 나설 수도 있다.”

정운찬 전서울대 총장이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7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한나라당에 합류할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럴 리가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전시장이 후보를 포기한다면 (한나라당에)합류할 수도 있다”는 전제조건을 깔았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부자당, 부패당이라는 인식이 강해 나와는 다르다”며 “그렇다고 열린우리당이 낫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정 전총장은 속내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계진출 부분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정치권에 진출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뜻을 접은 것인지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정 전총장의 정치권 진출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정 전총장의 최측근으로부터 들었다”며 “그가 오는 4월말쯤 정치판이 다 짜지고 나면 결단을 내릴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결국 정계입문 시기 등을 놓고 셈법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기자가 정 전총장을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난 날, 언론사 기자들이 한바탕 들쑤시고 지나갔다. 그 전날 MBC ‘정운찬 전서울대총장, 사실상 출마결정’이란 제목의 보도내용 때문이었다. 그는 이날 언론에 보도 자료를 내고 즉각 해명에 나섰다.

방송·언론의 지나친 관심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서운한 기색은 없어보였다.

이날 오후 2시경, 기자는 정 전총장과 만나 그의 의중을 들어봤다. 물론 기존 방송 보도에 관한 내용과는 별도의 대화였다.

정 전총장은 이날 ‘한나라당에 보다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더 많은 데 그쪽에 합류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여권보다 친분이 있는 사람은 많지만 한나라당과는 다소 (정책, 뜻에서)차이가 있다”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대화 도중 걸려온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도 그는 “정치를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말을 명확히 했다.


재보궐선거 역할 미정

과연 충청권 대권후보로 정 전총장이 흥행카드가 될 것인가. 그는 최근 통합신당추진 모임의 리더격인 김한길 의원을 만나 “정치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당장 정치권에 뛰어들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를 비판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와서 먹기만 하려는 기회주의적인 발상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명분에 집착하고 있다. 경제학 교수로 1학기 동안 맡은 강연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전총장의 정계 입문 시한을 오는 6월로 점치기도 한다. 한나라당 경선시기와 때를 맞춰 대선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정 전총장이 “한 학기는 마무리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발언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정 전총장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정치권 인사들이 정 전총장을 대권후보로 간주, 올인해 측면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하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다음은 정운찬 전서울대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정치권에 입문을 한다고 봐야 하나.
▲ 모든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사회적인 봉사 차원에서 볼 때 정치도 거기에 속한다.

- 한나라당 의원들과 친한 것으로 안다. 한나라당에 들어갈 의향은 없나.
▲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한나라당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안해 봤다. 그러나 모른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후보를 포기한다면 한나라당에서 (대권후보로)나설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후보와 경선대결에 나설 수도 있겠다.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부패당, 부자당이란 인식이 머리에 있다. 그렇다고 열린우리당이 낫다는 뜻은 아니다.

-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한나라당과 다른가.
▲ 한나라당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다르다.

- 이르면 이달 말에 사표를 낼 수 있다고 했는데.
▲ 여러 모양새를 갖춰야하는 것 아닌가. 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인만큼 그렇게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이번 학기는 마쳐야할 것 아닌가.

- 본인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 예전 YS시절에는 나를 ‘진보’로 생각했다. 하지만 노 정권에서는 지금 ‘보수’로 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중도자’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의 탈당파인 통합신당추진모임 의원들의 성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가.
▲ 글쎄, 뭐라 말할 수 없다.

- 통합신당추진모임 의원들은 정 전총장이 빨리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 통합신당파와 열린우리당은 대체 뭐가 다른가. 뚜렷이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 이들 모임의원들은 오는 4월 재보궐선거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해주길 원하고 있는 것 같다.
▲ (손사래를 치면서)그럴 생각은 없다.

- 어제(6일) MBC뉴스와의 인터뷰 내용이 오보라고 말했는데.
▲ 그 뉴스보도와 관련해 좀 전에 해명 보도 자료를 냈지만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아마도 그쪽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들은 것 같다.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출마를 결정한 적은 없다.

- 그럼 왜 이런 보도가 나왔다고 보나.
▲ 여의도 정치인들이 언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언론을 통해 애드벌룬을 띄운 뒤 내 의중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아직은 결정하지 못했다.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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