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존중’ 국산 맥주 시장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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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정부가 올해부터 주세 방식을 ‘종량세’로 변경했다. 국세청은 전환 당시 국산 맥주와 수입산 맥주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방침에 나섰다고 밝혔다. 기존 종가세 체계에서는 과세 시점의 차이로 국산 캔맥주가 수입 캔맥주에 비해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던 만큼, 종량세로의 전환으로 국산 캔맥주와 수입 캔맥주 간 차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맥주 업계는 다소 조용한 듯 보이지만,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는 국산 맥주의 활약이 돋보인다. 국산 맥주 제조사들이 그간 수입 맥주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4캔 1만 원’ 행사 등에 동참하면서, 업계는 향후 확대될 국산 맥주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불리한 환경 놓여 있던 국산 캔맥주...종량세 전환으로 차별 해소
주요 기업들 마케팅 총력...수제맥주 업계, 점유율 10% 확보 기대 



정부가 올해부터 주세 방식을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함에 따라 국산 캔맥주 제조사가 부담하는 세금이 1ℓ당 415원씩 줄었다. 반면 용기별 세금 부담 구조가 달라짐에 따라  생맥주는 445원, 페트맥주 39원, 병맥주 23원 인상됐다. 종가세는 ‘주류 제조업자가 제품을 출고할 때(주류 수입업자는 수입 신고할 때)의 주류 가격’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술의 종류가 같더라도 가격이 싸면 세금을 적게 내고, 비싸면 많이 내는 셈이다. 반면 종량세는 출고되는 주류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계산한다. 주종이 같고 양이 동일하다면 내야하는 세금은 똑같다. 종가세와 달리 주류의 가격이 싸거나 비싸도 주세 방식에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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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세 시행 당시 국산 캔맥주는 출고할 때, 수입 캔맥주는 수입을 신고할 때 주세를 냈었다. 이때 세액을 결정하는 ‘과세 표준’에 국산 캔맥주는 제조 원가·판매 관리비·이익 등이 모두 포함된 반면 수입 캔맥주는 수입 가액·관세만 해당하고 판매 관리비·이익은 제외됐었다. 이 같은 방식은 국산 캔맥주가 수입 캔맥주보다 더 많은 주세를 내도록 했고, 이는 제품 가격의 차이로 직결됐다. 수입 캔맥주는 편의점 등에서 ‘4캔 1만 원’ 등의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수 있었지만, 국산 맥주는 그렇지 못했던 배경이다.

시행 3개월, 변화는?

주세 과세 체계 전환 3개월여 지난 현재 ‘국산 맥주의 역차별’을 외쳤던 국산 맥주 업계는 점차 시장 확대에 가속이 붙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주류 등의 주요 맥주 제조사는 현재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대외적인 마케팅은 자제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마케팅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테라 맥주를 중심으로 올해에도 현재 진행 중인 전파·온라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며 국산 맥주시장 확대에 적극 힘쓸 계획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는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 트렌드를 반영한 ‘오비(OB) 라거’ 홍보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대표 브랜드 ‘카스’를 앞세워 다양한 마케팅으로 소비층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주류도 올해 초 클라우드·피츠 맥주 출고가 인하와 함께 클라우드 홍보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종량세 전환은 수제맥주 시장에서 더 돋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3대 브랜드(GS25·CU·세븐일레븐) 기준 수제맥주 매출 비중은 2018년 평균 2.2%에서 2019년 6.7%로 증가했다. 수제맥주 업계는 향후 수제맥주 시장이 호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기존 국내 맥주 시장의 구조 변화를 둔 기대가 돋보인다. 이미 국내 맥주 시장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세분화된 만큼 기존 대기업 제품 판매량은 줄고 개성 있는 맥주의 판매량이 확대되는 등 독과점 구조가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다. 높은 재료비와 인건비 등의 부담을 안겨다 준 종가세 방식이 다양한 맥주 개발‧생산에 한계를 가져다 줬고, 이는 곧 국내 맥주 시장의 성장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

하지만 종량세 시행에 따라 수제맥주 업체들은 최대 30%의 절세 효과를 볼 수 있게 됐고, 중소규모의 양조장 활성화와 개성 있는 맥주의 생산 가능성에 긍정적인 시선이 쏠렸다. 이인기 비어포스트 대표는 ‘종량세 시대, 맥주산업의 현재와 미래’ 간담회에서 “종량세 시행에 따라 소규모 양조장과 상업 양조장이 공평한 운동장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미국 시장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종량세 시행으로 한국시장에서도 현재 1% 수준인 수제맥주가 10%까지는 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문화 산업 연계 기대

수제맥주 시장의 판로 확대가 농업과 생물, 유통, 관광 등 전후방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품을 생산‧개발하는 소규모 양조장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른 영향은 곧 관광‧문화 산업에 직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방 유명 브루어리(양조장)를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관광 수요가 증가하고 공연이나 컬래버레이션(마케팅+생산) 작업 등을 통해 문화 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해 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맥주 제조 시 필요한 곡물, 호프, 효모 등의 원재료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농업과 생물, 제조 장비, 포장, 유통 등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종량세 전환이 수제 맥주의 다양화, 탁주의 고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주류 관련 제도에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혁신적인 신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출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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