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역시 협치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소야대, 다당제 틀 속에서 협치는 20대 국회 4년 동안 정치권을 맴돌던 오랜 숙제 같은 존재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협치의 방안으로 협치 내각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21대 국회는 정치 지형이 완전히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면서 여대야소, 거대 양당 구도가 됐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협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슈퍼 여당이 탄생하면서 여당이 개헌만 빼고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여당의 일방적 독주를 우려하는 만큼 협치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또다시 협치 내각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여권이 협치 내각을 통한 미래통합당과의 대연정에 실패할 경우 소연정을 통해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개헌 우군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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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협치 내각의지 밝힌 대통령, ‘연정플랜가동하나
- 여권 대연정실패시 소연정으로 정국 주도권 확보 시도

415총선을 통해 180슈퍼 여당으로 등극한 집권 여당은 일방적 독주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협치카드를 꺼내들고 야당과 대화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끊임 없이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8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우리 당이 의석이 많지만 우리 뜻대로 밀고 갈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야당을 존중해가면서 같이 의논하고 협의하고, 공감을 구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협치 내각가능성 솔솔

21대 국회에서 여권이 협치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대 국회처럼 다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시킨다거나 협치 내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협치 내각은 협치를 위한 야권 인사의 입각을 말한다. 범여권에 속하는 야당과의 소연정(小聯政) 차원에서 범여권 인사들이 입각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미래통합당 출신 인사를 대상으로 한 대연정(大聯政)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 같은 근거는 충분히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5월 당선 이튿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 이어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차례로 방문하며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협치의 방안으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여러 차례 협치 내각이 추진됐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0175월에는 언론을 통해 다양한 협치 내각시나리오가 나왔다. 당시 한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현재 통합당 소속)을 경제부총리로 발탁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노동부장관 입각설이 돌았고 국민의당 소속 의원과 인사에 대해서도 장관직을 제안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친문 진영이 정두언 새누리당 전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 등을 후보군으로 놓고 대상자 선정 작업을 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 같은 관측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그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탕평 인사를 강조하며 협치 의지를 드러내면서 출발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측 박영선 통합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대선 전인 그해 54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개혁적 보수 인사의 차기 정부 장관 포함 가능성에 대해 당적을 보유한 채로 정의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함께 일하겠다. 이것이 문 후보의 생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야당 의원을 내각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은 야당 내부의 분열을 노린 수준 낮은 정치공작에 불과하다대통령부터 말로는 야당과 협력, 협조를 부탁하면서 벌써 이런 수준 낮은 정치공작이나 꿈꾸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발끈했다.

이후 2018년에도 다시 협치 내각 가능성이 거론됐다. 당시 야당 인사를 입각시키자는 의견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여당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해 72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당에서 먼저 협치 내각에 대해 요청이 왔다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입법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입법에서 서로 협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야당에도 입각의 기회를 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보수 정당이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과 폭은 많이 열려있다.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체라고 한다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각 가능성도 열어뒀다.

대통령도 총선 이후 협치 내각의지 밝혀

올해 들어서도 협치 내각 필요성은 다시 대두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협치 내각 구성 의지를 드러내며 4·15 총선 이후 구체화시킬 계획임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협치 내각을 위한 물밑 노력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연히 다음 총선 지나고 나면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할 만한 그런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전체 국정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 방향에 대해서 공감한다면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것이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금 말씀드린 것 같은 노력들은 이미 제가 임기 전반기에 여러 차례 한 바가 있다언론에 보도됐었다. 야당 인사들에게 입각을 제의한 바가 있었다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뿐만 아니라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비중 있는 통합의 정치나 협치의 상징이 될 만한 그런 부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모두가 협치나 통합의 정치라는 취지에 대해서는 다 공감했다. 그러나 아무도 수락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세균 총리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정세균 총리를 발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분이 국회의장을 하셨고 또 늘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데 역할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협치의 정치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정치가 대결과 적대의 갈등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 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협치 모델을 구현해 나가겠다“21대 총선이 끝난 뒤 제 정당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협치 내각구성을 대통령께 적극 건의드릴 생각을 갖고 있고, 대통령도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지원김성식심상정 등 입각 하마평 올라

총선이 끝난 후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또다시 협치 내각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경제 관련 부처 장관에 바른미래당 출신 김성식 의원을, 환경·노동 분야 장관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방부 장관에 정의당 김종대 의원, 통일 분야에 민생당 박지원 의원 등을 발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 의원과 미래통합당 정태근, 박형준 전 의원 등 중도.보수 성향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입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야권 한 의원 측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조심스럽다우리가 그것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로서는 미래통합당이 입각에 응해 대연정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총선 이후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통합당 입장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나눠져야 하는 협치 내각에 응해서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야당의 강한 반발과 여당 내 찬반 분열로 성사되지 못했었다. 여권은 대연정이 통합당 거부로 무산될 경우, 협치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야당이 거부한 것이므로 협치 내각에서 통합당을 배제해도 비판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여권이 대연정에 실패할 경우 범여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연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소연정으로 완벽하게 국회를 장악한다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연정에 성공할 경우 개헌을 위한 우군 확보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협치 내각에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였다면 범여권이나 중도 인사들 중에 경제적 식견이 높은 사람 등을 입각시키는 것이 필요했을 수 있다그러나 무조건 야당 인사 입각이 협치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 상황은 국민들이 총선을 통해 여당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협치를 위해 야당과 대화를 충분히 하고 더 이상 대화가 안될 때는 국민에 대한 충분한 홍보와 설득 과정을 거치고 나서,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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