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출시 앞두고 임금 관련 노사 갈등 최고조

[일요서울]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QM6 이후 3년6개월 만에 신차 XM3를 출시하면서 국내 소형 및 준중형SUV 시장 입지 확대에 나섰다. 다만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르노 본사로부터 신차의 유럽 수출 물량 배정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XM3, 수출 물량 확보 없는 반쪽짜리 내수용 전락하나
“르노삼성 노조 '급여' 아닌 부산공장 존립 걱정할 때”

지난 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그간 연 20만 대 수준의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종료됨에 따라 이를 대신할 수출 물량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2019년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기면서 노조와 사측 간의 이견 충돌이 거세지면서 파업까지 예고하고 있어,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오랜만에 신차가 출시되면서 조합도 국내 판매를 비롯한 해외 수출 물량 확보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서 “다만 사측이 2018년 3000억 원의 이익과 지난해 2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기고도 근로자들에게는 임금동결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기본급 인상액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기아차로 그간 총 55만3000원이 인상됐다. 한국GM과 쌍용자동차는 같은 기간 각각 46만3000원과 39만2000원이 인상됐다. 반면 르노삼성의 경우 현대·기아의 절반 수준인 27만6647원 인상에 그쳤다. 이를 토대로 노조는 기본급 인상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로그’ 빠진 자리 ‘XM3’ 채울까

다만 르노삼성 사측은 지난 2월 이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던 ‘로그’가 빠지면서 연간 총 생산량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9~10만여 대의 생산이 줄어들어, 당장 부산공장의 경쟁력 입증과 시장 내 입지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노조와 입장과 충돌을 빚고 있다. 

무엇보다 신차의 개발과 국내 생산 차종 확보에 대한 기대 가운데 XM3가 출시됐지만, 내수뿐만 아니라 르노 본사로부터 해외 수출용으로 물량을 배정받아야 생산량 충당이 가능한 상황이다. 

르노 본사가 전 세계 공장에 해외수출 물량을 배정할 때는 생산성과 수출 입지 등을 고려하고 르노의 생산품이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하는 등 다양한 변수를 두고 결정하는데, 부산공장은 지난해 이어진 파업으로 생산성과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이 급선무라는 업계의 지적도 나온다. 

만일 지금 노조의 요구대로 기본급 상향을 수용하게 된다면 당장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 르노삼성 사측의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한 때는 전 세계 수십 개의 르노 공장 가운데 5위 안에 드는 경쟁력을 갖춘 공장이었으나 지금은 고비용 저(低)생산에 노사분규까지 더해 꼴찌 수준에 이르게 됐다”며 “르노 입장에서 반드시 유지해야할 공장이라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한국GM 군산공장 꼴이 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르노삼성이 겨우 신차를 출시하고 어려운 여건을 극복에 나가려는 상황이긴 하나 이미 르노 본사는 부산공장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 노조가 신차 출시와 함께 급여 인상 등을 이유로 파업을 단행하고 생산이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게 된다면 ‘자기 발등 찍기’ 밖에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생산성 떨어진 부산공장 존립 ‘위기’

이미 지난 2월 르노삼성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40% 수준으로 하락했고, 수출은 50%가 넘게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2월 수출량 3384대 가운데 로그가 1900대로 56%를 차지해 로그가 빠진 이후의 수출량을 고려한다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수출물량 확보가 절대적이라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신차 XM3의 사전 계약이 6000대를 넘기면서 9일부터 시작되는 정식 판매에서는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이에 맞서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지나 대의원임시총회를 열어 파업에 대한 의지를 사측에 내비쳤다. 

이에 당장 신차 출시를 앞두고 생산 중단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측이 공헌수당 신설 등 일부 양보 의사를 노조에 전했지만, 노조는 사측의 수당 제안을 꼼수로 단정 짓고 기본급 8% 인상안 수용과 근로조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노조는 지금 급여 인상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부산공장 존립에 대한 부분을 염려해야 할 때”라며 “르노삼성이 경쟁력 갖춘 차종을 겨우 하나 출시하면서 방향성을 정하는 기로에 노사갈등에 이어 노노갈등까지 야기되는 상황은 르노 본사에게 부산공장을 포기하게 만드는 빌미를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쌍용자동차의 경우 2004년 상하이 자동차에 인수되며 어려움을 겪었다”며 “당시의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노사가 합의해 생존을 위해 뛰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후 상하이 자동차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2009년 쌍용차 근로자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제출하고 협의를 거쳐 980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후 인도에 본사를 둔 마힌드라에 인수되면서 복직 과정을 거쳐 재고용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전원이 복직에 성공한 상황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2018임단협 교섭 실패로 부산·경남의 지역경제 악화까지 경험해본 르노삼성 노사가 2019임단협 교섭을 앞둔 상황에서 신차로 내놓은 XM3를 내수용으로만 생산케 될지, 수출 물량 배정까지 받아낼 수 있을 지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