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성명서, ‘국가 안보’까지 거론...도마 위 한국전력

[한국전력 홈페이지]
[한국전력 홈페이지]

[일요서울 ㅣ양호연 기자] 중국기업의 한국전력(이하 한전) 사업 입찰 참여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증폭됐다. 한전이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기업의 사업 입찰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한 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국내 전선 업계의 반발이 이어졌고, 이내 한전 사업에 중국 기업 참여를 허락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이후 해당 논란은 온라인 미디어와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됐고, 한전 측은 지난 2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내용 일부를 언급하며 ‘한전의 명예를 손상 시킨다’며 논란의 불씨 진화에 나섰다.

청원 “국내 경제 휘청...유례 없는 中기업 입찰 허용 말도 안 돼” 
한전 “유권해석 요청‧답변...허락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 아니다”


중국기업에 대한 한전 사업 입찰 참여 방안 논란이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달 21일 한 언론 매체가 해당 내용을 보도하면서 부터다. 해당 매체는 전선업계의 입장을 인용해 “한전이 조만간 비용절감을 위해 ‘완도~제주 구간 제주 전력 3연계 사업’을 국제 입찰로 진행할 예정이며 중국 업체들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을 밝혔다. 또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해 해석까지 받아둔 상태로, 중국 업체가 국내 전력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기재부가 한국전력에 발주처가 꼭 필요로 한다면 GPA 미가입국이라도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전달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28만여 명 청원 동의
시민단체 성명서 발표


해당 매체는 보도를 통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돼 있지 않아 국내 공공조달 입찰 참여가 불가능하지만 한국전력은 이번 입찰에 중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해 해석까지 받아둔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보도 이후 일각에서는 “공기업이 국내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의 입찰을 허용해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게다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을 통해 ‘정부가 한전을 중국에 매각하려 한다’는 내용이 심심찮게 거론되면서 이에 대한 여론이 민감한 상태다.
 

[한국전력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청와대 국민 청원글도 게시 닷새만에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주요 안건에 올랐다. 현재 청원인 28만 명을 앞두고 있어, 한 달간 20만 명 이상 참여하면 답변한다는 청와대 기준을 충족했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이는 시국에 한 나라의 공기업인 한전이 국내 기업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유례도 없는 중국 기업의 입찰을 허용해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냐”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전이 기술력을 인정받는 국내 기업의 입찰로 사업을 진행하도록 해주시길 바란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전력 케이블을 수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데, 중국 기업이 한국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원자력국민연대를 비롯한 7개 시민단체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전력 안보를 위협하는 정부와 한전의 ‘꼼수’ 국제 입찰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막대한 적자를 안게 된 한국전력이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 지분 51% ‘공기업’”
“‘反’ 국민감정 고려 기대”


이 같은 논란에 한전 측은 지난달과 이달 홈페이지를 통해 총 두 번의 보도 설명자료를 게시했다. 한전은 지난달 21일과 지난 2일 해당 내용의 보도 내용 일부를 첨부해 “완도-제주 #3HVDC 해저케이블 건설사업에 따른 입찰방법, 입찰참가자격 등 계약방법은 현재 내부 검토 단계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관련 법령에 의거 계약의 목적과 성질 등 제반사정을 종합 고려해 계약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중국 입찰참여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과 함께 지난 2일 설명 자료를 통해 해외 매각설에 대해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정부가 51% 이상의 지분을 소유해야 하는 공기업”이라며 “해외매각 관련 인터넷 보도 또는 댓글은 한전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선 그었다.

이 외에도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기업의 국내 전력사업 입찰 참여설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일”이라며 “2017년 2월 서남해 해상풍력 해저케이블(외부망) 제작 설치 공사 때부터 한전이 GPA 예외규정을 통해 해외기업의 참여폭을 확대해 경쟁을 강화하고 예산절감의 효과도 기대했던 바 있어 이 같은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 측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한전 측이 기재부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 맞고, 그에 대해 회신 받은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중국기업을 입찰 참여 대상으로 포함시킬 가능성이 전무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한전이) 원가 절감 차원에서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알아본 것 자체가 괘씸하긴 하지만 국민감정이 이런 것을 알게 됐으니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도 “한전의 해명과 달리 만약 중국이 해당 사업을 맡게 되면 중국이 한국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전력 산업에 주도권을 장악하려 할 것”이라며 “향후 국내 전력사업 및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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