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지난 10일부터 시작됐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국회의원선거부터 투표권을 얻게 된 만18세 유권자도 약 55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아마도 우리 정치사에 가장 많은 투표를 하게 되는 연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들을 포함하여 약 4400만 명이 이번 국회의원선거의 유권자다. 21대 국회를 구성하게 될 300명의 국회의원은 이들의 손으로 결정된다.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원내 제1당은 수도권에서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확보한 의석수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는 정당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정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유권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다.

미투의 여파로 당의 공천에서 배제된 데 반발하여 자신의 지역구인 동대문을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민병두 의원은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었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해지자 후보를 사퇴하였다.

소위 ‘아빠찬스’ 논란에 역시 공천에서 배제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은 당에서 전략 공천한 오영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지역위원회를 장악하지 못하는 틈을 노려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다. 아빠의 힘도 정당의 힘만 못한 것이 여론조사로 확인되고 있다. 그가 말한 대로 애초부터 ‘아빠찬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편 수도권에서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보다 10석 정도를 더 얻게 된다면 원내 제1당도 실현될 미래통합당은 연이은 구설(口舌)로 위기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다.

카멜레온보다 더 다양하게 변신하는 재주를 지닌 관악갑 선거구에 출마한 김대호 후보는 세대비하 논란으로 당에서 제명을 받았다. 그의 발언이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 전략에 유효한지 아닌지의 문제인데, 자칭 선거전문가, 정책전문가라는 그의 발언은 본인이 후보자임을 망각하고 정치 해설을 하다 빚어 낸 참극이었다.

부천시병 선거구에 출마한 차명진 후보는 새로운 버전의 ‘세월호 막말’로 당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이미 ‘세월호 막말’ 전력이 있는 그는 당의 공천배제가 유력했지만, 기사회생하여 감점 4점을 안은 채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며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에게 큰 격차를 보이며 밀리자 막말 유전자를 일깨워서 만회하고자 하였지만, 자신뿐 아니라 당의 선거 전략마저 망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오늘 수도권 판세가 좋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기자의 물음에, “저는 국민의 위대함을 믿습니다. 여론조사기관의 공정하지 못하고, 바르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이 흔들리시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은 위대하다. 나라를 위해서 바른 결정, 미래를 위한 결정, 사탕발림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국민과 함께하는 후보를 결국 선택하시리라 믿는다. 저는 그 선택을 받들어서 정말 새 정치를 하겠습니다. 구태 정치 아닌 새 정치 통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했다.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상당한 원망(願望)이 내포된 말이다. 자신의 처지가 다른 후보들을 걱정하는 사치를 부리기 어려운 입장임에도 당대표로서 선거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황교안 대표의 말대로 4400만 유권자의 의지가 여론조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고, 오직 국회의원 당선자를 만들어 내는 힘은 유권자의 투표에 의해서 발산된다. 위대한 국민, 그 중에서도 4400만 명의 유권자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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