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에 관한 안건’을 심의했다. 그 결과 TV조선에는 조건부 재승인 3년을, 채널A에는 철회권 유보 조건을 부가해 재승인 4년을 의결했다. 채널A 철회권 유보 조건은 최근 불거진 채널A 기자의 취재 윤리와 관련해 검언유착이 드러나면 재승인을 취소할 거라는 단서를 달았다.

특히 방통위는 TV조선에 대해 재승인 조건 11개와 권고 사항 8개를 달았다. 재승인 조건과 권고사항은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제고를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추가개선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 실적을 매년 방통위에 제출할 것 △복수의 전문 외부기관을 선정해 시사·보도프로그램 공적책임·공정성에 대한 진단을 받아 매년 방통위에 제출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 △소유 경영의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가 방송사의 사내이사를 하지 않도록 할 것 △계열사 기자를 서로 파견하지 않을 것 △각종 내부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 등의 추천 몫으로 외부인사를 포함할 것 등이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정권 입맛에 맞으면 공정 방송이고 입맛에 안 맞으면 불공정 방송인가”라는 제목으로 TV조선 기자협회가 방통위의 ‘조건부 재승인’에 대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는 TV조선과 채널A에 조건부 재승인 의결을 내린 방통위를 방송‘통과’위원회라고 비판했다.

올해 4월 예정된 TV조선과 채널A의 종편재심사를 두고 그동안 정부 측은 ‘둘 다 퇴출’이라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특히 언론 개혁과 가짜뉴스에 강경 입장인 한상혁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이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서 퇴출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지령 1326호에 ‘[단독]文정부 고위당국자, “TV조선 방통위 전파인증 통과 어려워” 발언(2019.09.27.)과 1355호 ’[단독] 현직 방송통신위원 “TV조선·채널A, 재승인 통과 쉽지 않다”(2020.04.17.) 연이은 보도에서 방통위 상급기관인 문화체육부 고위 인사와 현직 방통위원 취재를 통해 통과가 부정적임을 보도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재승인 조건이 붙긴 했지만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3년과 4년 동안 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지난번 심사에서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TV조선과 ‘검언유착’으로 코너에 몰렸던 두 보수 성향의 종편이 살아난 셈이다. 

현 집권여당은 대선·지선·총선에서 압승해 ‘트리플크라운’ 초슈퍼 집권 세력이 탄생했다. 대통령 지지도도 60%대를 웃돌면서 고공 행진 중이다. 둘 다는 아니어도 TV조선만 퇴출시켰다면 민주당 성향의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 방통위 내부도 재승인 취소와 조건 없는 재승인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타협안이 나오면서 그대로 결정됐다. 

그런데 방통위는 문 정권 지지자들이 원하는 결정보다 보수언론도 떠안고 가는 통 큰 태도를 보였다. 만약 둘 다 날리거나 둘 중에 한 매체라도 재승인을 불허했을 경우 보수세력으로부터 거센 반발과 국내 혼란은 불 보듯 했다. 더욱이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초거대 여당 탄생으로 ‘거만해졌다’, ‘오만해졌다’는 평가를 받을 공산도 높았다. 게다가 오거돈 성추행 사건까지, 물론  정부는 몰랐을 것이다. 

고민의 흔적은 있어 보인다. 방통위는 당초 4월17일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려다가 20일로 연기했다. 3일 동안 정부와 방통위는 둘 다 날리거나 한 매체만 날리거나 아예 둘 다 살려주는 안을 놓고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지만 ‘밉상’ 보수언론도 안고 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셈이다. 다행이다. 현 정권이 임기 후반은 분열과 갈등 조장보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의지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국민밉상’ 조선일보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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