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공신들의 당정청 역할론에 눈길이 쏠린다. ‘총선 승리라는 화려한 왕관은 쓰지 못했지만 민주당 대승을 물밑에서 지원해 온 핵심 인사들이다. 이들은 총선무대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그림자 지원사격으로 민주당 승리에 힘을 보탰다. 총선 이후 당정청 주요 포스트에서 요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공신들의 정치적 중량감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정부 임기 중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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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정철. 이철희 청와대 입성’, “시간상의 문제전망 우세
- 입각 인사들 서울시장.경기도지사.여성총리까지 하마평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막후 실력자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향후 행보가 최대 관심사다. 또 정세균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정치적 반등 가능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어 추미애 법무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영 행정안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등 21대 총선 불출마를 결단하고 내각에 남았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향후 선택지도 관심사다.

이밖에 이른바 라떼유세단을 이끌었던 원혜영 의원은 물론 선도적인 총선 불출마로 민주당 인적쇄신의 물꼬를 텄던 이철희 의원의 행보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막후실세양정철, 부인해도 비서실장 또는 킹메이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여권 정치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다. 문재인정부 탄생의 밑그림을 그려왔던 양정철 전 원장은 국정운영 주요 고비는 물론 이번 총선에서도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

양 전 원장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더불어 해외를 떠돌며 정치낭인을 자처했던 백의종군 원년 멤버였지만 이번 총선 활약상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인재영입은 물론 총선전략까지 큰 그림을 모두 그렸다.

특히 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범 등 때로는 악역을 자처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너무 독주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총선 승리로 쏘옥 들어갔다. 양 전 원장의 향후 발걸음이 보다 가벼워졌다.

다만 양 전 원장의 선택은 반전이었다. 총선이 마무리되자마자 야인으로 돌아가겠다2선 후퇴를 선언한 것이다. 양 전 원장은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밝혔지만 총선 압승을 이끈 야전사령관으로서의 노하우와 경험은 그의 재등판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 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개편 때마다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 만큼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 역할을 맡은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 마무리와 퇴임 이후를 준비하는 막중한 역할이다. 또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재집권을 위해 양 전 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물밑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문재인 대통령 곁을 지켰던 임종석 전 실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임 전 실장은 이른바 86그룹의 상징적인 인물로 여권내 차차기를 대표하는 인사다. 당초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희망했지만 불출마를 선택했다.

임 전 실장은 총선 기간에 수도권 접전지를 중심으로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면서 총선승리에 힘을 보탰다. 실제 임 전 실장이 지원유세에 나섰던 민주당 후보들은 대부분 승리했다.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한 만큼 이제 남은 건 임 전 실장의 선택이다. 당장 정계복귀를 선택하기보다는 본인이 강조해온 대로 통일문제 또는 남북관계에서 상당한 비중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종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더구나 현 단계 남북관계는 북미대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정부는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만들어낸다는 방침이다.

남북관계 주요 고비 때마다 대북특사설이 흘러나왔던 만큼 임 전 실장이 이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에서 일정 성과를 낼 경우에는 임 전 실장의 정계복귀도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 또는 서울시장 도전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개편 과정 때마다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올랐던 이철희 의원의 거취도 관심사다. 이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택하면서 민주당 인적쇄신의 물꼬를 텄다. 이 의원은 특히 여야를 대표하는 타고난 전략통이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문재인정부 출범 3주년 직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개편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의 입성이 점쳐진다.

코로나19 대응 진두지휘정세균, 총리이후 대권도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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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으로 눈을 돌리면 어벤져스급 정치인들이 넘쳐난다. 먼저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이낙연 전 총리와 유사한 모델을 거쳐 차기 대권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을 전후해 정치1번지 종로를 이낙연 전 총리에게 안정적으로 넘긴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비상상황 대처를 주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공급을 둘러싼 혼선과 신천지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대구에 약 20일간 상주하며 코로나 방역을 진두지휘하는 강행군으로 정 총리의 현장형 리더십은 빛났다. 특히 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거두면서 정 총리가 운신할 공간은 더욱 넓어졌다.

