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총선 전 반문 또는 비문 연대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 정치세력이 연합해 총선을 치르자는 방안이다. 일 대 일 구도로 선거가 흐르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방안이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현재진행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황교안, 사퇴 직전 김종인에 ‘비대위 맡아달라’.” 김 위원장의 말을 인용한 4월17일 조선일보 보도다. 즉 김 위원장에 기자에게 이 말을 흘렸고 조선일보는 ‘특종보도’를 한 것이다. 이 보도 후 ‘김종인 비대위’는 공식화됐다. 전권, 무제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때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기정사실이 됐다. 그리고 주호영 원내대표 선출 이후 당선자 워크숍에서 최종 확정됐다.

김종인 비대위는 ‘김종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집요하고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그가 비대위원장으로 확정되면서 당내 대선주자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그는 40대 기수론을 얘기하기도 했다. 또 당내 대선주자들이 지난 대선에서 검증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돌기도 했다. 그는 또 40대 기수론을 강요하지 않겠다며 50대도 가능하다고 번복했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대선주자는 누구인지를 놓고 숱한 억측이 일었다. 50세인 홍정욱 전 의원, 아직 40대인 김세연 전 의원 등 우선 거론됐다. 이들은 젊은 데다 개혁적이고 외모도 호감형이다. 이번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은 이들은 상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도 단골메뉴처럼 등장하곤 한다. 홍 회장은 제3지대, 중도정당이 뜰 때마다 이름을 올리곤 했다. 홍 회장은 지난 대선을 앞둔 2017년 4월 김 위원장과 회동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마크롱의 혁명>은 김 위원장이 애독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 전에 쓴 책으로 중도실용이 주요 내용이다. 안 대표도 마크롱에 꽂힌 인물이다. 안 대표는 마크롱을 자주 인용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다. 또 지난 1월 발간한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마크롱과 프랑스, 그리고 유럽 사례를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중도실용을 고리로 한 김 위원장-안 대표 조합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 대권 플랜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인식도 있다. 큰 그림 정도만 나와 있다는 시각이다. 그가 총선 전에 생각했던 반문 또는 비문 정당·정치세력의 통합은 기본인 듯하다. 단기적으로 통합당 혁신에, 중장기적으로 정당·정치세력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좌클릭을 통한 중도실용 또는 중도개혁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이 과정에서 대선주자는 자연스레 부각될 수도 있다.

기존 대선주자들의 반발은 ‘김종인 대권 플랜’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김 비대위 확정 전후로 홍 전 대표, 유 전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특히 홍 전 대표, 유 전 대표는 마지막 도전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김종인 대권 플랜’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경고를 날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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