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2011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 이면사 등을 기록한 저서 ‘문재인의 운명’ 중 한 구절이다. 한 평생을 분단 조국에서 넘지 못할 수많은 장벽과 처절히 싸우다 천신만고 끝에 드라마틱한 반전을 통해 대통령이 된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선택은 자연인 문재인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든 운명이 된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자연인 문재인을 운명처럼 대선에 나서게 만들었지만 2012년 대권의 운명은 오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의 보수정권 10년은 견고해 보였지만 박정희 향수가 짙은 그림자와 독선적 통치 패턴으로 일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함정에 빠져 몰락했다. 비정상적인 나라의 형색은 국정중단과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시민 혁명에 의해 다시 문재인 후보에게 ‘운명’으로 다가왔고 국민들은 권력을 ‘위임’해 주었다.

운명처럼 세상 밖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대권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고, 오는 10일이면 3년의 임기를 맞이한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단순히 한 정권의 몰락이 아닌 대한민국 적폐 청산의 전환점이 되어야 함을 국민들은 요구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강력한 촛불시민 혁명의 지지를 지렛대로 ‘포스트 촛불 시민혁명 과제’에 몰입했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넘지 못할 고용 절벽은 ‘총체적 경제 난국’으로 이어졌고 적폐 청산과 개혁 과제는 번번이 정권 상실감에서 벗어나 투쟁력을 회복한 강력한 보수야당의 그물에 얽혀 꼬여만 갔다.

‘개혁 아이콘’으로 지칭되던 조국 교수의 전면 등장과 함께 시작된 이른바 ‘조국정국’은 지지층과 중도층을 넘어서까지 광범위하게 국민들에게 ‘정서적 좌절감’을 확산시킨 변곡점이 되었다. 최종적인 법의 잣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통령과 집권여당에겐 ‘사랑하는 이에 대한 뼈아픈 성찰의 시련’을 겪고 있는 셈이다.

총선 패배의 짙은 암운이 드리웠지만 세기적 역병 코로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운명적 기회’를 던졌고 사력을 다한 코로나와의 제1차 대전은 그렇게 선방과 선전 끝에 총선 민심은 강력한 재신임으로 답했다. 집권여당에겐 참으로 드라마틱한 ‘반전의 운명’이다.

최근 3주 연속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미래통합당이 분홍빛으로 석권한 대구경북에서 조차 지지율이 12.1%나 상승하여 총선 승리에 이은 여전한 ‘포스트코로나 기대치’가 승패 지역 여부를 떠나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5.7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집권 4년 차의 화두는 ‘포스트 코로나’로 설정됐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시대의 크나큰 차이를 국민들이 절감하고 있는 현실에서 ‘포스트코로나’는 가상이 아닌 당면한 ‘실제상황’이 된 것이다. 대선, 지선, 총선 등에서 압승한 집권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힘은 강력한 국정과제 추진력을 갖춘 정치적 기반이다. 정치체제가 중앙과 지방에서 사실상 단일대오가 형성되었고 촛불시민혁명을 만들어낸 지지층과 중도층까지 지원세력으로 폭넓게 구축돼 있다.

문대통령과 집권당은 이제 더 이상 오를 곳도 없다. 더 이상 국민들에게 요구할 것도 없고, 지리멸렬한 야당에게 투정부릴 여유나 이유도 사라졌다. 적어도 대선 전까지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그리고 집권여당이 한목소리로 ‘포스트코로나’를 외치고 있지만 단순히 ‘정치적 레토릭’으로 끝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겨우 코로나 제1차 대전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무엇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운명을 가를 것인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언제든지 등락을 거듭한다. 인기에 연연할 필요는 없어 졌다. 오직 당면한 또는 다가올 ‘포스트코로나 과제’들을 하나둘 ‘해결’해 나아가고 ‘성과’를 축적하는 것 외에는 달리 시선을 둘 곳이 없다.

역량 있는 선수는 ‘실전’에 강하고 탁월한 리더는 ‘위기 극복’에 능한 법이다. 문 대통령은 솔직하게 소통하고 우직함과 성실성 그리고 좋은 사람이지만, 뭔가 ‘여린 듯한 리더십’을 아쉬워했다. 이제 코로나 위기에서 그 ‘여린 듯한 리더십’이 잠재워지고 있기는 하지만,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집권 4년 차를 맞아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호랑이의 매서운 눈빛으로 우직하게 뚜벅뚜벅 제 갈 길을 힘차게 열어가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리더십’으로 더욱 단단해져 가길 기대해 본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좋은 대한민국 만들기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가오는 '운명'에 늘 강한 대통령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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