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진단이나 수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이겨 내겠다고 벼르던 사람은 수술 5년 후, 10명 중 9명까지 살아있다. 그리고 7~8할은 재발하지 않았다. 영국 런던의 킹스·칼레지 병원에서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년간 암 환자의 심리상태를 조사 연구하였다. 69명의 유암 환자의 암 선고를 받았을 때부터의 심리상태를 면밀히 조사했던 것이다.수술 후 3개월 때 환자는 암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환자의 정신상태를 네가지 부류로 분류하였다.

①부정형(否定型)이다. 암이라는 진단 자체를 믿지 않는다. 수술해서 유방이 없어졌건만, 그건 예방적으로 한 수술이었다고 말한다. 병상에 관해서 말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감정의 동요를 나타내지 않는다.

②투쟁형(鬪爭型)이다. 매우 낙관적이요, 암에 관해서 알고 싶어하고, 의사에게 질문도 많다. 암에 관한 책도 읽으며, 암을 극복하는 데 좋다는 짓은 무엇이든 한다. “암을 이겨낼테야” 라는 것이 입버릇이다.

③자제형(自制型)이다. 암에 관한 진단을 순순히 받아들여, 그에 관한 질문도 하지 않는다. 암이나 증상을 되도록 무시하고, 보통 생활을 계속한다. 애초에 암 선고를 받았을 때는 낙담하지만, 대범한 태도로 서서히 일어선다.

④절망형(絶望型)이다. 송두리째 암에게 먹혀버린 형국이다. 아무런 치료법도 없으며, 자기는 인제 끝장이라고 말한다. 이 부류의 환자들은 수술 후에 계속 감정적인 불안정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5년 후,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투쟁형〉은 10명 중의 9명까지 생존해 있으며, 7~8할은 재발하지 않았다.〈자제형〉은 32명 중의 22명이 생존해 있으나, 그중의 10명은 재발하였다. 그런데 〈절망형〉은 5명 중의 4명이 사망하였다.한편 사망한 사람 16명 중의 14명(88%)은 초기에 〈자제형〉이거나〈절망형〉반응을 보였던 환자들이다.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은 46%(28명 중의 13명)만이 이런 반응을 나타냈던 사람들이다.이런 정신상태에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독신자나 배필이 없는 사람은, 재발이나 사망 건수가 가정이 있는 사람보다 많다는 점. 또한 애당초에 진단했을 때, 결혼생활이 순조롭지 못하던 사람은 역시 재발이나 사망률이 높다는 점이다.이러한 심리적 영향은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쥐를 통한 실험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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