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미래통합당 주변에서는 통합당의 4·15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5()’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황교안 전 대표를 비롯해 사천 공천 논란을 일으킨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막말 논란을 일으킨 통합당 차명진 후보 등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에 작용하는 정권심판론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전략 실패와 총체적인 리더십 부재에 대한 책임이 이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 총선 참패 5이 거론되는 이유를 들여다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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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참패김종인.황교안.김형오.박형준 선대위 책임론
-‘ 막판수도권 박빙 지역 패배로 이끈 차명진 세월호막말

미래통합당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총선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사천 논란,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를 두고 옥신각신하면서 총선 승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당내에서 흘러나왔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통합당 막천 공천 심판론이 희석되고 정권 심판론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통합당이 내놓은 메시지는 우한 폐렴’, ‘중국인 입국 금지가 전부라는 인식이 깔렸고,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국제적인 모범 사례가 되자 통합당은 혼란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은 선거 전략 실패와 막말 논란까지 더 해지면서 결국 총선에서 참패했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 막장 공천 논란, 황교안 대표 경쟁적 대선 후보 내치기, 박형준 선거대책위원장 선거 전략 미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과 말실수, 차명진 후보의 막말이라는 종합선물세트로 인해 총선 참패라는 결과물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사심공천’, ‘막장공천김형오 전 위원장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등장은 순조로웠다.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세연 의원까지 공관위에 합류하면서 혁신 공천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중진 의원들의 자진 불출마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공천 작업이 반환점을 돌면서 사천 논란이 일어났다. 현역의원들이 컷오프되거나 불출마한 자리에 김 전 위원장과 공관위원 측근들이 공천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김 전 위원장이 전략공천, 단수공천을 하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내리꽂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 공천권을 남용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통합당 공관위가 컷오프시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후보 등이 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모두 당선됐다. 반면, 공관위와 지도부의 요구에 따라 험지로 출마한 정우택, 김병준, 이종구, 이혜훈, 유정복 후보는 모두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20대 총선 패배 당시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친박 공천보다 더한 막장 공천을 한 김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일등공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인천 지역구에서 통합당 공천을 받은 한 후보 측 인사에 따르면 인천 동구·미추홀을 공천 과정에서 생긴 잡음이 옆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 등에 영향을 미쳐, 이른바 통합당 공천심판론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통합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김 전 위원장의 막장 공천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 전 대표는 선거 참패의 원인은 첫째로 막가는 공천이라며 그래서 어떻게 국민들한테 이 사람 찍어주세요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통합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연재 변호사도 이것이 이기는 공천, 혁신공천인가? 김형오는 당장 석고대죄하시라고 비판했다.

정치초년생 공천실험황교안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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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게 공천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천에 개입하면서 하루동안 수차례 공천 결과가 뒤집히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호떡 공천이란 조롱섞인 말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황 전 대표의 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졌다.

더구나 황 대표가 잠재적 경쟁자 쳐내기를 시도한 것도 참패 원인이다. 보수를 대변하는 대권 후보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보수가 바람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필두로 이광재 전 강원지사, 김부겸·김영춘·김두관 의원 등을 권역별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적극적 지원에 나선 끝에 민주당 압승이라는 결과물을 이끌어 냈다.

반면, 통합당은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이인제 전 의원을 컷오프시키며 인지도 높은 대선 후보들의 손발을 묶었다. 특히 민주당에 대적할 만한 권역별 선거판을 진두지휘할 인물이 없어, ‘장수 없이 전쟁터에 나선 형국이 됐다.

뿐만 아니라 성착취 동영상 관련 중대 범죄인 ‘n번방사건에는 황 전 대표가 호기심은 다르게 처벌해야 한다고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발언을 했고, ‘여권 인사 연루설폭로 예고 등 헛발질만 계속했다. 그 결과 총선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황 전 대표는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며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당대표 사퇴로 끝나지 않고, 탈당 및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통합당 김재경 의원은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이 그 직에서 물러나는 정도로 무마돼서는 안된다향후 큰 칼을 쥘 위정자들이 잘못했을 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 지 보여주는 뼈아픈 역사적 교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탈당! 정계은퇴! 아니 그 이상의 엄중한 책임을 져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민주당?’ 김종인 전위원장

황 전 대표는 뒤늦게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했으나 이 역시 악수였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선거기간 내내 수도권 유권자들을 만난 통합당 한 인사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을 영입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왜 데리고 왔느냐는 얘기였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을 뿐이다. 민통당에서는 중도층 확장 등을 거론하며 영입했으나 밑바닥 민심은 김 위원장에 대한 반감이 큰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30~40대는 문재인 정부가 좋아서 찍는 것이 아니라 통합당이 싫어서 찍는다는 말을 들었다그런 와중에 김 위원장의 말실수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을 민주통합당으로 잘못 말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는 지난 9일 서울 상봉동 상봉터미널 팔각정 앞에서 진행된 지원유세에서 이번에도 서울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도록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를 많이 국회에 보내시면 문재인 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실정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직후인 1일 국립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자를 썼다 지웠고, 지난 4일엔 부산 지원유세 중 부산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봤을 때 최종적으로는 통합당이, 민주통합당이 압승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외에도 민주통합당에 가기 전에는”, “민주통합당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라고 말해 당내에서 김종인 X맨 아니냐라는 얘기도 심상치 않게 나왔다.

선거전략 실패박형준 위원장

이번 총선은 양정철 VS 박형준대결이라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 선거전략은 양정철, 통합당 은 박형준 위원장이 총선 전략을 그렸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중도 보수 통합을 주도하면서 미래통합당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두고 태극기 세력과 유승민계가 갈등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은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은 후순위로 두고 유승민계와 우선 통합을 주장, 관철시켰다.

그러나 선거에 돌입한 뒤 성동규 여의도연구원장은 “120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으나 박 위원장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도 위태롭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득표 전략이라고 일축하면서 혼선이 왔다. 이때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는 대신 박 위원장은 읍소 전략을 내세웠어야 했다는 게 통합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여의도연구원의 발표가 나온 것이 패착이다. 이때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 했으면 읍소하고 견제했어야 했다모든 후보들이 큰절을 해야 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박 위원장이 자만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월호 막말통합당 차명진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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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내에서는 선거기간 막판 차명진 후보의 막말 논란이 수도권 표심에 큰 타격을 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선관위 주최 TV토론회에서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는 세월호 유가족이 문란한 행위를 했다고 말해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탈당 권유 징계를 받았다. 더욱이 차 후보는 상대 당 여성 후보 성희롱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최고위는 차 후보 제명을 결정했지만, 14일 법원이 제명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고 차 후보는 총선 완주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표심이 크게 흔들렸다. 통합당 내에서는 수도권 초박빙 지역구가 모두 패배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서울 송파갑에서 당선된 김웅 전 부장검사는 세월호의 그 엄청난 아픔을 우리가 공감하고 있느냐 이런 게 중요한데, 개인의 일탈이라고 할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니까 국민들이 봤을 때는 세월호라는 그 엄청난 아픔에 대해서 과연 공감을 하느냐라는 그런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서 김형오 전 위원장과 황교안 전 대표가 기름을 부었다면, 차 후보는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라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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