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장 투자 확대로 동남아 시장 공략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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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은 ‘저임금 노동력’보다 ‘현지 시장진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지난해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제조업의 해외 진출 트렌드와 영향’의 해외투자 목적별 신고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현지 시장진출’ 목적 투자 비중은 2012년 35.6%에서 2018년 65.5%까지 증가했다. 반면 동 기간 ‘저임금 활용’을 위한 투자의 경우 13%에서 6.6%로 감소했다.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번 호는 미국 글로벌 기업 모멘티브 인수와 함께 베트남 시장 진출을 확대한 KCC에 대해 알아본다.

美 세계적 기업 ‘모멘티브’ 인수…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하노이 법인, 친환경 분체도료·자동화 생산 시스템 구축

KCC는 KCC그룹의 모기업으로 건자재 및 도료 생산업체다. 창업주는 정상영 명예회장으로,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KCC의 모태는 1958년 설립된 ‘금강스레트공업 주식회사’로 1974년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 도료 사업에 진출한 후 석고보드, 단열재, 유리, 창호 등 유기 및 무기 화학에 이르는 국내 최고 종합건축자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2005년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사명을 지금의 (주)KCC로 변경했다.

2009년 11월 KCC건설이 카자흐스탄 교통통신부와 잠빌주 ADB 도로공사 계약을 체결하며 당시로서는 20년 만에 해외로 다시 진출하게 됐다. 아시안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의 차관을 도입해 진행되는 ADB 도로공사는 중국 국경의 우루무치에서 러시아까지 2700km 길이의 중앙아시아 경제협력체(CAREC) 국제수송도로를 확장 및 신설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첫 공사다.

잠빌주 타라즈(Taraz)와 코다이(Korday)간 126km 구간에서 3개 공구로 발주됐으며 KCC건설은 이 중 타라즈부터 쿨란 인근 지역까지 총 연장 40.4km의 3공구 낙찰자로 선정됐다. KCC건설은 카자흐스탄 현지 업체인 잠빌졸쿠릴리스(Zhambyl Zhol Kurylys)사와 공동으로 공사를 시공했다. 총 공사금액만 986억 원으로 KCC건설 지분은 55%, 529억 원이었다. KCC건설 관계자는 “지난 1978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년간 대학교 공사 등 다수 해외 공사를 수행한 후 약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참가한 해외 경쟁 입찰에서 공사를 수주, 회사 가치를 인정 받았다”고 말했다.

생산시설 증설
베트남 시장 확대

지난해 1월에는 베트남 친환경 도료 시장을 잡기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도료 생산 공장에 친환경 도료로 각광받는 분체도료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베트남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KCC 하노이 법인은 제품 다각화를 통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 신규 투자를 단행, 분체도료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효율적인 자동화 생산 시스템까지 구축해 생산 능력을 이전보다 2배 이상 향상시켰다. 앞으로 생산하게 될 분체도료는 기존의 건축·자동차·플라스틱 도료에 이어 KCC 하노이 법인의 차기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특히 분말 형태의 친환경 분체도료는 제조 과정에서 공업용 폐수가 발생하지 않으며 도장용 스프레이 건으로 분사한 뒤 남은 도료를 다시 회수해 사용할 수도 있다. 도막의 내구성이 우수해 정전 도착 도장 시스템으로 도장돼 모양이 복잡하거나 면적이 넓은 곳에 쉽게 칠할 수 있어 가전제품, 건축자재, 강관, 자동차 변압기 등 다양한 곳에 적용된다. 일반적인 액상 도료보다 판매 가격이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KCC 하노이 법인은 최근 친환경성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늘어남에 따라 휘발성 유기 용제를 포함하지 않은 분체도료가 주목받고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동남아 도료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방침이다. KCC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도료 수요처도 다양하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갖춘 KCC 하노이 법인은 올해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친환경 분체도료를 새 주력 제품으로 삼아 베트남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KCC건설이 글로벌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스’(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Inc. 이하 모멘티브) 인수를 완료했다. KCC컨소시엄이 구성한 특수목적법인 ‘MOM Holding Company’는 지난해 4월19일(미국 현지시간) 모멘티브 인수와 관련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한 달여 만에 인수 대금 최종 납입과 함께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KCC는 지분 약 45.5%를 취득하게 됐으며 쿼츠사업 등 일부 사업 영역을 제외한 모멘티브 경영권을 확보했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실리콘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회사 주력 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하는 한편, 장기적인 안목과 건실한 재무 계획을 통해 국제적 신용도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로 인해 KCC의 재무지표와 신용도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KCC의 재무구조 안정성은 이미 오랜 기간 검증된 바 있다. 오히려 모멘티브 해외 신용도가 상승함에 따라 해외사업에 더욱 추진력이 실려 장기적으로는 KCC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적이다. 모멘티브 인수를 완료한 KCC는 글로벌 실리콘 시장에서 미국의 다우, 독일의 바커 등과 함께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됐다.

KCC 관계자는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KCC는 한국 기업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글로벌 TOP(탑)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이번 인수를 통해 기능성 첨가제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실리콘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 온 것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빅 마켓으로 시장을 넓혀 가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1년 연속 세계일류상품 선정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KCC의 선박용 방청도료와 진공차단기용 세라믹이 11년 연속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관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또 KCC가 만든 선박용 방오도료 역시 9년 연속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다. 선정 조건은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 ▲점유율 5% 이상 ▲시장 규모 연간 5000만 달러 이상 또는 수출 규모 연간 500만 달러 등 조건을 충족해야 세계일류상품으로 뽑힐 수 있다.

특히 11년 연속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선박용 에폭시 방청 도료 ‘Korepox EH2350’은 내염수성과 내마모성이 뛰어난 제품으로 극심한 해양 부식 환경 속에서 선박의 해수탱크, 파이프 등 철 구조물을 보호해 녹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KCC 관계자는 “2009년부터 꾸준히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며 선박용 방청·방오도료, 진공차단기용 세라믹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제품임을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탑 제품의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 품질을 높이고 고객의 요구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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