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이번 415 총선에서 대구·경북(TK) 시도민들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미래통합당에 표를 몰아줬으나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혀 ‘TK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홍의락 의원을 비롯해 비례대표 김현권 의원까지 낙마하면서 대구·경북 현안 사업들에 대한 소외론이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및 여당과의 소통 창구가 사라진데다 여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의원 등이 큰 표차로 낙마했는데, 지금 TK를 챙길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통합당이 총선 참패로 인해 김종인 비대위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 가운데 8일 열리는 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TK지역 후보가 나서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TK가 통합당에 표를 몰아줬지만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안동 산불이 발생한 날 통합당 소속 당선인들과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가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당의 공격소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TK지역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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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밤 경북 안동시 풍천면 산불 현장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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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 부재’.‘홀대에 이철우 지사 술파티까지...통합당내 배척론

현역 제로TK홀대론 확산

대구·경북(TK) 지역에 적신호가 켜졌다. TK지역 입장에서는 여당 의원이 전멸하면서 정부나 여당과의 소통 창구가 사라졌다. 당장 2021년 국비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연결 통로마저 끊기게 돼 역차별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TK출신인 민주당 한 의원은 “TK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김부겸, 홍의락 의원 등이 대패한 상황에서 지역출신들이 TK챙기기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TK특위 가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앞장서 통합당에 힘을 실어줬으나 지역입장에서 손실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TK지역에 여당 인사가 없다보니 이른바 TK패싱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K지역 한 인사는 정부여당과 통로가 되어줄 1명이라도 살았더라면 지역 이익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통합신공항 건설, 취수원 이전 등 중앙정부와 여당의 결단이 필요한 TK 현안부터 시작해 국책사업 소외, 내년도 국비 예산 확보 난항 등 야당 지역이 겪어야 할 찬바람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책사업카드를 꺼내들며 미뤄졌던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TK지역은 밀리는 분위기다. 당장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하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도 쉽지 않다.

경북 포항을 비롯해 충북 청주, 강원 춘천, 전남 나주 등 4곳이 유치전에 뛰어든 가운데 청주와 나주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출신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나서 물밑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방사광 가속기 유치 지역을 놓고 청와대 일부 참모진이 각 지역별 입장을 대변, 유불리 토론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2022년 지방선거 등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해 청주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및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이 중요한 만큼, 충청권에 공을 들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북 포항은 여당 의원이 없는 데다 여권의 기대를 바라기는 힘든 상황이서 유치전에 밀리고 있다. 경북도에서 플랜B’를 구상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면서도 TK지역 내에선 당장 TK지역 여당 내 대권주자인 김부겸 의원만이라도 있었더라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인사는 “TK출신인 김부겸 의원이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잡아야만 TK지역이 소외되는 아픔이 적을 것이라며 김 의원도 당권을 잡은 뒤 TK의 목소리를 일정부분 대변해줘야 대망론을 키울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통합당 내에서 부는 TK배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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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내에서 부는 탈영남 바람도 TK의 피를 말리고 있다. TK지역에서는 잡은 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을 할 정도로, 통합당이 TK지역을 팽시키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도권의 표심을 얻어야 하니 영남권은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으면 수도권 20·40 세대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수도권 인사들이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당장 8일 열리는 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 대구 수성갑에 당선된 5선의 주호영 의원이 원내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선 여부는 미지수다. 수도권 지역의 4선 권영세, 박진 당선자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데다 당내에서는 탈영남과 830세대(1980년생·30·2000년대 학번)가 당 재건을 위한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어 비영남권 출신 원내대표 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더구나 주 의원이 TK지역으로부터 몰표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현재로는 알 수 없다. TK의원들 사이에서조차 ‘TK 2선후퇴론에 긍정적이다. TK지역 의원이 전면에서 당직을 맡는 것보다 당의 확장성 측면에서 영남당 이미지는 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논리에 힘을 싣는 지역의원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대구 중·남구 지역에서 재선에 성공한 통합당 곽상도 의원도 보수가 재건되려면 영남권 의원들이 2선으로 후퇴하고, 신선한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경북 지역의 경우 3선 이상의 국회의원이 단 한명도 배출되지 못하는 등 당내 영향력도 떨어져, TK가 모래알 집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 위상도 위상이지만 초선이 많은 경북의 경우에는 정치적 명분과 실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깊다. 이와 관련, 경북지역 한 의원은 나는 비록 공천을 받아 당선됐지만 3선 이상 중진들을 전부 컷오프 시킨 것을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경북을 중심 잡을 중진의원 1~2명은 살려줬어야 당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현재는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철우 지사 산불중 당선자 술파티...‘제명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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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정치권 속에서 안동 산불이 방생한 당일 이철우 지사가 통합당 소속 당선인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여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오히려 여권의 공격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후 630분쯤 도청 인근 식당에서 이 지사와 일부 간부 공무원, 포항남·울릉 김병욱, 군위·의성·청송·영덕 김희국, 성주·칠곡·고령 정희용 당선인이 만나 식사를 했다. 참석자들은 당선인들에게 축하하는 뜻으로 반주를 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39분쯤 안동 풍천면 인금리 산에서 불이 났고, 불과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지사와 당선인들이 만났다.

이 지사는 식사 중 산불이 커진다는 환경산림국장의 전화 보고를 받았고, 안동시장과 통화한 뒤 다음날 새벽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어 오후 740분 자리를 떠났고, 간부 공무원들도 10~20분 후 자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안동에서 산불이 확산하는 상황, 29일 경북도-경북 당선인 간담회에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일정이 잡혀 있는 가운데 불필요하게 식사에 반주를 곁들였다는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여권에서는 김 지사의 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이철우 경북지사와 경북 당선인 3명이 안동 산불 상황에서도 식당에서 술을 먹고 승리의 건배사를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믿고 싶지 않다저도 경남지사, 남해군수를 해 봐서 안다. 지방정부 수장은 꽃피는 봄이나 단풍 드는 가을에도 산불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에게는 산불보다 김병욱, 김희국, 정희용 당선인과의 간담회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그러니 간담회를 넘어 도청 앞 식당에서 술판까지 벌였을 것이라며 이것이 경북의 묻지마 미통당지지가 낳은 생생한 현실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그는 이어 “TK지역의 코로나 사태에서도 분명히 보았다. 방역은 당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통합당이 제대로 변하려면 즉각 제명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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