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가들에게 가장 두려운 질환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꼽을 수 있다. 비흡연자를 포함해 현대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아직 많이 알려진 병명이 아니다. 미국에선 1,500만명 정도가 앓고 있으며, 사망원인 제 4위다. 대한호흡기학회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서도 45세 이상 성인의 8%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고, 남성만 따진다면 12%나 된다. 폐기능이 급격히 떨어졌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의심해 보자. 의사들은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 폐기능의 75% 이하로 떨어졌을 때 COPD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폐기능이 75% 이하로 떨어져도 생활하는데 큰 불편을 못 느끼므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COPD가 있음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의 50~60%로 떨어지면 걷거나 움직일 때 숨이 차기 시작하며, 그때부턴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병이 심하게 악화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빠서 밥도 못 먹고 대소변도 못 가리게 돼 꼼짝 말고 누워 있어야 하며, 이때 감기 등으로 폐렴이 생기면 쉽게 사망하게 된다.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의 40% 이하로 떨어지면 3급 장애인, 30% 이하로 떨어지면 2급 장애인, 25% 이하로 떨어지면 1급 장애인 판정을 받는다.

COPD를 유발하는 만성 기관지염은 심한 가래와 기침이 1년에 석달 이상, 2년 연속 나타나는 경우다. 흡연이 가장 중요한 발병인자며, 심한 대기오염이나 분진, 유독가스 자극, 세균감염 등이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이나 세균감염 등이 단독으로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 병 환자는 거의 100%가 흡연자다. 거꾸로 말하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절대 만성 기관지염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흡연은 기도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허파꽈리의 세균 저항능력을 감퇴시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기관지염이 진행되면 기관지가 매우 예민해져 조금만 기온이나 습도가 떨어져도 환자는 발작적인 기침을 하게 되며, 그 때문에 염증이 더 심해지면서 병이 점점 악화된다.

폐기종은 허파 꽈리가 터져서 엑스선 촬영을 해 보면 허파 아래쪽이 축 처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다. 허파 꽈리가 터지면 허파 꽈리와 혈관 사이의 산소교환이 어려워져 호흡곤란이 초래된다. 이 역시 거의 100% 흡연이 원인이다. 담배를 피우면 허파 꽈리에 백혈구가 모이게 되고, 이 백혈구의 단백분해효소 때문에 허파꽈리의 벽이 녹아 폐기종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인들의 기침, 가래, 호흡곤란은 폐기종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기종 등은 수년 내지 수십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진행하므로 빨라도 40대 이후, 주로 노년기에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기관지염이나 폐기종이 COPD로 발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

일단 COPD로 진단 받으면 담배를 끊는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를 끊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빨라져 엄청나게 괴롭게 된다. COPD에 대한 유일한 대처법은 금연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두번째 강조하고 싶은 병은 폐결핵이다. 폐병의 대명사격인 폐결핵을 아주 까마득한 날의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1995년 전국 결핵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명 당 1명이 활동성 폐결핵 환자다. 요즘도 매년 인구 10만명 당 96명 정도가 새로 폐결핵에 걸리고 있다. 매년 4만5,000명씩 폐결핵 환자가 생긴다는 얘기다. 주변 어디에든 결핵균이 존재한다. 폐결핵 환자와 가까이서 이야기 하다 옮을 수 있으며, 환자가 뱉은 가래 속 균이 호흡기를 통해 침투할 수도 있다. 적게 잡아도 20만~30만명의 결핵 환자가 있는데, 이들은 아무런 제재없이 이곳 저곳에 균을 퍼트리고 다닌다.