정 총리의 행보는 최근 보폭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19 성공 대응에 이어 본인의 전공과목인 경제문제에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주도하는 책임총리로서의 위상을 보여줄 경우 정치적 주가는 급등할 수 있다.

정 총리는 특히 각계 전문가와 함께 사회적 대타협 모델을 논의하는 목요대화를 통해 본인의 정책적 역량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총리 역시 문재인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국민적 주목을 받을 경우 적정한 시점에 대권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낙연 vs 정세균이라는 빅매치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두 사람의 정치적 기반이 전남과 전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정부 총리 출신의 남북대전이 일어날 수 있는 셈이다.

추미애·박영선, 서울시장 도전설김현미 경기·전북지사여성총리?

21대 총선을 앞두고 출마보다는 내각에 잔류한 정치인 장관들도 적지 않다. 특히 추미애, 박영선, 김현미, 유은혜 등 민주당을 대표하는 스타급 여성 정치인들의 향후 행보에도 정가의 이목이 쏠린다. 오는 20223월 차기 대선 이후 곧바로 지방선거 국면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기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추미애 법무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민주당 안팎에서 유력하게 언급되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이다. 주변 환경도 나쁘지 않다. 추미애 장관은 지역구였던 서울 광진을을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박영선 장관은 지역구였던 서울 구로을을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에게 물려줬다.

고민정 전 대변인은 야권의 차기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윤건영 전 실장은 야권 개혁파 중진인 김용태 전 의원을 눌렀다. 추미애 장관은 문재인정부의 최대 핵심과제인 검찰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이 180석 대승을 거둔 만큼 의회내 안정의석을 바탕으로 검찰개혁에 성공할 경우 추 장관의 정치적 주가는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박영선 장관도 다크호스다. 방송기자 출신의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는 물론 과거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관으로서 일정한 정책 성과를 낼 경우 차기 대선 이후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광역단체장 출마 예상자들은 또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다. 경기도 일산이 지역구인 두 사람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힘겹게 불출마를 선택했다. 다만 총선을 거치면서 상황은 호전됐다. 3기 신도시 추진에 따른 민심 악화를 이유로 일산지역 총선 전망이 밝지 않았지만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정치적 주가도 급등했다. 두 사람의 광역단체장 출마 여부는 이재명 현 경기지사의 거취와 연결돼 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정국에서 긴급 재난지원급 지급 논의를 주도하면서 차기 지지율이 급등했다.

만일 이 지사가 경기지사 재선이 아니라 차기 대권 도전으로 방향을 튼다면 경지기사는 공석이 된다. 김현미, 유은혜 장관의 향후 정치적 입지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김 장관의 경우 부동산정책 주무장관으로 문재인정부 하반기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안정세 유지 여부에 따라 본인의 향후 정치적 운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경기지사 도전은 물론 고향인 전북지사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대선 때 대선후보 비서실장을 지냈을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여성 국무총리 등극을 점치는 전망도 없지 않다.

문희상 국회의장·이해찬 대표, 정계은퇴 후 정치원로 조언

표창원  의원(좌)과  이철희 의원(우), 뉴시스
표창원 의원(좌)과 이철희 의원(우), 뉴시스

20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정계은퇴를 선택한 문의상 국회의장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향후 정계원로로서 활동할 전망이다. 대중적 이미지로 스타 의원으로 떠오른 표창원 의원의 경우 검찰개혁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김성수·이철희·이용득·제윤경·심기준·최운열·이훈·윤일규·이규희 등 초선 불출마 그룹 중 일부는 전문성에 따라 공공기관으로의 이동이 점쳐진다. 앞서 서형수 의원은 지난 1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울러 총선 기간 동안 이른바 라떼유세단을 이끌었던 인사들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평균 연령 68세인 라떼유세단은 원혜영, 백재현, 강창일 의원 등 불출마 인사가 중심이다. 기성세대들이 젊은세대에게 흔히 나 때는 말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비꼬는 라떼는 말이야에서 따왔다.

라떼유세단 소속 인사들은 총선 기간에 중진으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치신인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이들은 정치원로로서 당정청 주요 포스트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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