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에 다니는 K씨 (29세) 는 아내 H씨 (26세) 가 부업을 갖는 데 찬성이었다. 아직 아기도 없어 시간이 남아도는 터이라, 그녀의 전공인 응용미술 솜씨를 살리는 데 응원하고 싶은 기분이었다.그녀의 솜씨는 기대 이상으로 평판이 좋아 아르바이트가 본격화되어 가고, 수입도 증가되어 갔다. 그녀는 자연 가사에는 등한해지고, 그점을 남편이 지적하면 자기수입을 뽐내며 도리어 핀잔이다.남편은 불쾌해졌다. 아내의 수입이 자기 수입보다 많은 데서 오는 열등감도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는 아내의 수입을 증가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던터인데, 정작 아내의 수입이 자기보다 앞지르고 보니, 남편으로서의 위엄이 평가절하된 실감마저 든다. 남편은 마침내 아내더러 부업을 그만두라고 우기게 되었다.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심각한 실망을 느끼게 되었다. 자기도 이제는 하는 일에 책임과 보람을 느끼게 되었으니, 수입면이 아니더라도 그만둘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럴수록 남편의 용렬함과 불신임이 노엽게 여겨진다. 남편은 마침내 그만둘 수 없거든 이혼하자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아내에게 제 아무리 우월한 면이 있더라도, 남편에게 대한 존경심이 없어서는 안된다.

아내의출신 경멸하는 남편

민수(30세)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조그마한 기업체의 전무직을 맡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재벌회사에 2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 아내 애희(27세)와는 그곳에서 연애하여 결혼한 처지다. 당시 민수네 양친은 그녀와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했으니, 이유인즉 그녀네 가정이 너무 빈궁하다는 것이었다. 애희네 아버지는 본시 트럭 운전사였는데, 그녀가 아홉살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어머니는 별의별 막벌이를 가리지 않고 전전하며 그녀를 상업여고까지 졸업 시켰다. 그 어머니가 겪어온 막벌이들이 민수네가 결혼에 반대하는 사유가 됐던 것이다.

애희는 아예 체념을 할 생각이었으나, 민수는 그녀를 격려하는 한편, 자기네 부모를 설득해서 결혼에 성공한 터였다.그런데 정작 결혼하고 보니, 민수의 사람됨이 달라진 듯이 주색에 팔리게 되었다. 애희는 그런 남편을 닦아세우게 되었고, 그러자 남편은 그녀의 ‘비천한 출신’을 들어 모욕하기 시작했다. 출신이 나쁘니까 사사건건 비꼬였다는 것이다.애희로서는 그것이 자기를 희생적으로 길러준 어머니에 대한 악담이기에 더욱 참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필경 이혼하자고 나섰으나, 남편은 그에 불응하고 있는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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