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운영하는 기업인 줄”… 다단계식 자격증 영업 ‘논란’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은 정식 업체라며 복지 서비스를 해 주겠다고 홍보해 중소기업 수천 곳과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복지지원단(중기단)’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중기단은 한국기업복지협회부설 단체로, 이 업체는 지난해와 올해 초 돌연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2000여 곳의 기업, 영업사원 60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 결국 해당 사건은 경찰 수사에 들어갔고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글이 올라오면서 사건이 널리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인 “250억 사기, 계획적·조직적 범죄”

중소기업 직원, 사내 지도사, 입점 업체 등 피해자 계속 늘어

중기단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복지몰을 운영하면서 이를 상담하는 ‘복지지도사’를 모집했다. 기업복지지도사(이하 지도사) 1급은 165만 원의 교육비를 한국기업복지지도사협회에 지급하고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 업체는 2018년부터 지도사를 모집했고, 지도사들이 다시 교육생을 유치하면 수수료를 건네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모집된 지도사들은 중기단 복지 서비스인 ‘토닥토닥e-복지(이하 e복지)’를 중소기업에 판매했다. 업체는 인당 20만 원을 내고 가입하면 건강검진과 피트니스, 항공권, 복지몰 이용 등 최대 290만 원 상당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중소기업에 홍보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업체의 복지 서비스를 가입한 기업은 2000여 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기단 서비스는 올 들어 아예 중단됐고, 유료 회원들이 이용했던 e복지도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업체 회원인 A씨는 “정부 인가를 받은 사업이라고 홍보해 그렇게 알고 가입했다”며 “지금 와서 보니 개인기업이었다”고 말했다.

“고용부 인가 받았다”
오해 소지 불러

중기단은 최초 고용노동부(고용부) 인가를 받았다며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홍보를 해왔다. 상호명도 공공기관과 비슷해 정부 사업을 대신 운영하는 업체라고 오해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한 회원은 “업체가 제시한 고유번호는 고용부 인가를 받은 다른 곳의 고유번호와 동일했다”며 “고용부가 중기단에 직접 인가를 한 것처럼 교묘하게 꾸민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업체의 유료 가입자인 B씨는 “지도사 1급이라는 민간 자격증을 ‘국가 등록 정식 자격증’인 것처럼 포장해 지도사들을 모집했다”며 “협회가 다단계식으로 영업을 운영하면서 영업부장들에게 받는 돈인 소위 ‘사업부장비’ 3998만 원을 대표가 소유한 회사인 협회에 입금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C씨는 “계약 기간 동안 서비스 제공이 원활하지 않아 문의를 여러 차례 했지만, 유선과 카카오톡, 두 고객센터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우리) 회사는 규모가 작아 피해액이 총 66만 원에 그쳤지만 이렇게 소규모로 수천 곳이 피해를 입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한 네티즌은 “토닥토닥 e복지의 정책적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개인 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네티즌에 따르면 “지금 한 달 넘게 14만 포인트로 상품권 결제를 했는데 발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이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다. 고객센터는 전화도 안 받고 이메일을 세 개 보냈는데 무응답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국적으로 복지지원 사업을 빙자한 250억(추정) 이상의 사기/세금 탈세/자격법 위반/공공기관 사칭 등의 행위를 한 조직을 철저히 조사 및 강력히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들은 조직적 계획적으로 사기 및 세금 탈세, 자격법 위반, 공공기관을 사칭하고 현재는 조직적 계획적으로 증거인멸 중이다”라며 “존재하지도 않는 예산 지원금이 있다고 교육 및 강조하면서 20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e복지 피해자들 모임 카페]

 

피해 사례 증가
피해 규모 확대될 듯

대형 포털사이트에는 이미 중기단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토닥토닥 e복지 사용자들 모임’ 카페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운영자는 “적게는 손해 본 액수가 몇십만 원이지만 피해 기업이 수천 곳에 이르고 피해 금액도 수십억 원”이라고 밝혔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업체는 사내 직원들에게 현장 상담 활동을 위해서는 지도사 1급 자격증이 필요하다며 지원팀장, 사업부장 등 직급마다 금액을 책정 후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업체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e복지 플랫폼에 비용을 내고 입점한 업체들도 대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어 피해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운영하는 업체라고 오해를 받으면서 민원은 고용부에도 쏟아졌다. 고용부는 “해당 기관은 (고용부가) 허가를 해준 비영리법인이 아니다”라며 “e복지 역시 정부지원 사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현호 한국기업복지 대표는 지도사 1급 자격증에 대해서 “국가 자격증이라고 속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 악화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져 기업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빠른 시일 내 서비스를 정상화하고 조만간 공문을 보내 (피해) 업체에 환불 접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과 서울성동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수사 중에 있다. 또한 업체는 사내에서 근무하는 현장 상담사원들에게 자격증 명목으로 개인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받고 활동비 등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업체에서 사업부장, 지원팀장 등으로 활동한 사원 70여 명은 동부지검에 고소했으며 수백 곳의 중소기업 피해자들은 단체 고소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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