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후신인 정의기억연대를 비판하고, 직전 이사장인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해 국회의원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날선 비판을 한 것이 불과 2주일 전이다. 처음에는 사회적 지위나 신뢰의 측면에서 할머니보다는 윤미향 당선인을 지지하는 여론이 더 강했지만, 그러한 여론이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언론은 윤미향 당선인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시작했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포착했다. 국회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다루어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위법한 경우가 있으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변했으며, 검찰은 전광석화처럼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4.15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당선인 포함)은 총선 이후 수많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경험한 바 있는 이해찬 대표가 우려했던 일들이 21대 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기구 의원의 욕설 논란은 귀여운 수준이다. 황운하 당선인의 겸직 논란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 양정숙 당선인의 재산 형성 과정 문제, 정수장학회 출신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감내하기 어려운 문제로 당이 국회의원직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사과까지 했지만, 양정숙 당선인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급기야 당은 그녀를 제명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리 거대 여당이라 하더라도 의석 하나를 그냥 잃어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인지 아직 그 효력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윤미향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윤미향 논란은 양정숙 논란과 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진보진영의 문제, 시민사회의 문제, 여당의 문제라는 조직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미향 당선인 논란에 대해, 먼저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윤미향 논란은 ‘윤미향 당선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의연이란 외부 시민단체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가 나온 뒤에 여러 가지 행동을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윤미향 논란의 뇌관이 터질 경우의 파괴력에 대한 두려움의 방증(傍證)이 잘 나타나고 있는 발언이다.

실제 윤미향 논란의 불똥은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집’으로 튀었다. 할머니들에 대한 홀대, 기부금의 유용 문제 등이 불거졌다.

정치권에서는 윤미향 당선인을 옹호하는 기자회견을 한 동료의원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의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이 확실시 되는 김상희 의원, 영남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권잠룡 김두관 의원, 86세대의 대표주자 송영길 의원, 윤미향 당선인을 ‘국민이 선출한 분’이라는 궤변의 김태년 원내대표 등은 윤미향 당선인을 믿었겠지만, 그 대가는 혹독할지 모른다.

윤미향 당선인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당은 진상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한 김영춘 의원의 진의가 이번 총선의 낙선 분풀이가 아님을 더불어민주당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 당선인,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을 각각 한 번씩 만나본 적이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과거 정대협 활동을 했던 어떤 인사를 격려하는 자리에서, 윤미향 당선인은 4년 전 이맘때 일본 시민단체들이 수요시위에 동조하는 시위를 하는 자리에서 찬조연설을 했을 때, 안신권 소장은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을 하는 토론회에서 만났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거침없는 여장부였다. 윤미향 당선인은 수줍은 새색시처럼 묵묵히 일했다. 안신권 소장은 부드럽고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세 분 다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점에서 필자의 사람 보는 눈은 잘못되었나보다. 아니 제대로 본 것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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