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희노애락 감정의 양극단 끝에서 치러지는 결혼식과 장례식장의 풍경이 닮아버린 지 벌써 두 달 가까이 됐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에 대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 격리’ 등 비대면 접촉을 강요받은 현대인들이 더 개인적이고 비인간적인 사회관계가 바이러스처럼 확산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올라오는 청와대 청원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코로나 정국속에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대국민 스트레스 해소의 장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 가지고는 5천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 와중에 치러지는 4.15 총선은 차라리 반갑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반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벗어나 투표를 하기 위해 이웃들과 줄을 서서 자신의 권리를 집단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자가 쉽지 않은 삶을 유지하면서 잠시 집단적, 지역 공동체적 동질감을 느끼고 나아가 정권과 정당 그리고 후보를 심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 아닐 수 없다. 이 좋은 봄날 유채꽃밭마저 갈아엎는 엄혹한 시기에 말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 중간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론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코로나 정국속에 치러지면서 여당 우세를 점치는 인사들이 많아졌고 야당 심판론마저 가세해 야당 고전이 예상된다. 

여당 입장에서는 코로나 정국으로 20대 여소야대 정국을 여대야소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민주당의 기대대로 된다면 2016년 지방 권력과 2017년 중앙 권력에 이어 2020년 의회 권력까지 장악하는 ‘슈퍼울트라’ 집권여당의 탄생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복에 이어 임기말 레임덕을 차단하고 명예롭게 퇴진하는 유일무이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의 경우 패할 경우 사실상 리모델링 수준이 아닌 재건축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황교안 다음으로 보수 재건을 위해 누가 깃발을 들고 나설지는 예상하기 힘들지만 그 시간이 꽤 소요될 전망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패하고 야당이 승리할 경우 현 정권은 급속하게 레임덕에 빠질 공산이 높다. 또한 당내에서도 친문 주류의 쇠퇴와 함께 비문 비주류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특히 강성 친문들이 몰려 있는 비례대표 정당인 열린민주당이 주 타깃이 되면서 주류 비주류 간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 공방에 휩싸일 공산이 높다. 원내 1당이 된 통합당에서는 보수 부활의 신호탄으로 삼을 것이다. 

반면 정의당, 민생당, 국민의당 등 소수정당의 경우 목표 의석 달성에 실패하거나 한 자릿수 미만으로 쪼그라들 경우 존폐 위기에 처할 공산이 높다. 특히 정의당의 경우 비례대표 후보자 도덕성 논란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은 거여거야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폐단이 노출돼 위기에 몰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의당과 여야에 실망한 중도층이 안철수 국민의당에 몰려 재차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대한민국은 물론 여야 명운은 4.15총선 선거일날 4천4백만 명 유권자들의 투표로 갈릴 전망이다. 코로나19를 핑계로 투표를 포기하거나 자포자기식 '자해투표'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온 국민이 집권여당이든 야당이든 후보자든 심판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4.15총선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