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21대 총선에서 사상 유레없는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총선 이후 사실상 차기 대권을 위한 물밑다툼이 치열해진 것이다. 분수령은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다. 당 안팎에서는 누가 출마를 위해 뛰고 누가 출마를 접었다는 등의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해찬 대표 이후 민주당 차기 당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당내 역학구도는 물론 차기 대권지형 자체가 확 달라진다. 더구나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개헌 말고는 모든 것이 가능한 단독 180석을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당권 장악은 곧 대권으로 직행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최대어는 민주당 총선압승의 일등공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다. 이어 민주당 소장파, 중진을 거쳐 확실한 지도부로 떠오른 송영길·이인영·우상호·임종석 등 86그룹의 움직임도 변수다. 또 보수의 텃밭인 경남 양산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둔 김두관 의원과 통합당이 모든 지역구를 싹쓸이한 대구에서 홀로 분전했던 김부겸 전 장관 역시 유력후보 중 한 명이다. 이밖에 총선에서 김영춘, 최재성 의원도 정치적 재기를 위한 출마설이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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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어이낙연 도전여부 변수, 김두관.김부겸 친문지지 최대변수
86그룹 송영길로 단일화 조짐세대교체 대권도전 기반 마련

8월 전대 최대 관전 포인트는 ‘친문 표심’이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비문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국민의당으로 탈당하면서 친문 위주의 정당으로 재편됐다. 이후 2017년 5월 19대 대선, 2018년 6월 7회 지방선거, 2020년 20대 총선 공천 및 본선 등 크고작은 정치일정을 치르면서 친문세력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확장됐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현역인 금태섭 의원이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에게 패한 게 대표적이다. 날이 갈수록 친문 순혈주의가 강화된 셈이다.

이 때문에 누가 과연 친문 표심의 선택을 받느냐 여부는 민주당 차기 당 대표의 최대 분수령이다. 친문진영 내에서는 마땅한 당권주자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8월 전대에서 친문 표심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을 할 전망이다. 과거 추미애 법무장관의 사례처럼 친문의 전폭적 지원으로 특정인이 당 대표에 오르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문진영의 분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물론 최대 핵심은 여권 최대 주주인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이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은 물론 퇴임 이후 안전판 확보를 위해 전당대회로 쏠리는 눈길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엄정 중립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왔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거취는 물론 친문진영 지지층 그룹에게 막대한 영향력를 행사해왔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행보를 주의깊에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성공 모델 따르나이낙연 승부수 던질까?

민주당의 8월 전대 최대 관심사는 이낙연 전 총리의 등판 여부다. 이낙연 전 총리는 정치인생에서 최대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성공적인 역할을 한 뒤 총선에서 야권 거물인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를 손쉽게 누르고 여의도 무대로 복귀했다.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는 점은 이 전 총리의 정치행보 미래를 장밋빛 청사진으로 물들였다.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서울 종로 승리는 물론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정치적 중량감을 보다 공고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차기 대권을 내다보는 이 전 총리는 여전히 2% 부족하다. 그동안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30%로 대세론을 구가해 온 이 전 총리지만 당내 기반은 매우 취약한 편이다. 게다가 정치적 기반이 호남이라는 점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총리 재직 시절 문 대통령과 찰떡궁합을 과시해온 대목은 플러스 요인이다. 이 전 총리의 당권도전에 대해서는 전망이 여전히 엇갈린다.

다만 무게추는 당권 도전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 출마, 당권을 장악한 뒤 2017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이른바 문재인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친문진영과의 전략적 연대가 가능하다면 승산도 충분하다. 성공할 경우 이 전 총리로서는 취약한 당내 기반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권으로 가는 고속도로 직행티켓을 따낼 수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 때문이다. “대선에 나가는 당 대표는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8월 전대에서 당선된다 해도 2년 임기를 채울 수 없다. 차기 대선이 20223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13월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전대 출마시 경쟁 후보들의 융단폭격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당권도전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에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 전 총리는 신중한 반응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당 안팎의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총리는 향후 당 역할론과 관련, “생각해보지 않았다. 국난 극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내 지혜가 모이리라 생각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86그룹 전성시대 맏형 송영길 단일화 변수

과거 김대중정부 시절 원내로 진입했던 86그룹은 이후 정권을 거치며 소장파 역할에 머물렀지만 21대 총선 이후에는 민주당 지도부 그룹으로 우뚝 섰다. 80년대 학번과 60년대 출생을 뜻하는 운동권 세대인 86그룹 또한 차기 당권·대권을 기대하며 몸풀기에 나선 것이다.

