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감기라 부르는 상기도 감염증은 가장 흔한 호흡기 질환이지만 대부분 1주일 이내에 저절로 낫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정상인의 경우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노인들에겐 폐렴 등 각종 합병증을 유발,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독감을 포함한 상기도 감염으로 수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으며, 1917~1918년 스페인 독감 때는 전 세계적으로 2,000만~5,000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계된다. 감기와 독감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상기도 감염증은 보통의 감기와 독감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심한 감기를 독감으로 부르지만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와 완전히 다르므로 의학적으로는 구분을 한다.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가 코, 인두, 후두 등에 주로 침투해 콧물, 기침, 목아픔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감기 바이러스는 200종도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중 ‘라이노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코 점막에서 증식하므로 콧물 속에 많이 들어 있다. 감기 환자가 손으로 콧물을 닦은 뒤 다른 사람과 악수하거나, 이 사람이 만진 물건을 다른 사람이 만지면 바이러스가 그 사람 손을 통해 체내로 침투하게 된다. 따라서 감기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손을 깨끗이 씻어야 된다. 손 씻기야 말로 유일한 감기 백신이다. 감기 기운만 있으면 병원이나 약국에 달려가는 사람이 많은데, 지구상에 감기를 낫게 하는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감기약이라 부르는 것은 감기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감기의 결과로 나타나는 콧물, 기침 등을 완화시킬 뿐이다.

병원에선 항생제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쓸데없이 항생제를 쓰는 것은 좋지 않다. 감기는 저절로 낫기 때문에 약이나 주사에 의존하기 보단 무리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게 최선의 처방이다.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감은 보통 감기와 달리 고열이 나고 근육통과 쇠약감이 심한 게 특징이다. 특히 독감에 걸리면 기관지 점막이 손상돼 2차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독감이 낫는 듯하다가 다시 열이 나고 기침과 누런 가래가 생기면 2차 감염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 가야 한다. 독감은 백신 접종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는 각 지역별로 그해 유행할 독감 종류를 예측하며, 제약사들은 그같은 예측을 근거로 백신을 제조한다.

대개의 경우 WHO의 예측이 맞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면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WHO 예측이 틀린 경우엔 백신을 맞아도 독감 예방 효과가 없다. 독감과 감기는 완전히 다른 종류이기 때문에 독감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감기가 예방되진 않는다. 한편 추위에 떨고나면 독감이나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얘기다. 감기나 독감이 겨울철에 유행하는 이유는 추위 때문이 아니라 감기·독감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유행하기 때문이다. 겨울철엔 춥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이 밀집한 실내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전염도 그만큼 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제공: 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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