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꺾인 채용일정, ‘취준생’ 의지마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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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텅 빈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광장 부스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장 지도 방향‧지원금 제도 등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노동 시장은 여전히 한기로 가득한 모양새다. 직장갑질119를 통한 상담에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상담이 주를 이었고, 기업들의 잇단 채용 연기에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일부 취준생들이 구직 활동을 중단하며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몰리고 겹쳐 경쟁률 높아질 걱정에 힘 빠져...구직 활동 포기해야 하나 고민”
증가하는 코로나19 관련 ‘직장갑질’ 제보...‘해고’와 ‘권고사직’ 증가율 높아



“이름만 대면 알 법한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 후 쉬지 않고 관련 분야에서 일해 왔습니다. 해당 직무에 필요한 ‘스펙’도 나름대로 부족하지 않게 쌓았고요. 하지만 구직 공고 자체를 찾는 게 쉽지 않아졌다는 게 문제예요. 직전 기업에서 퇴사 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됐고, 구직 공고가 몇 주 사이에 눈에  띄게 감소한 것 같습니다. 어렵게 서류 전형을 합격해 면접 일자가 잡혔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해당 기업은 일방적으로 면접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상담자들이 줄었으니 채용 자체를 미루겠다는 것이죠. ‘얼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취업 준비에 열중 하다가도 갈수록 채용공고를 찾기 힘든 걸 보면 불안감이 가중됩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취준생이 몰리고 겹쳐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힘이 빠지기도 하죠. 당분간 구직 활동을 포기해야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정모씨(32세, 진로상담사)

정 씨만큼이나 다른 취준생들도 각종 취업정보 공유 커뮤니티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취업시장에 대한 저마다의 고충을 털어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들이 상반기 채용 일정을 연기한 것에 더해 이제는 이른바 ‘알바 자리’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재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농협 제외)만 보더라도 포스코와 롯데, SK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들의 공채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정이 정해진 기업들도 사태 추이에 따라 연기될 가능성도 전무하지 않다. 여기에 자영업을 포함해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도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채용을 무기한 연기하는 현실이다.

꺾인 구직활동 의지
‘그냥 쉬었다’ 최고치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취준생들의 꺾여버린 구직활동 의지가 회복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특별한 구직 활동이나 취업 의지 없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 인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15일 통계청 집계(조사 기간 2월9~15일)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중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43만8000명. 월 기준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40만 명을 넘은 것은 2012년 2월(40만4000명)을 제외하면 지난달이 처음이다. 2003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20만 명대와 30만 명대 사이를 오가며 등락을 반복하던 이 수치는 지난달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나 역대 최고치에 오른 셈이다.

특히 증가폭은 20대에서 큰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기준 20~29세 쉬었음 인구는 39만1000명으로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월(35만5000명)에 이어 2월까지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이들이 ‘청년층 쉬었음’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했다.

해당 통계에서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육아나 가사, 취업을 위한 재학·수강, 연로, 심신 장애 등 특별한 이유 없이 막연히 쉬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에 해당한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위해 학원이나 기관, 또는 그 외의 곳을 다니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취업준비자’로 묶인다. 지난달 전체 취업준비자는 77만 명으로, 1년 전(79만2000명)보다 2만2000명 감소했다.

직장갑질 제보 적지 않아
‘연차→무급휴가→해고’순


한편 취준생들의 고민만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직장인도 적지 않은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민단체에 들어온 ‘직장갑질 제보’가 이달 첫째주보다 둘째 주에 1.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에는 ‘해고’와 ‘권고사직’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이메일 등을 통해 이 단체에 들어온 제보 911건 중 코로나 관련 제보가 376건으로 41.3%를 차지했다. 3월 첫째 주(1~7일) 247건에 비해 1.5배(152%) 증가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해고·권고사직이 2.6배(21건→55건)로 가장 크게 늘었다. 다음으로는 연차강요 1.6배(35건→56건), 무급휴가 1.5배(109건→166건), 임금삭감 1.2배(25건→30건), 불이익 1.2배(57건→69건)순이었다. 연차강요를 시작으로 무급휴가, 해고·권고사직으로 이어지는 상황인 셈이다. 직장갑질119 측은 언론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해 사용사업주 요청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가 명백하다”며 “코로나19를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면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파견직이든 근로계약을 맺은 상대를 대상으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해고기간 임금상당액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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