우선 맏형격인 송영길 의원은 국회의장 도전도 가능한 5선 중진이다. 이인영, 우상호 의원 역시 당 대표 도전이 가능한 4선 중진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 역시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지원유세에 나서면서 정치적 중량감을 부각시켰다. 이 때문에 86그룹이 오는 8월 전대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민주당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86그룹은 각개약진보다는 단일후보를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86그룹은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8월 전대에서 송영길 의원을 86그룹 단일후보로 내세우기로 사실상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송 의원은 직전 전대에서도 당 대표에 도전했다. 인천에서 5선 중진에 오르며 정치적 중량감을 확인한 송 의원의 경우 광역단체장인 인천시장을 지낸 행정경험이 있다는 장점을 고려할 때 당권마저 쥔다면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

설사 차기 대권에서 멀어지더라도 차차기 도전을 위한 정치적 존재감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밖에 20대 국회 원내사령탑을 맡았던 우원식·홍영표 의원도 4선 중진이 되면서 당권도전설이 나온다. 다만 홍영표 의원관련해서는 당권도전을 접었다는 엇갈린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향후 당내 역할을 놓고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친문지원 업고 당권도전?낙선김부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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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높은 벽 탓에 총선에서 실패한 차기 주자들도 변수다. 경남 양산을에서 신승을 거둔 김두관 의원과 대구 수성갑에서 패배한 김부겸 전 장관의 거취 역시 민주당 8월 전대의 관심사다. 특히 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전 장관의 큰 꿈은 차기 대권이다.

문제는 친문이 장악한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친문진영 내부에서 볼 때 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전 장관의 경우 호남 기반 민주당에 영남 차기주자라는 확장성이 매력적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방정식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더구나 8월 전대에서 당권에 의욕을 보였던 최재성 의원이 서울 송파을 선거에서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친문진영은 뚜렷한 차기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친문진영이 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전 장관을 선택할지 여부도 배제할 수 없다. 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전 장관 역시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당권 도전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김두관 의원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지역구였던 경기 김포를 포기하고 당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경남 양산을 험지 출마를 전격 결정한 것이다. 다소 모험이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특히 양산을 지역구에는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김두관 의원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파격발탁으로 이장, 군수의 경력으로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당선되면서 정치적 주가를 한창 끌어올렸지만 이후 2012년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경남지사를 포기,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다. 8년 만에 험지출마에 따른 도박이 성공했다. 친문진영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

김부겸 전 장관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고유의 브랜드가 있다. 더구나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는 사상 초유의 압승을 거뒀지만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전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김부겸 전 장관을 민주당의 간판으로 내세울 경우 지역주의 완화는 물론 동서화합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김부겸 전 장관의 이번 낙선에는 여권 안팎의 동정론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총선 이후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이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며 재기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부겸 장관의 경우 끝난 게 아니다. 반드시 한 번의 기회는 올 것이라며 주변에서 부겸이 형님을 돕겠다는 여론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부산 진갑 선거에서 서병수 전 부산시장에 밀려 낙선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정치적 재기를 위해 8월 전대 출마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꾀돌이이광재 행보김진표는 21대 전반기 국회의장?

강원도에서 민주당 선거돌풍을 주도하고 여의도로 생환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5선 중진인 김진표 의원의 당권도전 여부도 변수다. 이광재 전 지사는 참여정부 시절 이른바 좌희정 우광재로 불렸던 친노그룹의 핵심이었다.

주요 정치적 고비 때마다 큰 그림을 그렸던 전력가 스타일이다. 그동안 정치낭인으로 떠돌다가 천신만고 끝에 여의도에 복귀한 만큼 당락 여부를 떠나 본인의 존재감 확보를 위해서도 당권도전설이 나온다. 다만 정치복귀 이후 곧바로 당권도전을 지나치다는 여론이 비등할 경우 유력 당권후보 지원사격에 나서는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거 민주당 전대 단골손님이었던 김진표 의원은 이번 전대 불출마설이 나온다. 김진표 의원은 2018년 민주당 전대에서 이해찬 대표와 맞붙었다가 실패했다. 이후 명예회복을 다짐하면서 권토중래를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21대 총선을 전후로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표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유턴해 벌써부터 분주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민주당 당권경쟁의 키포인트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나설 수 없는 만큼 대통령 복심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변수라면서 양정철 전 원장은 민주당 대승으로 막을 내린 21대 총선 준비의 설계자이자 막후 조정자 역할을 했다. 총선 이후 야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차기 당권 도전을 물론 대권을 노리는 유력 정치인들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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