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사라진 원안, 석연찮은 과정에 로비 의혹까지”

[제공=이천시민정의실천연합회]
[경기도 보건의료정책과]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이하 이천병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결재한 기숙사 증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사회 일부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천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운영으로 증가한 간호 인력을 수용하기 위해 기숙사 건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숙사 부지 선정이 투명하지 못한 과정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지역단체 구성원은 일부 세력의 로비에 의한 정계 유착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회 “특정 세력 도의회 로비설, 소문 통해 인지...의료원장, 6안 있었다 말해”
도 관계자 “설계도 안 된 계획안...민원인 ‘그곳에 지어라’ 주장 이해할 수 없어”


지난해 12월24일 열린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이하 이천병원) 개원식에서 이재명 도지사는 “이천·여주를 포함한 경기 동부 지역 거점 병원으로 도민께 사랑받는 공공병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이천병원은 12개 과목 164병상을 운용하며, 지역 뇌혈관 센터 등 특화된 진료서비스 제공과 호스피스 병동, 지역 응급의료기능 강화, 취약계층 진료 등 공공성 의료에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원한 지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이천병원은 지역 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천병원 간호사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주민들이 경기도청을 상대로 반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도지사 서명 부지 원안 사라져...해명 대신 ‘떠넘김’

이천시민정의실천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최근 정문 휴게공간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며 기숙사 건립 위치를 재심의 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이천병원 정문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원안을 선택군에서 뺀 채 정문 기숙사를 밀어붙힌 경위를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제공=이천시민정의실천연합회]
[제공=이천시민정의실천연합회]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천병원 내 기숙사 건립이 검토된 위치는 당초 1안~6안 등 총 여섯 곳이다. 하지만 심의 승인기관인 경기도가 5안과 6안을 배제하고 승인을 요청했고, 그 결과 3안(병원 건물 쪽) 대신 1안(정문 출입구 옆 녹지공간)이 최종 선정돼 설계 변경이 진행 중인 상태다. 주장대로라면 소수(연합회 측은 이들을 ‘특정 세력’이라고 칭함)의 이익을 위해 도의회 로비가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부지 선정 계획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특정 단체가 로비를 시도한 의혹은 이미 소문을 통해 인지했는데, 지난해 5월 이뤄진 실사 당시 ‘원안’이 가결되고, 부지 선정이 변경됐다는 소식을 접하는 등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로비 의혹에 힘을 싣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공=이천시민정의실천연합회]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기숙사 증축 사업 기본계획안'에 포함된 이미지 일부

그러면서 2018년 이재명 도지사의 결재가 이뤄졌던 ‘원안(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기숙사 증축 사업 기본계획안)’의 내용과 다르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료에는 기숙사가 병원 건물 쪽에 위치하는 그림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협의회 관계자는 “이 도지사 결재까지 받은 부지 원안은 사라지고, 이에 대해 도 관계자 어느 누구도 시원한 해명을 하지 않고 떠넘기기식 대응을 하고 있다”며 “안전행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일부 도의원, 담당 공무원 그 누구도 관여한 바가 없다는 식의 대응으로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 않고, 이 도지사의 결재가 이미 이뤄졌다고 답변 받았지만 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 대지 내 공개공지(녹지)를 이동할 만한 공간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경기도 측은 구체적으로 부지를 확보하는 등의 방안 없이 일을 진행하고 있어 문제”라고 덧붙였다. 

‘원안’이라는 건 없어...이르면 올 연말 착공

경기도 보건의료정책과는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달 20일 해명자료를 게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도의회 공유재산 관리계획 심의 부대의견을 반영해 여러 위치를 검토한 후 보건복지부 협의 결과를 반영해 위치를 선정한 것”이라며 “이는 곧 장례식장과의 거리 등 주변 환경 여건을 고려할 때 기숙사의 입지로서는 적절하지 않아 보다 적절한 장소를 적극 모색한 후 건립하라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당초 언급된 장례식장 인근 병원 대회의실 위쪽(병원건물 쪽, 3안)은 최종 결정된 사항이 아닌, 여러 배치안 중 한 가지였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2018년 이 도지사의 서명이 있는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기숙사 증축 사업 기본계획안’은 그저 계획안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협의회 측이 주장하는 ‘원안’이라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건의료정책과 공공의료운영팀 관계자는 “계획안은 병원 부지 안에 짓겠다는 내용과 54억 원의 예산 등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안일 뿐, 특정 부지에 건립하겠다는 확정안이 아니다”라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일부 민원인과 같이 ‘계획안에 그렇게 돼 있으니 그곳에 지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기존 계획안과 다른 부지 선정에 대해서는 ‘예산 초과’와 ‘장례식장 옆이라는 위치적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기숙사 신축 사업비는 국비 27억 원과 도비 27억 원 등 총 54억 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기존 계획안대로라면 강당 부분 리모델링 작업 등을 동반해야 하므로 사업비가 60억 원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또한 복지부와 의료원, 도 차원의 회의 과정에서 장례식장 바로 옆에 간호사들의 숙소를 짓는 것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는 의견이 도출됐다”고 밝혔다. 이천병원이 위치한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간호 인력들의 생활 편의 시설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최대한 고려한 결정이라는 의미다.

취재에 따르면 현재 도 측은 설계 과정을 진행 중으로, 내년 또는 이르면 올해 말 착공에 나설 전망이다. 축소되는 공개공지는 병원 부지 내 다른 장소로 이전될 계획으로, 건축법상의 법적 면적인 부지 내 7%를 준수해 건립하겠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논지 흐리기 위한 주장”
“의료원장 발언 재구성”


연합회 측은 본지를 포함해 다수 언론 매체에 기숙사 부지 설계안(1안~6안)을 전달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도 측은 ‘논지를 흐리기 위한 의도’이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연합회 측이 일부 언론에 제공한 5‧6안은 보지 못한 문건으로 해당 내용에 대해 검토도 이뤄진 적이 없다”며 “설계를 담당하는 담당 건축사도 4안까지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설계사가 설계 도면에 형광펜으로 그려 가며 계획을 잡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외에도 인근 상가 건물로부터 접수된 ‘일조권 피해’ 등의 일부 민원사항에 대해서는 “신축 기숙사는 인근 상가 건물의 북쪽에 위치하고, 앞쪽으로는 6차선 도로, 사이에는 8m도로 간격이 있어 일조권 등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지만 공사에 나설 경우 민원이 없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해당 문건을 제공한 연합회 측은 “해당 문건은 연합회 측에서 제작한 것이 맞다”며 “의료원장과 3시간여에 걸쳐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당시 의료원장이 6안까지 있었다고 했기에 해당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지 임의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라며 “이천시민이라면 이천병원을 방문해 본 경험이 다수 있을 것인데, 시민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없어진다는 점으로 이를 반대하는 1만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일부 시민들은 다소 냉담한 반응이다. 기숙사 건축으로 인해 일조권과 재산권 피해 등을 둘러싼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이 불러온 이른바 ‘님비현상’과도 유사한 형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인근 밀접 상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비쳤다. 해당 소식을 접한 건설업계 관계자 최모씨는 “언론 매체를 통해 인근 상가의 한 점주가 기숙사 건물에 가려지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한 점 등을 보면, 재산권의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논란의 불씨가 커진 것으로 추측한다”며 “이런 갈등은 건설 현장에서마저 마찰을 빚는 경우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논란이 지속된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어떤 과정을 거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인지 국민에게 투명히 공개해야 하고, 지역주민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관용의 자세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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