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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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수급 대책에 나섰으나 온라인에선 여전히 폭리 수준의 마스크를 구하기조차 어렵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마트와 우체국ㆍ농협 앞에는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방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작업이 가능한 의무착용 산업체들이 산업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보건 마스크 제작업체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되면 기존 주 52시간에 최대 12시간의 초과 연장근로를 인정받아 주 64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다. 그러자 노동계가 "긴급 상황을 핑계로 근로시간 단축에 역행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마스크 업체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첫 허용…노동계 `반발`
 정부, 다양한 정책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 의문…보여주기식 비판 여론도


고용노동부는 최근 재난·재해나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해왔던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 시행했다. 확대 사유에는 ‘인명보호·안전조치·돌발상황에 대한 긴급 조치·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급증·고용부 장관이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이 포함됐다.

같은 시기 고용부는 마스크 제조업체 사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인가 사유 확대 이후 첫 사례다.

고용부는 "이번 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와 전국 검역소의 대응 요원, 중앙의료원 등 병원 직원 등에게 지급하는 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라며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업무에 장비 등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대상 근로자 139명에 대해 4주간 최초 2주는 16시간, 이후 2주는 12시간 연장근로가 허용됐다.

그러자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우한 폐렴’이라는 긴급상황을 이용해 고용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고용부는 재벌 대기업 등 사용자들의 요구대로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던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경영상 사유’ 등 ‘통상적인 경우’로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한국노총 역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는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을 위한 경우’로 한정돼 변함없이 운영됐다"며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추진·정착시켜야 할 정부가 재난·재해 시 한정적으로 활용하는 ‘특별연장 인가제도’를 확대 시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양대 노총은 행정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노동계 "긴급상황 핑계"…행정소송 예고

이런 가운데 마스크 대란은 산업계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특히 보건용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이 산업용 마스크까지 구매하면서 정작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산업용 마스크마저 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단지가 몰려 있는 국가산업단지가 위기에 놓였다.

이들 회사는 각종 분진이 발생하는 작업장에서의 방진 마스크 등 보호장구 착용은 법으로 규정돼 있다. 연마, 절단, 가공, 성형, 원료 취급, 장비의 점검 수리, 플라스틱 및 고무의 성형가공, 농약 살포, 염료 및 인료, 그 외 다양한 분진작업 시에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아직 각 회사와 작업장마다 여분의 방진 마스크가 있지만, 조만간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마스크 대란 사태를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건물 리모델링, 폐기물 처리, 철거작업, 페인트칠 등 소규모 공사나 일상에서의 작업은 2급 방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마스크 공급부족 사태가 산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산업계로 불똥…. 의무착용 산업체 위기 직면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마스크 수급 상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마스크 문제를 두고 국민에게 직접 송구하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코로나 19 대응수칙의 기본이라고 했는데도 정작 현장에서는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경제 상황을 보고받을 때 `체감`을 강조하며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했고 이틀 뒤에는 여야 대표와의 회동에서 마스크 문제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마스크 수급과 관련해서는 "50% 공적 통제로는 마스크 매점매석 등을 잡을 수 없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을 100% 공적 통제하고 전량 구매해 우선 국민에게 나눠 주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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