균에 감염된 뒤 첫 몇개월 동안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자신도 모르는 상태서 균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환자와 환자가 접촉한 사람 모두를 격리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우리나라 사람은 사실상 일년열두달 감염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감염됐다고 모두 발병하지 않고, 5~15%에게만 발병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유일한 예방법이라면 감염돼도 발병하지 않도록 적당한 운동과 균형있는 식사로 건강과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만약 폐결핵으로 진단됐다면 철저하게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6개월 정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가 된다. 결핵약은 간에 부작용이 생기는 등 독성이 강해 복용하기가 몹시 힘들다. 그러나 의사를 믿고 부작용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만약 중간에 약을 끊거나, 자기 마음대로 약의 종류를 바꾸면 결핵균이 내성을 얻어 문제가 훨씬 심각해 진다. 이 때는 1차약으로 치료가 안돼, 독성이 훨씬 심한 2차약 치료를 최소 1년 6개월 이상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완치될 확률은 1차약 치료때보다 훨씬 떨어진다. 결핵약은 3차가 없다. 따라서 폐결핵에 걸린 사람은 1차약으로 끝장을 봐야 한다. 그러나 약을 써도 잘 죽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된 경우는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1차약 치료를 하다 약을 끊는 바람에 원래 결핵균이 다제내성균으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처음 폐결핵을 진단받은 환자의 2%, 폐결핵이 재발한 환자의 10% 정도가 다제내성균이다.

이 때는 2차약 치료를 적어도 2년 정도 해야 하며, 폐결핵이 국소적으로만 발병한 경우엔 그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완치될 확률은 60%에 불과하며, 나머지 40%는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해 결국 사망한다. 모든 폐결핵 환자를 격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된 환자만이라도 격리를 시켜야 한다. 약 복용을 게을리 해 다제내성균이 생겼다면 환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을 테지만,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야 말로 아무런 죄도 없이 사망률 40%에 육박하는 병을 얻게 된다.

사망률 40%인 공포의 세균이 공기 중에 떠 다니고, 운이 나쁘면 나와 내 가족이 희생양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편 건강검진 결과 ‘비활동성 폐결핵’으로 진단받고 놀라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결핵균이 폐에 침투했다 흔적만 남기고 지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겐 비활동성 폐결핵이 너무 많아 이것이 있는데도 ‘정상’으로 판정하는 병원이 많지만, 병원에 따라선 ‘친절하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다. 그러나 전혀 놀라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편 급성적으로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병에는 급성기관지염과 폐렴 등 하기도 감염과 기흉, 늑막염 등이 있다. 급성 기관지염은 기관지 점막에 급성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독감이나 감기 끝에 생길 수 있으며, 그 밖의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강한 화학적 자극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에게 많이 생기는데, 기침과 고열이 특징이며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심한 기침과 호흡 곤란 등이 동반된다. 원인이나 증상에 따라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기관지확장제, 진해제 등을 투약하게 된다. 병이 있는 동안엔 금연은 물론이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하며, 수분섭취를 늘리고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절대 안정과 충분한 영양섭취를 해야 한다. 급성기관지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으로 진행된다. 고열, 가래, 기침,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폐렴에 걸리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폐렴의 원인이 세균인 경우엔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바이러스인 경우엔 대개의 경우 나타나는 증상만 치료한다. 늑막염은 폐를 감싸고 있는 늑막에 염증이 생긴 병이다. 늑막은 두겹으로 돼 있어 호흡을 할 때 부드럽게 서로 미끄러져야 하는데, 염증이 있으면 늑막끼리 마찰을 일으켜 숨을 들이 마쉴 때 칼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호흡곤란을 겪는 병이다. 독감 때문에 생길 수도 있으며, 폐 손상이 늑막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며, 폐혈관이 막힌 경우에도 늑막염이 생길 수 있다. 늑막염 증상이 의심되면 24시간 이내에 의사의 진찰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흉이란 두 겹의 늑막 사이에 공기가 들어간 병이다.

흔히 실실 웃는 사람에게 ‘허파에 바람 들어갔다’고 말하는데, 실제 기흉이 생기면 늑막염에서와 같은 예리한 통증과 호흡곤란, 가슴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기흉은 늘어나 있는 허파꽈리가 터져서 생기는데,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천식 등의 합병증으로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찌르는 경우 등 외상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역시 늑막 사이 공기를 빼내는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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