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되고 동네 옷가게는 안 된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기준을 두고 소비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구리시의 전통 시장 한 상점 앞. [신유진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기준을 두고 소비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구리시의 전통 시장 한 상점 앞. 경기지역화폐 사용을 환영하는 안내가 붙어 있다. [신유진 기자]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다. 우리 정부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사용처를 두고 소비자와 업체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취지가 소상공인 매출과 지역상권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사용 가능 업종이 소상공인과 지역상권과 상관없는 사용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드사 간의 재난지원금 마케팅도 논란에 휩싸였다. 민간 카드사의 경우 정부에 ‘과열경쟁 자제’ 권고를 받으면서 전면 취소했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마케팅을 여전히 진행하면서 역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하루 매출 70%가 재난지원금” 모처럼 활기 띤 전통시장
재난지원금 소비 시작...정부 정책 허술함 드러내, 뒷말 낳기도

 

취재진은 지난 21일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을 찾았다. 이 시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점포부터 대기업이 운영하는 점포까지 ‘지역화폐 00사랑카드 환영’ ‘국가·지자체지원금 사용이 가능합니다’ 등의 글씨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또 다른 점포는 ‘사용 시 5% 할인’이라고 적혀 있어 소비 촉진 마케팅을 펼치는 곳도 눈에 띄었다. 물론 시장 내 모든 점포가 재난지원금 사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화장품 가게의 경우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했지만,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화장품 가게는 사용할 수 없었다. 

옷가게 경우도 규모가 작았던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옷가게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었다. 

시장 지붕 위 현수막에는 “‘00사랑카드’, ‘재난기본소득’ 사용 시, 차별거래와 부정유통을 강력 단속합니다” 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고 그 옆에는 “적발 시 지역화폐 가맹점 해지, 신용카드 가맹점 취소, 지방세 세무조사 조치”라는 문구가 적힌 곳도 있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A점포 사장은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라며 “손님이 찾아오는 것도 기쁘고 오는 손님 중 70%이상은 지원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시민 B씨는 “지원금 쓰기 위해 시장을 방문했다”며 “사실 평소에는 대형마트를 더 방문한다. 서비스와 품질, 위생 등은 대형마트가 더 잘 지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난지원금 사용을 시장상권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제외한 것은 차별 같다. 코로나로 다 같이 힘든 상황이다. 대형마트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가맹점과 직영점에서도 사용 여부 갈려

다만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재난지원금 사용은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유흥·레저·사행업소 등 일부 업종에 재난지원금 사용을 제한했다. 지원금 취지가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비 진작과 소상공인 매출 상승·지역상권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명품 플래그십스토어(특화매장)와 가구 및 생활용품 브랜드 ‘이케아’, 대기업 슈퍼마켓 ‘GS 더프레시’,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에서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업종들은 사실 소상공인 지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재난지원금 사용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이다. 생계가 급한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명분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샤넬의 경우 백화점 내 입점한 샤넬 매장에서는 재난지원금 결제가 불가능하지만, 서울시 청담동 샤넬 특화매장 등에서는 결제가 가능하다. 업종도 제한받지 않는다. 삼성디지털프라자, 하이마트, 전자랜드, LG베스트샵 등 가전제품 매장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애플의 전자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프리스비’ 매장에서는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두고 가맹점과 직영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안에 있더라도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임대매장이거나 개별 가맹점으로 등록한 경우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직영점은 본사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진다. 

직영점 매출은 본사 매출로 집계되기 때문에 해당 행정구역 시민들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재난지원금이 신청자 주소지에 해당하는 행정구역 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도 노브랜드 점포 가맹주소를 서울 본사가 아닌 지역으로 신고하면서 대기업 사용 제한에서 예외가 됐다. 

GS더프레시와 이케아는 아이돌봄카드 사용처에 가맹점이 많다는 이유로 사용처에 이름을 올렸고 이케아 역시 과거 아이 돌봄 쿠폰 사용처에 포함돼 지원금 이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모호한 사용처 기준에 소비자들은 지원금 취지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부정 유통 적발 시 강력 조치 방침

한편 차별거래 및 부정유통은 재난지원금 소비가 시작된 후 일부 상인들이 상술을 부리면서 문제가 됐다. 지난 21일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으로 결제 시 웃돈을 요구하는 등 현금과 차별거래를 한 96개 점포를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 업체들을 대상으로 카드 가맹점 취소, 형사고발, 세무조사 등으로 강력조치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민 세금으로 실시하는 긴급 경제정책”이라며 “지역 경제 살리자며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일부러 찾아온 도민들에게 법률을 어기고 탈세해 가면서 실망을 안겨서 되겠냐. 불공정 앞에 결코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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