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를 다투는 우리나라 총선거에서 선거 승리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 의석수를 기준으로 해서 더 많은 의석을 얻는 것을 선거 승리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야당에 국한된 이야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승리하는 기준은 151석이다. 물론 불가능한 수치다. 더불어민주당은 필패한다는 결론이다.

‘적폐청산’이라는 촛불민심의 국민적 명령을 이룩하고자 껍데기 야당들과의 협치도 거부한 채 묵묵히 촛불시민만 믿고 견뎌 온 지난 3년이 허송세월이 될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비례연합정당 관련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보고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는 130석을 확보할 수 있지만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연동형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연합에 밀려 제1당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비례연합정당에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여 보수야당이 제1당이 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가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전가의 보도 전당원투표제를 꺼내들었고, 투표 결과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기준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필패를 면할 수 없다.

과거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패한 뒤, 민주당에서는 대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있다. 당시 위원장이었던 한상진 교수는 선거를 책임졌던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누구도 ‘내 탓이오’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 정치권이 그토록 무책임한 집단인 것에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필패와 전혀 관계없는 필자는 더불어민주당 총선 필패가 ‘네 탓이오’ 라고 미리 알려 주고자 한다. 이른바 더불어민주당 총선 필패 오적(五賊)이다.

첫 번째는 홍영표 전 원내대표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있었던 작년 4월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패스트트랙 정국을 밀어붙였다. 때려주기를 기다렸던 자유한국당은 약자 코스프레로 반등을 노렸고, 국정농단 전범세력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는 데 성공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질도 모른 채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인 홍영표 전 원내대표가 총선 필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다.

두 번째는 이인영 원내대표다. 전임 원내대표가 쌓아 놓은 설거지거리를 치우느라 고생을 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패스트트랙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물론 청와대 관심사안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등과 연동되면서 그의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았지만, 그가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국회 운영을 한 것이 결국 총선 필패로 이어졌다.

세 번째는 이해찬 당대표다. 그는 2012년 문재인을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해 당대표가 되었지만, 그의 당대표 직함은 문재인 후보를 대선에서 패하게 했다. 2020년 당대표 이해찬은 문재인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 과반수를 선물하려 하지만, 그의 대표직이 이번 총선도 필패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미 육체적으로 늙었고, 전략적 마인드는 노쇠했다.

네 번째는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1년 간 차기 대선주자 부동의 1위다. 그러나 그것이 다음 대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순전히 개인 대권을 위해 국회로 돌아오고 당으로 돌아와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연말연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하기 시작할 무렵 그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그가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장인 것은 넌센스다. 

다섯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다. 박근혜나 '토착 왜구'에 대해 비교우위에 있는 것은 확실하나 그것은 그가 아니어도 그랬을 것이다. 유권자는 “무엇을 하였느냐?”고 묻는데, 딱히 변명할 것이 없다. 그래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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