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강민철(가명·35)씨는 입 냄새 때문에 걱정이다.

얼마 전 아내로부터 “입냄새가 왜 이렇게 심하냐?”는 핀잔을 들은 이후로, 상대방이 입 냄새 때문에 불쾌해 할까봐 상담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고객이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나 앉거나 대화 도중 코를 만지면, ‘내 입 냄새 때문에?’ 라는 생각에 얼굴이 빨개지고 자꾸 입을 손으로 가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도 없어졌다. 되도록 말을 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상담 업무도 다른 직원에게 미루게 되고, 성과도 좋지 않았다.

성인 대부분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생활구취는 본인이 인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은 모른 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또 실제로 입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구취에 대해 지나친 강박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본인의 구취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구취진단은 자가진단과 전문진단으로 나눌 수 있다. 자가진단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직접 자신의 구취여부를 물어보는 것이다. 혀의 뒷부분을 면봉이나 가제로 닦아낸 뒤 냄새를 맡아보거나, 치실로 치아 사이를 닦은 뒤 냄새를 맡아보는 방법도 간접적으로 구취여부를 알 수 있다. 전문진단으로는 치과에서 할리메터 기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할리메터는 입 냄새의 주범으로 알려진 황화합물 농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기계로, 일정수준 이상이면 생활 구취 이상의 병적 구취로 판별할 수 있다.

이런 구취는 왜 생기는 것일까? 입 냄새는 대부분 구강질환이 문제인 경우가 80~90%이다. 치아나 혀에 붙어있는 음식물 찌꺼기나 죽은 세포조직 등은 박테리아에게 좋은 영양소가 되는데, 이 때 구강 내 혐기성 그람음성세균이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황화합물에 의해 악취가 난다.

또 충치로 치아가 썩었거나 불량한 보철물, 틀니 위생상태가 청결하지 못할 때, 혀에 설태가 많이 쌓였을 때, 잇몸병이 있을 때에도 치과질환으로 인한 구취가 나타날 수 있다. 입 속 침이 자주 마르는 것도 입 냄새의 원인이다.

침은 독성성분을 제거하고 유해 세균을 파괴하는 등 입 속 청결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데, 침이 마르면 냄새의 농도가 짙어져서 입 냄새도 더 심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술을 많이 마실수록,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침 분비가 줄어들어 입 안이 마른다.

구취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구강청결관리를 철저히 하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잇몸질환, 충치, 오래된 보철물 등이 원인일 땐 치과치료가 필요하다. 일상생활 구취의 경우엔 음식조절도 중요하다. 육류 섭취 시엔 야채, 채소 등의 섬유성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함께 먹고, 물로 입을 자주 헹구어 주도록 한다.

마늘, 양파, 달걀, 겨자류 등은 구취를 유발하는 대표식품들이므로 섭취량을 줄이거나, 섭취 후에는 민트, 파슬리 등 씹으면 특유의 향이 자극적인 음식 냄새를 잡아줄 수 있다. 입안이 건조할 땐 물로 입속을 자주 헹구어 주거나 무가당 껌을 씹어 침 분비를 원활하게 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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